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여주·홍천이 뜬다고?

정부의 고강도 정책이 이어지자 비규제 지역인 수도권 일부 지역과 강원도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출 문턱이 비교적 낮고, 곳곳에 교통 호재도 포진돼 있어 내 집 마련이나 세컨드용 주택을 꿈꾸는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청약과 대출 등 각종 규제가 덜한 경기도 이천과 양평 등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규제를 벗어난 지역은 경기도 여주·포천·동두천·이천·양평·연천·가평과 인천 강화·옹진 등지다.

각종 규제
덜해 인기

우선 비규제 지역은 청약 문턱이 낮다.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6개월이 넘고 만 19세 이상이면 세대원 및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또 재당첨 제한이 없어 기존 주택 당첨 이력과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다. 전매제한, 대출 등에 관한 규제도 비교적 덜하며 6개월 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2020년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대부분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준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로 강화하면서 전매제한 기간이 짧은 신규 단지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70%로 높아 대출 부담이 적다.

수도권 비규제 지역은 청약, 대출 등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실수요자가 부담 없이 청약 통장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조정대상지역에 세제가 강화되는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비규제 지역에  관심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실제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경우 거래량 등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 지역 규제에서 벗어난 경기도 이천의 거래량은 지난해 기준 총 4220건으로, 전년 대비 62.87% 증가했다. 연천군 역시 같은 기간 거래량이 2배 이상(182→372건) 늘어났다. 이외에 여주(81.42%), 포천(44.84%), 가평(36.3%) 등지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평균 매매 거래량이 37.32%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수도권 내 비규제 지역 청약 시장도 뜨거웠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주 초월읍 일원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초월역 1·2단지’는 각각 62.04대1, 53.78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여주에서 선보인 ‘여주역 센트레빌 트리니체’는 1순위 평균 24.68대1의 경쟁률과 함께 여주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 합리적 분양가
대출 문턱 낮고 교통 호재도

다음으로 대표적인 비규제 지역인 강원도 주택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이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수자 우위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강원만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매도자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강원만 유일하게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이다.

지방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집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에서는 집값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0.02%, 지방은 0.13%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각각 0.33, 0.35, 0.31%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1월 강원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6%였으며, 특히 속초는 1.24%를 기록해  홀로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강원이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도 가까워 외지인들에게 세컨드하우스로 투자가 이어지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을 지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강원도내 18개 시·군·구 모두 비규제 지역이다. LTV가 무주택자 기준 최대 70%까지 적용된다.

나홀로
상승세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 다수의 광역 교통망 호재가 본격 추진되면서 외곽에 위치한 비규제 지역에서도 지역 도심 및 서울 등지를 쉽게 오갈 수 있게 됐다”며 “비규제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며 적당한 가격대의 신규 단지를 찾는 내 집 마련 및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몰리면서 신규 단지에 높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일부와 강원도 지역에 분양 중인 주거단지.

 

▲휴먼빌 까사포레= 경기도 이천의 시세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천마장지구에 마지막 브랜드 아파트가 건립될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천강개발이 시행하고 일신건영이 짓는 ‘휴먼빌 까사포레’는 분양을 시작했다.

프리미엄
효과 톡톡

지하 2층~지상 20층, 5개동, 총 338세대 규모에 선호도 높은 중소형 평형(62~84㎡)으로 구성된다.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 친화 단지로 계획됐다. 남향 위주의 설계에 포베이(4bay) 평면 구성이라 조망, 채광, 통풍이 우수하다. 대형 드레스룸과 광폭발코니를 제공해 쾌적한 주거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단지로 합리적인 분양가를 기대할 수 있다.

단지가 들어설 이천마장지구는 경기도 이천 마장면과 오천리 일원 69만3000㎡ 규모에 약 3000여 세대 규모로 개발되는 택지지구다. 국토교통부 지정 이천 최초의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용인·이천 생활권역에 위치한다.

분양 관계자는 “이천은 교통 환경 개선 및 대형 개발 호재 등으로 수요자 및 투자자 모두에게 관심받고 있는 대표적인 비규제 지역으로, 대규모 산업체가 입주해 있어 주택 수요가 탄탄하다”며 “그중 이천마장지구에 예정된 휴먼빌 까사포레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점 등으로 연일 홍보관을 찾는 방문객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풍경채 리버파크= 제일건설이 경기도 연천군에서 분양에 나서는 ‘제일풍경채 리버파크’도 비규제 지역 분양이란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지역은 대학 입시 때 ‘농어촌 특별 전형’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일원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1층~지상 27층, 10개동, 전용면적 65~220㎡, 총 845가구로 구성된다. 단지는 남향 위주의 동 배치로 채광과 일조권을 극대화했고, 한탄강 조망(일부 세대 제외)이 가능하다.

4베이 구조로 개방감을 키웠고 집안 곳곳에는 드레스룸, 펜트리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특화설계도 적용했다. 쾌적한 공원형 단지로 설계되며,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조성된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3억도 안 되는 2억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된다.

수도권 일부·강원 비규제 지역
내 집 마련·세컨드용 주택 관심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필지 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된다.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는데, 집 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또 텃밭,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등도 제공한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홍천 리빙웰타운은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윈덤 강원 고성= 강원도 고성 토성면 봉포리에서 하이엔드 생활숙박시설 ‘윈덤 강원 고성’이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8층, 총 489실 규모다. 전용면적 27.70~148.68㎡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다른 생활숙박시설과는 달리 윈덤이 직접 위탁 운영을 맡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호텔체인 윈덤그룹은 1981년 설립돼 전세계 80여개국 21개 브랜드 9200여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세계 최대 호텔그룹 윈덤이 위탁 운영하는 만큼 단지 설계도 5성급의 하이엔드로 지어질 예정이다. 489개 전 객실 오션뷰 특화설계로 구성되고, 일부 타입에서는 오션+마운틴의 더블뷰가 가능하다. 마운틴뷰에서는 설악국립공원 특히 울산바위 조망이 가능하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제한이 없어 언제든 전매가 가능하다. 주택 수에도 포함이 되지 않는다. 생활숙박시설 분양금지 법안이 추진 중이어서 소비자의 관심과 희소성이 매우 높아졌다.

청약통장
필요 없어


분양 관계자는 “세계 최대 호텔그룹인 윈덤과 복합리조트 ‘아난티 남해’등을 시공한 신세계건설의 만남,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5성급 생활숙박시설이라는 점에서 분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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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