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갈법' 야누스 민주당 막가는 노림수

정녕 독박이 두렵지 않은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라 칭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의 지지로 만들어진 정부라는 뜻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문정부 역시 그 공을 잊지 않았지만 출범 4년차 들어서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문체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해 가결했다. 

일사천리
밀어붙여

전체 위원 16명 중 찬성은 9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상임위원장석을 에워싸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도종환 위원장은 그대로 기립 표결을 진행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 등 ‘가짜 뉴스’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매출의 1만분의 1(하한선)부터 1000분의 1(상한선)까지 배상액이 부과될 수 있다.

배상액 선정이 어려울 경우 1억원까지 부과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발생한 손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출하는 방식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해배상액에 하한선을 두는 것이 기본 법리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정 대상의 내용이 기존 보도의 일부일 경우 분량을 기존 보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도록 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만 받아도 무조건 청구 사실을 해당 기사에 병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정 요건이 되는지 따지기 전에 오보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허위·조작 보도와 관련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과실 추정’ 조항도 명확성이 떨어진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김의겸 의원 동원해 강행 처리
언론·시민단체 반발 나몰라라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하거나 계속·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 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때 입증 책임은 언론사에 있다. 일반적으로 손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쪽에 입증 책임이 있던 이전까지의 사법체계 개념과는 다른 방향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우려가 제기될 만한 부분을 일부 반영해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가결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고위공직자와 기업 임원 등을 배제하고 입증 책임을 피해자(원고)로 명확히 하는 등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 6개 조항을 4개 조항(▲보복적·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 가중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정정·추후 보도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 자료를 조합해 왜곡)으로 압축했다는 입장이다.

개념이 모호해 악용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많은 야당 의원이 기립 요구인지 거수 요구인지도 제대로 못 듣고 앉아 있었는데도 여당 의원들을 기립시켰고, 김의겸 의원이 제일 먼저 기립했다”며 “교조주의” “불법 표결” “의회 폭거”라고 성토했다. 

야 반발
역부족?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언론 관련 단체들과 시민단체들도 크게 반발했다. 국내 언론 7개 단체(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는 조금도 용납할 수 없다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한 반민주적 행태, 과거 군사정권 시절보다 못한 수준의 국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단체도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강행 처리로 민주당은 또 다시 언행 불일치와 내로남불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며 “문재인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한 채 의석수를 등에 업고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수정해 표결한 것에 대해서도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강행 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8월 처리
가능성↑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민주당의 수정 개정안에 “시민피해 구제를 높이기 위한 핵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전면 수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 “여전히 문제를 안은 채 일부만 수정됐다”며 “입증책임 배분 요건을 보완하고 언론의 비판적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을 전면 수정하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것도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닷새 숙려 기간을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25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6월2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두 달 만이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잘못된 언론 보도로 본 피해를 구제하는 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언론중재법에 대해 세계신문협회나 국제언론인협회 등에서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내놨던 청와대가 개정안 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고의·중과실 조항 수정했지만…
“요식 행위 불과해” 비판 나와

이 관계자는 “헌법 제21조와 신문법 제3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에게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하고 있듯이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야당과 언론계·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이 7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언론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법안을 처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표면상으로는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민주당의 눈은 내년 대선에 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는 10월 대선후보 선출 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해 최종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이 후보 검증을 위해 내놓을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해 미리 선제공격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실제 일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조국 사태, 4·7 재보궐선거 패배 등이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들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이런 요구가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한 이후 급속도로 커졌다는 것.

민주당이 정치권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지지층의 분노도 포함돼있다는 주장이다. 재보선 참패로 사실상 검찰개혁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분노한 지지층을 달래고 규합하기 위해 언론개혁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욕먹어도
괜찮다고?

다시 말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을 때 제기될 비판보다 법안을 포기했을 때 이뤄질 지지층 이탈이 민주당에는 더 악재로 보였다는 뜻이다. 정권재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대선 로드맵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민주당 입법 폭주
‘언론법에 가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도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8일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소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치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나왔지만 감축 목표 수치를 35% 이상으로 수정한 뒤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교육위원회도 이날 사립학교 교원의 신규채용 시험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회부된 법안 7건의 의결을 강행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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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