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묶인 분양시장 틈새 상품은?

올해 분양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의 여파로 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어서다. ‘영끌’로 내 집 마련하던 열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3고(대출 규제·기준금리 인상·세금)’의 영향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틈새시장을 노린 비규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한 수도권 오피스텔, 비규제 지역인 강원도의 세컨드하우스 등이 있다. 먼저 그동안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오피스텔이 올해부터 DSR 40% 직격탄을 맞게 됐다.

오피스텔
40% 직격탄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상가, 빌딩, 토지 등 비주택 담보대출도 지난달부터 차주별 DSR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비주택 담보대출을 포함해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 40%를 부과한다.

당초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DSR 적용은 다음 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1년6개월 앞당겨 시행된 것이다. 올해부터 신규 분양하는 오피스텔의 잔금 대출에도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발 빠른 수요자들은 이미 모집 공고를 낸 오피스텔 선점에 나서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달 이전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분양 단지들은 중도금 및 잔금 대출과 관련해서 DSR 40%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전 모집 공고 승인을 받은 오피스텔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도금과 잔금 대출을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텔을 조기 선점하는 게 가능하다고 전망된다.


DSR 피한 수도권 오피스텔
비규제 강원도 세컨드하우스

강원도 세컨드하우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도는 비규제 지역일 뿐 아니라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아 외지인들에게 좋은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교통 여건이 속속 좋아지고 있는 점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강원도는 제주도 부럽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교통망이 정비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 강일IC에서 양양IC까지 90분대 접근이 가능해졌고, 강릉역 개통으로 전국 대부분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였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등 추가적인 교통 호재는 물론 관광지 개발 사업 등의 영향으로 향후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투자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월평균 14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자료 강원도 관광재단).

강원도 내 위치한 주택을 외지인이 매입하는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도내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량(2만6436건) 중 서울 및 기타 지역 거주민의 매입량은 1만508건에 달했다. 외지인의 매입 비중은 2020년보다 9.47%포인트 늘어난 39.74%에 육박했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구 모두 비규제 지역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무주택자 기준 최대 70%까지 적용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분양시장은 규제를 피한 틈새 상품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DSR 규제를 피한 수도권 오피스텔은 실거주자용으로, 비규제 지역인 강원도 세컨하우스는 투자용으로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규제 벗어난 수도권·강원도 틈새 상품.

 

▲구일 투웨니퍼스트 하이앤드=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단지형 투룸 오피스텔이 분양 소식을 전해 화제다. ‘구일 투웨니퍼스트 하이앤드’가 주인공.


투룸 오피스텔 216실이 지하 1층~지상 19층, 3개동에 단지형으로 조성된다. 지상 2층부터 19층까지 층별로 4개 호실의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동별로는 오피스텔이 계단식 구조로 배치된다. 주차대수는 176대(법정173대).

주거형 오피스텔로, 소형 아파트 못지않은 내부시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우선 투룸 3베이(Bay) 주거형 특화설계를 적용해 소형 가구 거주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이다. 구로구 최초 더블올림공간으로 커진 실사용 면적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침실 4개와 욕실 2개가 적용돼 3~4인 가족 거주가 가능하다.

천혜의 환경
좋아진 교통

탁월한 자연채광과 통풍성을 강점으로 서울 서남권 소형 아파트 수요를 흡수할 전망이다. 특히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관리비 부담도 낮췄다. 거실과 주방을 분리 설계해 쾌적한 주거생활도 가능하다. 삼성 시스템에어컨, 삼성 세탁기 및 건조기, 비스포크 냉장고, 3구 인덕션 등 고품격 패키지도 제공할 예정으로, 입주 시 편리한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집 안의 가전제품과 보안 가스감지기들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코콤 스마트홈 IoT 시스템이 적용된다. 강마루와 고급 아트월 마감 시공을 통해 세련된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단지 입구에는 주차장과 경비실을 배치해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신경을 썼다.

소형 아파트?
우수한 상품성

분양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를 뛰어넘는 고품격 투룸 주거용 오피스텔로서 층고를 높이는 올림공간 설계까지 적용돼 방 4개를 사용할 수 있다”며 “화장실도 2개가 마련돼 소형 아파트보다 우수한 상품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계약금 10%,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2024년 상반기까지 자금 부담이 없다. 분양권 상태로 전매는 안 되지만 주택 수와는 무관하다. LTV 최대 70%까지 적용받는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DSR 2단계 규제도 피해 잔금 대출도 가능하다.

 

▲브릴란테 덕수궁= 서울 중심 업무지구를 배후에 둔 오피스텔 ‘브릴란테 덕수궁’이 분양 중이다. 옛 저경궁 터인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12길 30 외 1필지에 자리한다. 지하 3층~지상 15층 전용 27~41㎡ 오피스텔 130실, 근린생활시설 10실 규모로 조성된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이에 최적화된 1.5룸과 2룸 구조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신규 오피스텔인 만큼, 고효율 설계를 통해 개방감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세대에는 다락형 구조를 적용해 차별점을 더했다. 게다가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남산과 덕수궁 뷰를 담은 테라스를 적용한 세대도 있어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국내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시청, 광화문, 중심업무지구(CBD) 권역에 속해 풍부한 배후수요를 품고 있다. 서울시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CBD 일대 등록된 사업체는 총 9만9806개이며 종사자 수는 65만3014명에 이른다. 서울시 내 전체 사업체(82만3624개)의 약 12%가 몰려 있는 셈이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들이 주 수요층인 데 따라 공실 위험도 적다.

 


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 세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3고’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4가지 타입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로 마련돼 있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3억원도 안되는 2억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고 한다. 필지 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집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 제공, 넓은 독립 마당 조성, 광폭 테라스 제공 등이 있다.

1가구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2주택이 돼도 양도세는 비과세가 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속초 하워드존슨=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일대에 들어서는 생활숙박시설 ‘속초 하워드존슨’이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22~54 ㎡, 총 476호실 규모로 들어선다. 연 2000여만명의 풍부한 수요를 품고 있는 속초 관광 인프라의 중심 입지에 들어선다.

희소성 높은 입지적 장점을 살려 일부 호실에서는 청초호, 동해바다, 설악산 등 우수한 조망권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관광객들은 숙박시설에 머무는 동안 실내에서도 반짝이는 물결과 야경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희소성 높은
입지적 장점

층고 약 7m의 1층 로비는 반짝이는 속초의 바다를 재해석한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2층에는 대규모 관광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멀티 레스토랑을 비롯해 속초의 전경을 누릴 수 있는 야외 바, 파티룸 등이 제공된다. 옥상에는 속초의 일출, 일몰을 표현한 루프톱 가든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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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