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윤석열 내각 의혹 총정리

20명 중 2명만 날아가도 치명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터져 나온다. 이런 탓에 여소야대 형국에서 차기 정부에서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과연 후보자들이 이번 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정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사청문회는 역사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정무직 인사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정무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전적으로 가질 경우 행정수반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과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입맛따라…
트로피 인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개정된 국회법에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국회에서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시작됐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에서 후보에 대한 적격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그동안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보로 오른 인물의 사퇴와 지명 철회가 이어졌다. 임명된 이후 여론의 비판에 이기지 못해 낙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문회 대상자의 문제로 보통 병역기피, 부동산, 이해충돌 등이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최근에는 후보자의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검증대가 한층 강화된 양상을 띤다. 


최근 인수위에서 차기 윤석열정부 1기 내각을 발표하면서 장관 후보자가 결정됐다. 총리를 비롯해 19명에 이르는 내정자들이 혹독한 검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청문회 준비에 몰두 중이다. 

검증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윤 당선인은 능력에 의한 내각 발표라며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언급한 후보자의 능력과는 별개로 후보자들이 밟아온 행적을 살펴보면 청문회에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가 후보들에게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의 의혹들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후보들의 대표적인 논란은 사외이사 역임으로 인한 이해충돌, 부동산과 재산 문제, 가족 문제 등이다.

지속적인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인물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본인 둘러싼 의혹 투성이 후보자
자녀 포함 배우자 가족 문제 논란

내각 발표에서 가장 먼저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에서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과거 노무현정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각종 의혹이 나오면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 한 총리 후보자의 논란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관료의 평균 연봉은 2억6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한 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으로부터 2억7700만원의 급여와 상여금 2억4000만원을 합쳐 5억17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관료 평균 연봉의 2배 높은 수준으로 급여 자체는 평균과 비슷하지만 상여금을 연봉과 비슷하게 받았다. 김앤장 고문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내며 그가 받은 보수는 총 39억원에 달한다. 

미국 모빌사와의 이해충돌 논란도 빚어졌다. 한 총리 후보자는 과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택을 미국 통신업체의 자회사에 10년간 임대해 6억원이 넘는 임대소득을 얻었다.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는 1996년 석유개발공사 주관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한 총리 후보자는 상공자원부와 청와대, 통상산업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화가인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 최씨에 관련된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고위공직자 가족이 예술계 등에 몸담으면 인사청문회에서 늘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 중 하나다. 그림 판매가 급격한 재산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씨는 2012년 첫 개인전을 진행한 뒤 2014년까지 7점을 팔았다. 

최씨의 그림은 부영주택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씨가 샀다. 현재 최씨의 재산은 한 후보자 공직 퇴임 이후인 2012년부터 약 10년 동안 12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 총리 후보자 배우자는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한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최씨 예금이 지난해 4월부터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미술품 판매가 재산 급증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 총리 후보자 측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판매했고, 공직 이후 판매해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한 총리 후보자에게는 100억원 주택 매물 의혹, 에쓰오일 사외이사 연 8000만원 급여 의혹 등이 쏟아졌다. 이런 탓에 한 총리 후보자는 하루에만 3건이나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관전 포인트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은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는 이른바 ‘조국 사태 시즌2’라며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이 특혜 논란을 겪고 있다. 정 복지부 장관의 자녀는 각각 2016년(딸), 2017년(아들) 순으로 의대 특별편입 전형으로 합격했다.

아들에게 불거진 의혹은 학부생 시절 KCI급 논문 2편을 공동저자로 등재된 논란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당시 유일한 학부생이었다. 해당 사안은 아들이 실제 논문에 기여 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또 아들이 합격한 전형은 2017년 신설된 전형으로 해당 전형에 지원하면서 사실상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사안을 학생 연구원으로 기재했다는 논란도 함께 떠올랐다. 

아들에 관한 의혹은 계속 이어진다. 2010년 신체검사 결과 현역 대상이었는데 5년 뒤인 2015년에는 4급(사회복무 요원)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에서 척추협착을 진단받았다. 척추협착은 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으로 진단서는 경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 발급받았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4급 판정을 받은 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대구지방법원에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복무했다. 국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MRI와 CT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정 후보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한층 더 격화된 양상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정 후보자의 아들은 재검을 받았고 2015년과 같은 4급 판정이 내려졌다. 

딸 역시 경북대 편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북대병원 편입 당시 정 후보자의 딸이 2차 구술평가에서 3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면접을 진행했던 관계자가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다는 부분이다. 정 후보자의 1년 선배인 A 교수는 정 후보자의 자녀 편입 전형 총책임자였다. 만점을 준 위원 3명 역시 모두 정 후보자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정 후보자의 이해충돌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들끓고 있다. 결국 정 후보자가 부당행위는 없었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아들의 경우 다시 신체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문제는 본인으로까지 번졌다. 과거 ‘출산은 애국, 암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칼럼과 ‘3미터 청진기로 여성을 진료해야 한다’는 칼럼을 써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공정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과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선 발표부터 이슈가 된 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검증의 칼끝이 향했다. 윤 당선인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한 후보자는 인선 발표 전 검언유착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선 무혐의 이후 등판해 논란이 적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그에게도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한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전 정권과
다른 게…

지난해 12억원 정도였던 보증금이 1년 새 5억원이 넘게 올라 한 후보자가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와서다.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직전 계약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지법을 어겼다는 의혹도 있다. 한 후보자는 과거 부친의 사망으로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밭을 상속받아 소유하다가 2017년에 매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지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상속 이후에도 모친 등이 농사를 계속 지었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포렌식을 위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오픈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재차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청문회에서도 한 후보자의 검언유착 사건을 주요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자리에서 한 후보자는 무혐의를 받은 점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선대본부에서 활약한 뒤 내정자로 발표된 현직 의원 출신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로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대본부 개편 이후 실세로 자리 잡았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2012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은 여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외교문서까지 공개했던 사건으로 당시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권 후보자는 과거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비판 대상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과거 권 후보자 형제가 소유했던 법인의 비상장 주식이 국내 공직자 신고 내역만 등재돼있고, 홍콩의 주주명부에는 누락돼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 즉시 권 후보자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권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과거 대화록 유출 사건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선대본부 실세였던 원 후보자는 제주도지사 시절의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제주신공항 강행, 제주 오등봉 개발사업 특혜 논란이다.

원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했으나 청문회에서 특혜를 두고 대장동과 비슷한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논란에 발목 잡힐 수 있다. 그는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10인 회의 멤버 중 1인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이해충돌, 도덕성 검증까지 도마
창과 방패 수위 높은 대결 예상

이 밖에 후보로 내정된 인물들의 의혹도 빗발친다. 앞서 윤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숙 후보자의 경우 내정 자체가 논란이다. 그는 과거 여가부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청문회에서 과거 자신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소명할지가 주목된다. 

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보수는 총 7억8500만원에 이른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소유한 벤처기업을 통해 자문위원을 지낸 곳에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인수위 출범 직전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과거 맥쿼리,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다만 비서실장직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농협경제지주 사외이사를 맡아 역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한국외대 총장 재임 당시 제자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교수에게 포상을 했고, 본인 역시 총장 때 사외이사를 지내며 셀프 허가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과거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를 구입한 뒤 같은 해 8월에 전입했다. 이 무렵 배우자 권씨는 같은 달에 강남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한 바 있다.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그의 장남이 2018년 말 엔서스그룹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운영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회사의 관계사는 과거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당 회사의 설립지 역시 조세피난처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 차장직을 지내며 실제로는 관사에 거주했으나 서울, 경기 등지에 주택을 보유해 논란이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모친이 실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액보다 높은 근저당권을 설정해 입길에 올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비위로 인해 고용부가 감사해 해임 요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비위가 적발된 이력이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6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예금 대부분이 특허 수입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현재까지 큰 논란거리는 없다. 다만 조만간 국회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밝히느냐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도 난감한 분위기다. 인사 검증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더 큰 의혹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에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비판 여론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국회에서는 전운마저 흐른다. 민주당의 강도 높은 공격과 국민의힘의 철판 방어태세가 예상된다.

험난한 
앞길 예고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로 예정돼있다. 첫 시작은 한 총리 후보자다. 청문회의 결과에 따라 차기 윤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에 발목이 잡힌다면 차기 정부가 시작부터 순풍 대신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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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