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하고 놀면서 살아볼까

최근 테마가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친환경 웰빙 바람, 워라벨 확산, 펫코노미 시대 등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차별화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테마형 단지로는 반려견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스포츠·뽀로로·관상어 등 테마 쇼핑몰, 온천·스파 테마 세컨드하우스(타운하우스) 등이 있다. 먼저 반려동물 가구 증가와 함께‘펫이코노미(Pet+economy·반려동물 관련 산업)’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도 반려동물 케어 기능을 갖춘 주거공간을 앞다퉈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  
시대적 흐름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최근 3년간 평균 14%씩 성장했다. 2027년엔 시장 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특화 커뮤니티를 갖춘 주거 공간이나 숙박시설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그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펫가든, 펫존, 펫케어센터 등 반려동물 특화 커뮤니티를 갖춘 주거 및 숙박공간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뽀로로·관상어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앞세운 테마상가도 주목받고 있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의 장기화 등으로 온라인 쇼핑 추세가 확산되면서 백화점식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테마 매장을 대거 배치하는 상가가 분양 시장을 주도하는 추세다. 단순 상가 개발 시대에서 차별 콘텐츠로 수요를 촉발하는 상권 개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웰빙 바람, 워라벨 확산, 펫코노미 시대
테마형 오피스텔·상가·세컨드하우스 인기

이에 따라 가족 단위로 테마시설을 즐기다가 함께 음식을 먹고 레저를 즐기는 새로운 유형의 복합쇼핑몰이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반려견·묘 전문 상가를 비롯해 의료 전문 메디컬 클리닉 복합몰,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 입점을 통한 푸드타운몰 등의 테마 상가도 등장하고 있다.

온천이나 스파 등을 내세운 테마형 온천·스파 테마 세컨드하우스는 조망권 보장은 물론 건강이나 미용, 뷰티, 힐링 등을 즐길 수 있어 현재 트렌드에 강점이 있다. 각 세대에서 온천이나 스파를 하며 강이나 바다, 산, 공원 등을 즐긴다면 입주자에게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희소성으로 인한 프리미엄 형성이 기대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아파트 규제의 반사효과로 비아파트 단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최신 트렌드나 현상을 반영한 테마를 통해 타 상품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테마형 수익형·세컨드하우스 단지.

 

▲선유도역 펫앤스테이= 서울 영등포구 내,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에 반려동물 특화 주거 공간을 앞세운 ‘펫앤스테이’가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2층, 1개동, 전용면적 19·29㎡, 총 149실 규모다. 타입별로는 19㎡ 97실, 29㎡ 52실의 1~1.5룸 구조로 이뤄진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동물병원, 도그짐, 펫 동반 카페, 펫 호텔 등의 펫 전문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미끄럼방지 바닥부터 펫도어, 반려견 전용 샤워기, 특화 조명, 차음 중문, 환기시설 등 반려동물의 건강과 편의를 고려한 요소가 인테리어에 반영된 것도 특징이다. 공용 공간에는 앞마당(운동장), 세족시설, 배변 처리기, 무인 택배실, 코인세탁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입주민을 위한 전용 발레 주차 시스템 또한 운영 계획에 있다.

도보 거리에 다양한 녹지공간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인근에 안양천 수변공원,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등이 있는 트리플 녹세권이다. 입주자는 이곳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 휴식 등을 취하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패밀리 시그니처 리조트 쎄시오= 중부 서해안 관광 명소인 인천 영흥도의 최고급 휴양시설로 각광받고 있는 리조트형 생활숙박시설 ‘패밀리 시그니처 리조트 쎄시오’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반려견 전용 특화시설을 갖춰 재조명을 받고 있다. 대지면적 9960㎡, 연면적 2만78 99㎡에 7층 규모다. 총 400여 객실과 클럽메드식(숙박, 음료 및 식사, 각종 스포츠 강습 등을 즐길 수 있는 종합 휴양 서비스를 제공)의 다양한 부대시설로 이루어진다.

특화 서비스
생활의 활력

‘반려견 프렌들리 리조트’를 표방한 만큼 반려견 전문 바닥재와 인테리어까지 따로 기획했다. 반려견 전용 산책로, 펫파크, 펫비치, 애견병원, 애견호텔, 애견 용품점 및 미용 반려견 전용 셀프샤워장 등까지 마련해 반려견을 동반한 이용객의 이목을 끌 예정이다. 객실은 스탠다드룸 A타입(22.48㎡) 300실, 스탠다드룸 B타입(23.08㎡) 35실, 스탠다드룸 C타입(31.27㎡) 16실, 로얄스위트룸 I타입(103.50㎡) 2실, 펜트하우스 PENT (45.00㎡) 37실 등으로 나눠 분양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현상 반영
타 상품과 차별화 전략

경치가 아름다운 영흥도 안에서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을 입지로 선정해 오션뷰를 원하는 대다수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이곳에 묵는 고객들은 전 객실에서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고, 고객 전용 프라이빗 비치에서 온 가족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반려견과의 여행을 꿈꾸는 고객을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리조트 동을 따로 구성할 예정이다.

반려견 호텔과 병원부터 전용 풀장 및 전용 비치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프리미엄 푸드홀 ‘일마레’의 입점도 확정됐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마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를 ‘일마레의 거리’로 불리게 할 정도로 명성을 떨쳤으며, 현재 레스토랑을 거쳐 프랜차이즈 외식사업, 해외사업,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다채로운 협업을 통해 영흥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전용 풀장
전용 비치

영흥도는 서울에서 약 60㎞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서해안 해양관광의 거점휴양지로, 예전에는 배를 타고 오가야 하는 섬이었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영흥대교가 건립된 이후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동탄역 그란비아스타= 경기 남부의 교통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동탄역 인근에 오는 4월 들어서는 ‘동탄역 그란비아스타’는 스포츠 시설로 구성되는 쇼핑몰이다. 지하 4층~지상 8층 규모다. 연면적 9만1912㎡ 가운데 운동시설 면적이 6만4535㎡로 전체의 70.2%를 차지한다. 운동시설 면적이 인근 화성·오산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총 4개 실내 운동시설을 합친 것보다 넓다.

길이 50m 수영장이 들어오는 것을 비롯해 아쿠아시설, 스크린골프, 요가, 피트니스센터, 볼링장 및 VR게임 레이싱 어트랙션 등 다양한 운동시설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쇼핑 식음료 패션 등 매장도 구성할 예정이다.

 

▲월미도 뽀로로 테마파크= 인천 ‘월미도 뽀로로 테마파크’는 아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를 주제로 연면적 1만9655㎡ 규모의 실내에 놀이·문화·공연시설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다.

1층에는 일반근린상가를 들이고 2~6층은 회전목마 바이킹 카트레이싱 게임 등 체험공간으로 꾸며진다. 뽀로로 주제의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일반적인 개별 호실로 나눈 상가 건물을 올린 다음 준공 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게 특징이다. 실내 놀이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층고를 4.5~6m 높이로 설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아쿠아펫랜드= 희귀 관상어 및 전문 어종을 판매하는 상가도 나온다. 경기도 시화호 북측 간석지에 복합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시화MTV에서는 국내 최초 관상어테마파크 쇼핑몰인 ‘아쿠아펫랜드’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6만3562㎡ 규모다. 판매시설 뿐만 아니라 관상어와 관련된 체험시설과 볼거리를 도입해 방문객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단순 소비만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관광지처럼 방문객들이 체험하고 즐기면서 시간을 소비하는 문화를 접목시킨 복합쇼핑몰로 계획하고 있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4가지 타입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로 마련돼 있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3억원도 안 되는 2억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고 한다. 필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집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제공 등이 있다.

홍천강변의 사계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체험+소비
맞춤형 설계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강원도 홍천이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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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