<아트&아트인> '리얼리티 테스트' 신기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에 위치한 봉산문화회관에서 신기운 작가의 개인전 ‘리얼리티 테스트_의자는 없다’를 준비했다. 이 전시는 ‘지금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 가상현실인지, 실제 존재하는 공간인지 구분하기 어렵지 않은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가상세계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시각적 인지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다.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뇌의 구조적 파악으로 인지되면 그 틈을 파고든 시각적 환경이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각 자극

신기운 작가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온 대사 “There is no spoon(거기에 숟가락은 없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신기운은 “내가 보고 있는 자신은 실존하지 않으며 프로그래밍된 가상의 실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쉽게 믿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뇌의 반응이나 믿음으로 결정되는 것이지만 가상이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존재하게 되면 명백한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이 눈앞에 보여도 그것을 그대로 인지하게 되는 모순을 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현실 세계와 3차원 가상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를 미술의 영역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의 환경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적 가치의 작품을 가상공간 속에 창출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예술적 향유 방법이 관람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런 창의적 접근의 실현은 기존 예술의 영역이 확장되는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가상현실과 실제
실체가 없는 작품

그는 “특히 게임 개발용 도구상자의 기술적 접목은 실제 존재하는 이미지의 편집을 넘어서 작가의 상상력을 무제한 발휘하며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예술 생태계에 큰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미에서 신기운의 ‘리얼리티 테스트’ 작업 시리즈는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감각에 대한 의문을 시리즈로 발표해 공간 속 존재와 비존재의 의미를 생성과 소멸하는 세계관 속에 이미지를 담아내는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억 속에 존재했던 환경이지만 실체가 없으며, 존재했지만 모호했던 이미지를 가상공간에서 게임엔진의 기술을 사용해 상상 속 심리적 공간으로 새롭게 되살리는 작업을 선보였다. 게임엔진은 게임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요소를 담은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영상미디어와 VR 체험
피아니스트 초청 공연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심에 덩그러니 배치된 의자와 체험 가능한 오큘러스, 모니터 등 영상미디어가 존재할 뿐 실제 작품은 없다. 단지 기계장치의 구동으로 전시가 구현될 뿐이며 벽면의 대형 영상작품도 VR 체험으로 볼 수 있다. 3차원 공간 모두가 가상이고 실체는 없는 것. 


조 큐레이터는 “(관람객은)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지만 바라보는 영상 속 의자는 가상공간에 존재한다. 분명히 전시장에 존재자가 있지만(이를) 작가가 만든 기억 속 세계인 가상공간으로 이동시키면서 관람객은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운은 또 하나의 공감 장치로 피아니스트 고희안을 초청해 가상영상을 보며 즉흥연주를 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이전 전시에서 실험했던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작업의 연장선이다. 실존하는 영상이 아닌 가상의 영상으로 관람객이 메타버스에 대해 쉽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 

뇌의 변화

봉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신기운은 예술을 감각적인 시각 자극을 통한 뇌 속의 변화로 정의하고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첨단기술 또한 다른 기술 발전 과정의 한 소절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결국 그는 우리가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예술의 방식은 존재에 근거, 시간성과 함께 존재성으로 바라보는 의식을 통해 변화해가는 감각의 전이임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 달 1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신기운은?]

▲학력
GOLDSMITHS COLLAGE Fine Art MFA 졸업(2010)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2006)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2003) 

▲개인전
‘무에서 그 무엇으로 그 모든 것으로’ 아트스페이스펄(2020)
‘정직한 탐구생활’ 스페이스바+폰디 아뜰리에(2020)
‘네이처 프로젝트 공모전’ 서울로 미디어캔버스(2019)
‘존재했었다, 존재한다, 존재 할 것이다’ 스페이스바(2018)
‘세상은 회색이다’ 윌링엔딜링(2017)
‘베이츠의 방’ 디올드폴리스 스테이션(2015)
‘리얼리티 테스트_나비는 없다’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 공장(2015) 외 다수

▲수상
SIA 미디어 아티스트 어워드(2012)
29회 중앙미술대전 대상(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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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