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갈법' 야누스 민주당 막가는 노림수

정녕 독박이 두렵지 않은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라 칭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의 지지로 만들어진 정부라는 뜻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문정부 역시 그 공을 잊지 않았지만 출범 4년차 들어서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문체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해 가결했다. 

일사천리
밀어붙여

전체 위원 16명 중 찬성은 9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상임위원장석을 에워싸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도종환 위원장은 그대로 기립 표결을 진행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 등 ‘가짜 뉴스’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매출의 1만분의 1(하한선)부터 1000분의 1(상한선)까지 배상액이 부과될 수 있다.

배상액 선정이 어려울 경우 1억원까지 부과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발생한 손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출하는 방식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해배상액에 하한선을 두는 것이 기본 법리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정 대상의 내용이 기존 보도의 일부일 경우 분량을 기존 보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도록 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만 받아도 무조건 청구 사실을 해당 기사에 병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정 요건이 되는지 따지기 전에 오보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허위·조작 보도와 관련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과실 추정’ 조항도 명확성이 떨어진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김의겸 의원 동원해 강행 처리
언론·시민단체 반발 나몰라라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하거나 계속·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 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때 입증 책임은 언론사에 있다. 일반적으로 손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쪽에 입증 책임이 있던 이전까지의 사법체계 개념과는 다른 방향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우려가 제기될 만한 부분을 일부 반영해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가결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고위공직자와 기업 임원 등을 배제하고 입증 책임을 피해자(원고)로 명확히 하는 등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 6개 조항을 4개 조항(▲보복적·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 가중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정정·추후 보도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 자료를 조합해 왜곡)으로 압축했다는 입장이다.

개념이 모호해 악용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많은 야당 의원이 기립 요구인지 거수 요구인지도 제대로 못 듣고 앉아 있었는데도 여당 의원들을 기립시켰고, 김의겸 의원이 제일 먼저 기립했다”며 “교조주의” “불법 표결” “의회 폭거”라고 성토했다. 

야 반발
역부족?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언론 관련 단체들과 시민단체들도 크게 반발했다. 국내 언론 7개 단체(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는 조금도 용납할 수 없다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한 반민주적 행태, 과거 군사정권 시절보다 못한 수준의 국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단체도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강행 처리로 민주당은 또 다시 언행 불일치와 내로남불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며 “문재인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한 채 의석수를 등에 업고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수정해 표결한 것에 대해서도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강행 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8월 처리
가능성↑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민주당의 수정 개정안에 “시민피해 구제를 높이기 위한 핵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전면 수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 “여전히 문제를 안은 채 일부만 수정됐다”며 “입증책임 배분 요건을 보완하고 언론의 비판적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을 전면 수정하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것도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닷새 숙려 기간을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25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6월2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두 달 만이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잘못된 언론 보도로 본 피해를 구제하는 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언론중재법에 대해 세계신문협회나 국제언론인협회 등에서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내놨던 청와대가 개정안 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고의·중과실 조항 수정했지만…
“요식 행위 불과해” 비판 나와

이 관계자는 “헌법 제21조와 신문법 제3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에게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하고 있듯이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야당과 언론계·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이 7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언론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법안을 처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표면상으로는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민주당의 눈은 내년 대선에 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는 10월 대선후보 선출 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해 최종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이 후보 검증을 위해 내놓을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해 미리 선제공격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실제 일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조국 사태, 4·7 재보궐선거 패배 등이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들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이런 요구가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한 이후 급속도로 커졌다는 것.

민주당이 정치권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지지층의 분노도 포함돼있다는 주장이다. 재보선 참패로 사실상 검찰개혁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분노한 지지층을 달래고 규합하기 위해 언론개혁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욕먹어도
괜찮다고?

다시 말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을 때 제기될 비판보다 법안을 포기했을 때 이뤄질 지지층 이탈이 민주당에는 더 악재로 보였다는 뜻이다. 정권재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대선 로드맵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민주당 입법 폭주
‘언론법에 가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도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8일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소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치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나왔지만 감축 목표 수치를 35% 이상으로 수정한 뒤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교육위원회도 이날 사립학교 교원의 신규채용 시험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회부된 법안 7건의 의결을 강행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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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