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조은지 감독 “웃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답니다”

“감정만큼은 편견 없이 봐야 하지 않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은지는 영화계에서 꽤 인정받는 배우였다. 독특한 감성을 갖고, 그만의 해석이 분명했다. 교묘한 감정을 캐치해서 뻔한 듯 뻔하지 않게 표현하는 배우로 평가된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성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진심만큼은, 그래도 인정하는 게 좋지 않냐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진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서다. 기성 감독들보다도 뛰어난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중에 꼭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마저 남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 나타났다.

대중적으로 매우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었지만, 업계에선 나름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배우 조은지가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글이었다. 일기나 에세이를 쓰며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어냈다. 

배우서 감독으로

그렇게 이런저런 글을 쓰던 중 이별 과정에서 겪었던 독특한 에피소드를 담은 글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지인들은 하나 같이 그에게 말했다. ‘이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연기를 업으로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연출에 손을 댄다는 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이미지가 있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조은지 역시 선뜻 연출을 맡기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글이 좋았다. 그냥 썩혀두기 아깝다는 판단이 들어 연출에 도전했다. 그 작품이 단편영화 <2박3일>이다. 

한 여성이 이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 가정의 이혼을 목격하는 기발한 상상이 구현된 작품이다. 남자친구와 이별하기 싫어 집착하고 애걸복걸하는 여성의 심리와 어떻게든 헤어지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한 가정의 이혼을 경험하는 구도가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 와중에 연출적인 감각과 재미가 톡톡 튄다. 

<2박3일>은 2017년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업적이다. 놀랍게도 <2박3일>은 조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깊이 포함돼있다.

이후 한동안 연기 활동에 전념하던 그에게 연출 제안이 간다. 제목은 <입술은 안돼요>였다. 단편영화를 흥미롭게 본 제작사 대표가 <입술은 안돼요>와 결이 맞는 감독을 찾다 조은지를 발견한 것. 조은지 감독에게는 고맙고 흥미로운 제안이었지만, 일단 브레이크를 건다. 

<장르만 로맨스> 통해 던진 진정성의 의미
 “류승룡 배우 말고는 대체제가 없었어요”

“고마운 제안이었는데, 선뜻 받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각색해보고 그래도 작품과 결이 맞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어요. 이미 그 작품은 각본가가 있고, 한 번의 각색을 거친 작품이었거든요. 사실 제작사 대표님도 용기를 낸 제안이죠. 단편 하나 찍은 감독한테 장편을 맡기는 건요. 근데 <2박3일>에서 하나의 주제를 갖고 끝까지 끌고 가는 감정이 좋았다고 하시면서 제안해주셨어요. 현(류승룡 분)과 유진(무진성 분)이 골자로 있었는데, 저는 주위 인물의 폭을 확장했어요. 코미디 요소도 더 많이 했고요. 혜진(류현경 분)도 좀 더 폭을 넓혔죠.”

한 달 동안 각색한 작품은 더 견고해졌다. 조은지 감독은 단순히 코미디 장르의 수준을 넘어 인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독특하게 담으려 했다. 꼭 사회적으로 통념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진심이 있다면 사람들이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그 사이에 제목은 <입술은 안돼요>에서 <장르만 로맨스>로 변경됐다. 

영화에는 불편함이 있는 관계가 그득하다. 한때 문학계의 거장으로 불린 대학교수 현을 중심으로 주위 사람들의 모든 관계가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인식되기 어렵다.

현의 전 아내 미애(오나라 분)는 현의 30년 지기 친구 순모(김희원 분)와 연인 관계며, 사춘기가 뒤늦게 온 성경(성유빈 분)은 옆집 유부녀 정원(이유영 분)을 좋아한다. 현을 좋아한다며 집착적으로 따라다니는 제자 유진은 성 소수자다. 두 사람은 불편하고도 특별한 협업을 시작한다. 

이 외에도 슬럼프에 빠진 현과 반대로 부커상 후보에 오른 후배 문애리(최희진 분)가 있고, 현 아내 혜진은 딸과 외국에서 살고 있다.

겉만 보면 누구보다 멋있고 고민거리 하나 없이 살아갈 것 같은 현이지만, 그 안에 렌즈를 대면 누구 하나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가 없어 외롭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그를 중심으로 불편한 관계를 설명하는데, 그 안에 하나 같이 진심이 녹아있다.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관계가 많은데, 저는 어떤 부분이든 장애물로 생각하지 않아요. 성소수자의 진실한 마음, 전 부인과 친한 친구의 연애, 유부녀에게 고백하는 고등학생 모두요. 우리 모두 보편적인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교통사고처럼 사고 나듯이 변하죠. 감정은 갑자기 생겨나죠. 그런 감정 자체에 편견을 갖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현은 자신의 신작 ‘두 남자’의 북 콘서트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려 한다. “우리 모두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여”라며 말을 이어간다. 다만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한다. 영화 엔딩이 돼서야 문장이 완성된다. 각기 다른 모양의 사람이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진심만은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불편한 관계 가득
재기발랄한 유머

조 감독이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의식이다. 

“연기할 때도 그렇고 연출할 때도 저는 ‘마음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살면서 진정성을 많이 따지죠. 소통할 때 진정성으로 대하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화가 잘 풀리고요. 살다보면 내 모습이 아닌 채로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부대끼기도 하는데, 그걸 이겨내는 게 진정성이 아닌가 싶어요. 내 의도와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닌가 하고요. 그런 가치관에서 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되돌아보게 돼요. 사회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진심이 녹아있다면 그래도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이 영화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 내에서 가장 까끌까끌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유진은 영화 말미에 진실한 모습으로 현에 대한 사랑을 증명한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내비치는 그였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느낌을 받은 관객이라면, 조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누군가는 유진을 불편해하겠죠. 그 마음도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유진은 정말 진심으로 현을 대하거든요.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 내에서 갈등이 있고 어찌됐든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유진을 위한 응원이길 바라긴 했어요.”

발칙한 관계가 다수 놓여 있고 모든 것이 폭로되는데, 이를 풀어내는 화법은 코미디다.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은 로맨스를 주제로 이어가지만, 실제로는 코미디라는 숨은 의미도 담겨있다. 국내 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병헌 감독의 <스물> <극한직업>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대사가 일품이며, 매우 재기발랄한 시추에이션 유머가 녹아있다. 유머 면에서는 탑티어급의 재능을 보여준 감독이다. 여성 감독이 선보인 코미디 영화 중 가장 수준 높은 웃음을 구현한다. 

웃음을 터뜨리다 못해 놀라움으로 이어지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평소 타인을 웃기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사명감이 갈고 닦아진 결과물이다.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고, 친해지는 과정이 긴 편이라 매우 많은 장소에서 웃기려 하지는 않지만, 막상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개그 욕심이 엄청나요. 저의 개그로 사람들이 웃는 게 행복해요. 혹자들은 ‘왜 웃기려고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래야 좋아요. 집에 가서 생각하다 보면 ‘왜 그때 그 말을 안 했을까’라며 후회하기도 하고, 크게 웃긴 날은 뿌듯하기도 해요. 한 번 개그를 시작하면 흐름을 끊지 않고 던집니다. 사실 긴 정적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웃기려고 해요. 안 먹힐 때도 있긴 한데, 도전은 많이 해요. 분위기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에는 편견 없었으면”
“촬영 내내 강박이 컸어요…기회가 또 있길”

매 순간 웃기고자 했던 노력이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긴 듯하다. 모든 배우가 강력한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의 화자인 류승룡을 통해 시나리오에 담긴 유머가 스크린 안에서 펑펑 터진다. 류승룡이 아니었다면 <장르만 로맨스>의 고퀄리티 유머는 없었을 테다. 유머 수준이 높은 관객이라면 즐길 것이고, 개그 이해도 낮은 관객에게는 다소 어려운 영화가 될 수 있다.

“<극한직업>이 개봉하기 전에 미리 시나리오를 드렸어요. 생활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어요. <극한직업>이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제게는 다행이죠. 류승룡 배우 말고는 이 역할을 해줄 분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영화 촬영 내내 매우 세심한 디테일을 보여주셨고, 메인 주인공이자 어른으로서, 리더십도 발휘해주셨어요. 승룡 선배님 아니었으면, 좋은 작품이 안 나왔을 거예요.”

<장르만 로맨스>는 외연적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배우 무진성을 발굴한 것. 어쩌면 이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점에서 막중한 임무를 띠는 역할이다.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무진성은 완성형 신예로서 매우 훌륭히 인물을 소화해낸다.

특히 감정의 과잉없이 철저히 절제된 연기가 돋보인다. 조만간 드라마와 영화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일 배우로 여겨진다. 

“오디션에서 거침없이 연기하는데, 해석이 독특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마음이 가나 싶어 오디션을 한 번 더 봤는데,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지속적으로 절제된 연기를 주문했죠. 쉽지 않은 역할인데, 정말 연기를 잘해줬어요.”

이 외에도 순모 역의 김희원, 미애 역의 오나라, 혜진 역의 류현경, 성경 역의 성유빈, 정원 역의 이유영 등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매우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생활연기가 일품이다. 마치 연극을 보듯 물샐틈없는 짜임새가 엿보이는 것은 물론, 뛰어난 합이 절로 느껴진다. 뛰어난 연기자들의 협업이 시너지를 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가 복이 많아서 좋은 배우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선을 많이 신경 썼어요. 공간에서 각자 행동하는 패턴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런 모습이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게 한 건 아닌가 싶어요. 늘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배우들은 하나같이 조 감독이 뛰어난 디렉션을 보여줬다고 한다. 배우의 마음을 읽고 자신을 존중하면서 디렉팅을 했다고 밝힌다. 그 표현에는 웃음이 가득 담겨있는데 이는 좋은 감독을 향한 애정으로 비춰진다. 

출연배우들 호평

“저는 배우들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 나름대로 감정선을 명확하게 잡아놓고 있어서, 디렉팅을 너무 분명하게 한 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배우들의 자유를 구속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 와서는 좀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사실 첫 장편이라 스스로 옭아맨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스케줄 안에 주어진 숙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컸죠. 옆에서 여유를 줘도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어요.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다시 연출의 기회가 생긴다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더 소통하면서 교류할 것 같아요.”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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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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