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사람 끈다…물 만난 ‘물 마케팅’

분양시장에 ‘물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실내 수영장, 루프톱 인피니티풀, 아쿠아리움, 온천, 스파 등 물을 테마로 한 커뮤니티를 고급화·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단지들이 떠오른다. 바다나 강, 호수, 수변공원 인근에 위치한 분양단지들은 천혜에 자연환경과 조망권을 내세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분양 단지들이 물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공급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서해바다와 아라뱃길 조망권을 갖추고,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참여하는 단지 내 미니 워터파크 등의 커뮤니티가 조성된다는 점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인천 최고인 8만4730건의 청약 접수가 이뤄졌고 평균 27대1, 최고 94.77대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울산 동구에서 청약을 받은 ‘울산 지웰시티 자이’는 단지 내 울산 최초로 미니 카약 물놀이터를 도입한다는 점을 강조해 1만5681명의 청약자를 모집, 평균 6.86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워터파크
물놀이터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아파트 단지인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과 타운하우스 등 세컨드하우스 상품도 물 마케팅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주거기능이 강조되고 있는 오피스텔은 하이엔드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피티니풀(infinity pool)’을 빼놓을 수 없다. 인피티니 풀은 무한의, 끝이 없다는 뜻의 ‘인피니티(infinity)’와 수영장을 의미하는 ‘풀(pool)’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최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인피니티풀을 내세운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은 서울 강남구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들어서는 ‘루카831’. 최고 청약 경쟁률 47.5대1, 평균 경쟁률 12.14대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한 바 있다. 최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인피니티풀이 주거시설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건물 최상층에 인피니티풀과 옥상정원 등 기존 하이엔드 주거상품에서도 보기 드문 하이엔드 어메니티가 설계된다.

최근 루프톱 인피니티풀은 하이엔드 주택을 완성시키는 상징처럼 여겨지며 수요자들에게 가장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다. 다른 부분은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아도 잘 되어 있을 것이란 신뢰를 얻을 정도다.

인피니티풀, 아쿠아리움, 온천, 스파…
고급화·차별화 내세운 단지들 인기

물 마케팅을 내세운 수익형 단지들 또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남구에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인 ‘빌리브 센트로’는 고급 주거단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다 조망(일부 제외)과 단지 내 워터 가든 등의 커뮤니티를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에 관심이 높아진 단지 청약에 1만4960명이 몰리며 평균 38대1, 최고 616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오피스텔 역시 워터프론트 호수와 마주하는 입지로 ‘리버뷰’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나아가 이곳에는 수상터미널·마리나시설·해양스포츠 체험장 등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 결과 단지는 평균 180대1의 경쟁률로 분양을 마쳤다.

호수, 강, 바다 등 물 조망권을 가진 수변 상가 역시 흥행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상가 시장에서도 쾌적한 환경과 조망에 대한 니즈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 형태의 건물 안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데 그쳤던 과거와 달리, 물품 구입은 물론 휴식과 여가까지 즐기는 방향으로 쇼핑 문화가 바뀌면서 쾌적한 환경을 갖춘 상가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휴식과 여가
쾌적한 주변


휴식과 쇼핑, 여가 등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수변 상가는 인근 주거지의 배후수요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관광명소처럼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 조망권과 차별화된 공간으로 유동인구까지 끌어 모으는 것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휴식 및 여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꾸준히 방문하기 때문에 ‘365일 상권’형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까닭에 완판도 빠른 편이다.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아크베이 스트리트’상업시설은 송도 워터프론트 호수 앞에 위치한 입지여건이 주목을 받으며 계약 시작 후 한 달 여 만에 모든 호실의 계약이 완료됐다. 광주 전남혁신도시에 공급된 ‘이노시티 애시앙’단지 내 상업시설 역시 빛가람호수공원·유전저수지 등이 인접한 수변 상가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며 평균 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세컨드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 대신 ‘휴식’에 대한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세컨드하우스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물이 좋기로 소문난 강원도나 부산 해운대, 전남 여수 등 바다와 맞닿은 해양 도시 부동산이 이전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 등을 보면서 집 안에서 온천이나 스파를 즐기는 타운하우스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호텔처럼
우아하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 여파와 소득 수준의 증가로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높아졌다. 특히 해안가, 호수, 강, 천 등에 입지한 수익형 부동산·세컨드하우스 등의 인기는 임인년에도 지속될 전망”고 말했다. 다음은 물 마케팅을 내세운 분양 단지.

 

▲더 그로우 서초(오피스텔)= 서초동에 명품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더 그로우 서초’가 분양에 나선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 84-7번지 일원에 지하 7층~지상 19층, 총 221실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이 단지는 기존의 과시적 럭셔리가 아닌, 구조와 기능을 중시한 합리적 럭셔리 라이프를 기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기존 소형 오피스텔과 달리 모든 유닛에 투룸 구조를 도입했으며, 3Bay 설계로 거실과 주방, 안방은 물론 알파룸에서도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유닛 내부 및 커뮤니티 시설에서 우면산 조망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 요소다. 1층 상업시설을 배제하고 필로티 구조로 정원과 공원 등의 휴식공간으로 연결한다. 지하 1층에는 호텔식 발렛공간인 세컨드 로비를 운영해 지하에서도 호텔처럼 입장하게 된다. 특히 프라이빗풀과 함께 조성되는 루프톱 인피니티풀(25m 정규 3개 라인), 최상층 커뮤니티 시설 배치 등 고기능성의 하이엔드급 부대시설도 눈길을 끈다.

시행은 우리자산신탁이, 시공은 삼정E&C와 삼정기업이 맡았다. 계약금 10%, 중도금 5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주차는 총 192대가 가능하다. 2024년 12월 준공 예정.

 

▲시화 MTV 아쿠아펫랜드(상가)= 세계적인 해양레저관광도시로 조성 중인 경기 시화MTV(시화 멀티테크노밸리)에서 관상어 테마파크 몰이 나온다. 이 상업시설은 국내 최초 관상어 테마파크를 콘셉트로 한 4세대 복합쇼핑몰로 상징성이 높은데다 시화MTV 개발 호재와 함께 높은 투자가치가 예상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신자산신탁(시행)과 신세계건설(시공)은 경기 시흥시 정왕동 2684, 2684-1번지 일원에 ‘아쿠아펫랜드’복합쇼핑몰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6만3562㎡(계획) 규모로 조성된다. 아쿠아펫랜드는 관상어테마파크를 콘셉트로 한 4세대 복합쇼핑몰이다.

바다, 강, 호수, 수변공원…
자연환경·조망권으로 주목


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 설계를 구성했다. 지상 1층에 아쿠아펫 시설 존을 조성한다. 세계 희귀 관상어 및 전문 어종 등을 전시하고 판매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지상 2층부터 5층까지도 다양한 체험시설과 볼거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유명한 아쿠아리움 그 이상의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하나의 테마파크몰로 탄생해 연 150만명의 풍부한 방문객 수요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아쿠아펫랜드 반경 3㎞ 내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가구수는 약 1만4000여 가구다.

시화MTV는 해양레저클러스터로 조성 중이다. 아쿠아펫랜드를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 인공 서핑장인 ‘웨이브파크’, 전시와 연구 등을 진행하는 ‘해양생태과학관’, 요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클럽하우스’가 도입된다. 업계에선 연 35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천 리빙웰타운(타운하우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 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3억이 안되는 2억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필지 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입주자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집 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텃밭,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등도 조성된다.

강변 따라
녹색 힐링

이 단지는 홍천강 변의 사계절 풍경과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홍천 리빙웰타운은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 2주택이어도 양도세는 비과세로 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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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