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긴' 캠핑카 구매자의 한숨

만든 놈, 판 놈, 개조한 놈 ‘한통속’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달 불거진 아리아모빌 사태(<일요시사> 1365호 ‘캠핑카 아리아모빌’ 먹튀 사태 전말)로 캠핑카 업계의 어두운 단면이 세간에 알려졌다.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캠핑카 업계 특성 탓에 고객 보호체계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A씨도 최근 이 사실을 통감했다. 캠핑카 개조 업체에 이어 제조사 ‘르노’까지 책임을 회피하자,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가 캠핑카를 구매한 것은 지난해 7월. 평소 차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실 출고 전부터 캠핑카 업계의 ‘그림자’를 알고는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A씨는 결국 출고를 강행했다. 그는 차량 제조사의 이름값과 판매사 직함에 대한 믿음을 ‘출고의 변’으로 들었다.

책임 회피

A씨는 “원래 차에 관심이 많아서 외제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다. 캠핑카 업계 사정도 대충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더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했다. 르노가 만든 베이스 차량을 르노 공식 딜러사인 B사가 개조해 판매한다고 하니 문제없을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A씨의 캠핑카는 르노의 ‘마스터’ 차량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B사는 당초 3인승 밴으로 생산된 2019년식 차량을 가져와 판매하고 있었다. 남은 재고 일부를 처리하기 위해 캠핑카 판매 자회사를 설립하고, 개조‧정비 업체 C사와 협업했다.

A씨 차량은 2019년 11월 생산됐다. 생산한 지 1년8개월 만에 판매되다 보니, 소모품 노후화 우려가 자연히 따라왔다. B사는 계약 당시 A씨에게 “연식이 지나긴 했어도 운행은 전혀 하지 않은 차량”이라며 “배터리 등의 소모품은 새 제품으로 모두 교환한 뒤 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모품 교환은 없었다. B사의 거짓말은 출고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겨울날, 돌연 차량 시동이 꺼지면서 들통났다. A씨는 점검을 위해 찾은 정비소에서 “배터리 수명이 35% 정도 남았다. 배터리를 교체한 흔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이외에도 A씨 차량에는 갖은 잔고장이 뒤따랐다. 배터리에 연결한 전선 일부가 까맣게 탄 채로 발견되기도 했고, 하부 엔진 떨림‧오디오 불량 현상이 잇따라 확인됐다. 올해 초에는 앞유리에 저절로 금이 가기도 했다. 

A씨는 마스터 차랑 동호회 등에서 비슷한 피해사례를 파악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자 책임 소재를 나름대로 구분했다. 배터리가 탄 것은 개조 과정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C사에 문의하고, 앞유리에 금이 간 것은 제조사의 귀책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르노에 문의하는 식이었다.

앞유리 금 가고 전선 타도
하자 생겨도 모두 ‘외면’

하지만 그 어느 곳 하나 시원하게 ‘책임’을 인정하는 곳이 없었다. 르노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상 교체를 거절했고, B사와 C사는 서로 책임을 돌리기 바빴다.

A씨는 앞유리를 교체하기 위해 르노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 서비스센터에서도 “외부요인으로 인한 파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진단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무상 교체를 요구했지만, 회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서비스센터 측은 “본사에 무상교환 여부를 문의하면 앞유리에 붙은 블랙박스를 문제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블랙박스가 ‘허가되지 않은 부착물’로 간주돼 파손 책임을 오히려 A씨에게 물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지점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냈다.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 블랙박스는 B사에서 구매한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공식 딜러사에서 단 블랙박스가 무허가 부착물이라는 게 납득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상수리 가능 여부를 문의해달라고 요청했다. ‘B사에서 구매한 블랙박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며칠 뒤 본사 방침이 전해졌다. 예상대로 “무상수리 불가”였다.

A씨는 블랙박스를 판매한 B사와 이를 부착한 C사에게 항의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양사가 벌이고 있는 책임 공방의 안건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

B사는 각종 결함에 대한 책임을 계속 부인했다. “판 것은 우리지만, 만들고 고친 것은 우리가 아니니 그쪽에 문의하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앞유리에 대해서도 “왜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버텼다. B사는 “배터리값만 보상해주겠다”고 했다.

C사는 “애초에 협업 계약 때부터 우리는 차량 개조와 개조 부분에 대한 A/S, 이 두 가지만 맡기로 했다”며 “모든 책임은 B사에서 지기로 했으니 그쪽과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폭탄 돌리기’는 결국 A씨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에야 일단락됐다. B사는 “배터리 교환 및 관련 부대비용을 제공하고, 앞유리 무상 교체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태도를 일부 바꿨다.

A씨는 B사가 알려준 르노 서비스센터 지점으로 차를 보냈다. 이때 들어간 탁송비는 A씨가 내야 했다. 이 지점에서는 “무상 교체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앞유리 교체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달간 매달려온 일이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구나.” A씨는 속이 후련하면서도 허탈했다고 고백했다. 또 “르노 측의 일관성 없는 AS 규정에도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자 책임 돌리기 급급 
업계 ‘고질병’ 해결책은?

르노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르노 관계자는 “‘공식 딜러사’라고 해도 결국 허가를 받고 차를 판매하는 법인일 뿐, 별다른 추가 권한이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르노는 이들이 독단적으로 판매하는 물품들을 공식 제품으로 인정한 바 없으며, 그 물품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대신 책임지지 않는다. 이는 딜러 개인의 책임”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찾은 서비스센터 중 2번째와 3번째 지점이 마스터를 수리할 만한 시설이 갖춰진 곳이었다”며 “두 지점에서 조언을 구한 전문가가 달랐고, 유리 파손과 블랙박스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들의 견해가 서로 달랐던 것이 ‘입장을 뒤집었다’는 오해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르노 측 설명을 전해 들은 A씨는 “그게 이렇게 결과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전문가 판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전문가들이 그 기준에 따라 공통된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B사는 배터리와 앞유리 외의 결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본사 A/S 지침과 부딪히는 블랙박스 판매 행위에 대한 환불도, 사과도 거부하는 중이다.

이에 관해서는 캠핑카 업계의 ‘고질병’이 또 도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A씨의 사례 역시 영세 업체의 비전문·비체계가 고스란히 고객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라는 것.

A씨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A씨는 B사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선 시급

A씨는 “돈 몇 푼이 아쉬워서 이렇게까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연히 누려야 할 고객의 권리가 이들의 ‘주먹구구식 운영’에 묻혀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강제로라도 책임을 다하게 해 이 같은 문제에 무감각한 업계를 일깨우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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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