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오렌지메세지 ‘먹튀’ 소송 전말

‘알림톡’ 선불금 들고 날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오렌지메세지. 2000여곳에 달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알림톡’ 등 비즈 메시지 전송 대행업을 벌여왔다. 지난달 들어 서비스가 돌연 중단됐다. 회사는 연락이 끊긴데다 사무실 행방까지 묘연하다. 의도적인 ‘먹튀’라는 의심이 확신처럼 굳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같은 피해자이자 조력자인 ‘화난사람들’과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소송 플랫폼으로 알려진 ‘화난사람들’도 오렌지메세지의 고객이다. 2018년 8월부터 줄곧 알림톡과 문자 발송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공동소송 진행 상황을 참여자들에게 원활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의도적으로?

화난사람들은 지난달 중순 피해 사실을 알아챘다. 서비스가 먹통이 된 이유를 살피다 들어가본 오렌지메세지 고객센터 게시판이 ‘난장판’이 돼있었던 것이다. 게시판에는 이미 비슷한 불편신고가 수십건이나 쌓여있었다. 그중 “소위 ‘먹튀’를 당한 것 같으니, 공동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반면 회사 측 해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비스 중단 공지도 없었고, 며칠간 쌓인 문의에 달린 답변도 없었다. 그 침묵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렌지메세지 측은 서비스 중단 배경을 밝히지 않은 채 잠적한 상태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화난사람들에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날 오후, 화난사람들 대표인 최초롱 변호사에게 직접 사건의 경위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최 대표 설명에 따르면 기업들이 피해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점은 늦어도 지난달 14일이었다.


최 대표는 “우리는(지난달) 16일에 피해 사실을 알았는데, 우리보다 먼저 인지한 기업이 여럿 있었다”며 “공동 대응을 위한 ‘채팅방’이 만들어진 게 (지난달)14일이니 늦어도 이날부터는 피해 사실이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피해 기업은 120곳가량 된다”고 전했다. 다만 오렌지메세지 이용 기업이 2000곳에 달한다고 알려진 만큼, 피해 기업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피해 금액 집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알림톡 전송 대행 업계의 선불 포인트 정책 때문이다. 고객이 돈을 선불 결제하면 포인트를 충전받고, 업체의 시스템상에서 발송되는 알림톡 수에 따라 포인트를 차감하는 구조다. 이때 기업별 잔여 포인트가 천차만별인 게 추산의 걸림돌이다.

공지 없이 서비스 중단 후 잠적
피해 기업들 공동 대응 절차 돌입

최대 1000만원까지 충전 가능하고, 미리 수십∼수백만원씩 충전해두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피해 금액이 최소 수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기업들은 공동 대응 합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렌지메세지 측이 고객센터 게시판을 폐쇄해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잠적 후 유일한 회사 측의 ‘공식 행보’다. 현재 오렌지메세지 홈페이지는 고객센터 게시판만 제외하면 모두 정상 접속이 가능하다. 추가 결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기업들은 게시판이 항의 및 공동 대응 논의 창구로 활용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던 오렌지메세지가 ‘잠행을 깬다’는 큰 부담을 지면서까지 게시판을 폐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피해를 아직 인지하지 못한 기업들을 계속 속이려는 의도 역시 담겨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굳이 고객센터 게시판만 콕 집어 폐쇄한 이유가 선불제의 허점을 노린 사기 수법과 동일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렌지메세지 입장에서는 서비스 중단 사실만 잘 숨긴다면 이를 모른 채 관성적으로 돈을 충전하는 기업들을 ‘돈줄’로 계속 잡아둘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달에도 계속 선불 충전을 하던 도중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불제였다면 생기지 않았을 피해다.

<일요시사>는 오렌지메세지 측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매번 안내 음성이 잠시 이어지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와 함께 끊어졌다.

기자는 본사를 직접 방문하기로 마음먹었고 홈페이지에 적힌 사무실 주소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등기된 것과 같은 주소였다.

명시된 주소에 따르면 오렌지메세지 본사는 서울 송파구 문정역 인근 사무실 밀집단지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렌지메세지는 그곳에 없었다. 대신 아무 관련도 없는 업체가 입주해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렌지메세지의 행방을 아느냐”고 묻자 “입주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피해 기업들도 오렌지메세지의 ‘행방불명’ 사태를 파악했다. ‘연락 두절’에 이어 ‘소재 파악 불가’ 소식까지 알려지자, 기업들 사이에서는 계획 사기라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일각에서는 일명 ‘괘씸죄’를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렌지메세지가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업무상 혼선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오렌지메세지가 서비스 중단 소식을 끝내 알리지 않아 업무 차질이 빚어진 점을 문제 삼았다.

명시한 사무실 주소엔 다른 업체  
피해 금액은? 아직 집계 못한 상황

그는 “서비스 지속이 어려워진 점을 미리 고지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전혀 공지된 바 없어서 우리 기업의 알림 서비스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지금도 이 문제를 알지 못하고 계속 쓰고 있는 피해 기업들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책임을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결국 법적 절차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피해 기업들은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화난사람들도 여기에 참여하게 되면서 피해자가 조력자 역할까지 맡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달 17일, 화난사람들 ‘일단모여’ 페이지에 오렌지메세지 공동 대응 논의 창구가 마련됐다. 현재 피해 기업들은 채팅방과 이곳을 활용해 각종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형사소송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소송은 승소한다고 해도 피해액 변제를 보장받을 수 없어서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오렌지메세지가 자력이 없다면 민사소송을 해도 남은 금액을 돌려받기 어렵다”며 “사실상 돈을 돌려받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형사고소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범죄가 성립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오렌지메세지 A 대표에게 적용될 혐의는 ‘사기죄’가 유력하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영업을 더 이어가기 어렵겠다고 인식해 서비스를 중지했음에도 돈이 계속 들어오게 두고, 이를 챙겨 잠적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짚었다.

피해 기업들은 더 나아가 오렌지메세지의 행보에서 적극적인 기망 의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오렌지메세지의 홈페이지 운영 행태가 주된 근거로 꼽힌다.

변제는?


최 대표는 “서비스 중단 직전에 입금을 한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업체에서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결제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사이트에는 관련 공지가 없는 반면, 결제는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말 그렇다면 의도한 사기도 성립하는 경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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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