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합니다" 전 대구시 부시장 김연창 옥중 인터뷰

“수사와 판결, 잘 짜인 코미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그는 <일요시사>로 두 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일과 2일 <일요시사>로 편지가 도착했다. 각각 30장, 14장 분량인 편지는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것. 김 전 부시장은 재임 기간 중 지인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감 중이다. 편지에서 그는 시종일관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코미디’라 표현하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부시장서
영어의 몸

국정원 출신의 김 전 부시장은 2011~2018년 대구시 부시장으로 재임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재임 기간 중인 2015년 김 전 부시장이 지인 조모씨로부터 받은 1억원과 2016년 조씨가 지불한 김 전 부시장 부부의 동유럽 여행비용 948만원이다.

검찰은 1억948만원이 조씨가 추진하던 사업을 도운 대가로 김 전 부시장이 받은 뇌물이라고 봤다.

지난 2월10일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상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시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1000만원, 추징금 1억948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부시장은 자신의 동서를 조씨 관련 회사 직원으로 취업시킨 혐의(제3자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도 받았다. 당시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그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지난 8월 항소심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 전 부시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맞지만 업무 대가성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1억원과 여행비용 대납은 망해가는 조씨의 사업을 도운 것에 대한 그의 성의 표시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1심과 항소심에서 돈의 성격이 대가가 아니라 감사의 뜻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김 전 부시장이 1986년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의 전신) 대구지부에서 근무할 당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함께 밥도 먹고 가족끼리 여행도 가는 등 절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93년 김 전 부시장이 서울로 올라오면서 두 사람은 15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시기는 2010년, 김 전 부시장이 인천국제도시개발 대표로 재직할 무렵이었다. 조씨가 경북 청송에서 풍력발전사업을 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김 전 부시장이 연락한 게 계기가 됐다. 2009년부터 면봉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조씨는 자금난으로 도산 직전에 몰린 상태였다. 

김 전 부시장은 친구 엄모씨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조씨는 김 전 부시장이 조달한 돈으로 청송면봉산풍력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조씨와 엄씨가 49%씩, 김 전 부시장이 2%의 지분을 갖는 등 세 사람은 사업파트너가 됐다.

뇌물 혐의로 5년형 선고
법원 ‘업무 대가성’ 인정


대표이사는 김 전 부시장이 맡았다. 이후 2013년 대림산업으로부터 26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면봉산풍력은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김 전 부시장에 따르면 조씨는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미 망했다. 언제라도 신세를 갚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또 회사 가치가 60억원 정도로 평가되자 김 전 부시장에게 5억원을 정산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김 전 부시장이 서울의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건물을 신축한다고 했을 때도 조씨는 건축비 전액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부시장이 대구시 부시장으로 임명되면서 조씨의 공언이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씨가 2015년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뜻을 보였다. 김 전 부시장이 대구의 미래먹거리 사업의 하나로 에너지사업을 선정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던 때였다.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대구시)의 의견 회신이 필요했다. 

조씨는 대구그린연료전지라는 회사에서 1억5000만원에 발전사업 허가신청 용역을 받았다. 2015년 8월31일 대구그린연료전지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5년 9월24일 김 전 부시장은 조씨로부터 자신의 동서 서모씨 명의로 만든 예금통장을 건네받았다.

계좌에는 1억원이 들어 있었다. 

김 전 부시장에 따르면 조씨는 통장과 비밀번호를 주면서 “전에 말한 돈이다. 보태 써라”라고 말했다. 김 전 부시장은 이 돈이 앞서 조씨가 말한 “신세를 갚겠다” “건축비를 다 대주겠다”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여겼다고 전했다.

자신의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은 조씨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김 전 부시장이 대구시 부시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실제 행사했다고 봤다. 발전사업 허가 과정에서 필요한 지방정부 의견에 긍정적으로 답하도록 김 전 부시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본 것이다.

도산 직전 회사
투자 유치 회생

이후 조씨가 발전소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유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연료전지 발전사업의 성패는 사업부지 확보에서 갈리는데, 조씨가 이에 어려움을 겪자 김 전 부시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달성2차산업단지 내 대상 부지를 사업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했다는 판단이다.


또 2016년 5월 김 전 부시장 부부가 조씨 부부와 동유럽 여행을 다녀올 당시 조씨가 지불한 여행비용도 연료전지 발전사업과 관계있다고 봤다. 조씨는 당시 김 전 부시장 부부의 여행비용 948만원 등 총 1896만원을 모두 지불했다.

검찰은 이 모든 것이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데 김 전 부시장이 ‘힘을 써준’ 대가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돈을 받는 과정에서 동서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 ▲경북 청송군 의원에게 뇌물을 준 의혹으로 조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1억원을 되돌려줬다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자 다시 받고, 또 문제가 되자 돌려준 점 ▲김 전 부시장의 부인이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며 소액으로 돈을 인출한 점 등이 김 전 부시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정적인 건 조씨의 증언이었다. 조씨는 검찰 수사와 법정 증언에서 김 전 부시장에 돈을 준 이유로 면봉산 풍력사업과 연료전지 발전사업 두 가지를 모두 언급했다. 1억원과 여행비용 948만원은 풍력사업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김 전 부시장 측의 주장에 배치되는 진술이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피고인(김 전 부시장)에게 이 사건 금품을 공여한 것은 청송풍력사업을 할 때부터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대구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데 도움을 받은 것도 있었는데, 마침 피고인이 서울에 있는 집을 공사한다고 해서 인사치레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돈을 제공했다. 피고인 부부의 여행비를 대납한 것도 그렇고, 청송풍력도 그렇고, 대구 연료전지도 그렇고, 피고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뇌물 수수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금품수수 당시 상황과 맡은 직무, 액수 등에 비출 때 피고인은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서 공정성, 불가매수성 등을 훼손했다”며 “일체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어 그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장기간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부시장과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과정, 법원의 판단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명계좌는
재산등록 때문

김 전 부시장은 편지에서 “조씨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모든 돈은 풍력(사업)에 대한 저의 공로와 고마움(풍력 성공)에 대한 보답이라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풍력(청송)으로는 내 직무와 관련이 없으니까, 조씨가 대구에서 시도한 연료전지 사업 때문에 준 것으로 엮은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씨의 진술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요와 회유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수감 중이던 조씨가 면회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검찰이)가족을 구속시키겠다고 해서 그렇게 말했다” “가장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는 것.

당시 조씨의 회사에는 그의 가족들이 임원으로 등기돼있었다.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법정에서 김 전 부시장 측 변호사가 “연료전지가 없었다면 풍력만으로 돈을 주었겠느냐”는 질문에 조씨가 “네”라고 대답하고 “풍력은 없는데 연료전지만 있었어도 돈을 주었겠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도 근거로 삼았다.

검찰이 가족을 언급하면서 조씨에게 압박을 가해 자신을 엮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연료전지 발전 허가 프로세스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밀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시장은 “검찰은 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사업자들에게 들어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의 경우 사업 허가 과정에서 민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할 수 있으나 연료전지는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없다”며 “실제 20년 동안 김천시 한 곳을 제외하고(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에 대한) 지방정부의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피력했다. 

조씨의 사업부지 확보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행정 지원’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부시장은 “검찰은 내가 조씨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에 사업부지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 당시에 부지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어떻게 알았겠나”라고 항변했다. 

“조씨 진술, 검찰 강압과 회유 때문에…”
“풍력사업 성공에 대한 감사 표시일 뿐”

그는 “조씨의 역할은 발전사업 허가를 위해 대구그린연료전지로부터 용역을 받은 정도일 뿐”이라며 “1억5000만원을 용역비로 받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1억원을 뇌물로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조씨가 실제 회사 대표에게 어떤 언질도,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뇌물을 줬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닌 허가권자인 산자부 쪽에 줘야지 왜 지방정부에 로비를 했겠느냐는 입장이다. 

또 돈을 동서 명의의 계좌로 받은 부분은 “조씨가 공직에 있는 나를 배려해 재산등록 때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부시장의 부인이 소액으로 여러 차례 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씨가 통장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주지 않아 ATM으로 인출해 (아내의)통장으로 옮겨 건축비로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부시장은 “만약 이것이 범죄와 관련된 돈이었다면 범죄 은닉이 아니라 내가 범인이라고 확인시켜주는 ‘범죄 확인’ 행위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자신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짜 맞춘 내용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분노했다.  

특히 김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상고 이유서에서 1억원이 정당한 것이라면 수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련의 행동(돈을 송금했다가 재송금하는)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의 일부 의심스러운 행동은 곤경에 처한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결단으로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의성 없는 조씨의 진술을 증거로 삼은 점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과한 증명이 없는 조씨의 수사기관 전문진술을 증거로 삼은 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위반한 점 ▲대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 ▲행위책임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어 증거의 증명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 등을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서 판결할 때 풍력발전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이 혼재돼있는 경우인데, 각각 분리해 선고한 것이 아니고 한꺼번에 선고한 부분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시장은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단 한 순간, 단 한 번도 스스로 죄가 있다고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다 죽어가는 친구를 도와준 것, 사업이 성공했음에도 그 어떠한 대가도 요구할 줄 모르는, 대가는커녕 보유한 법정 지분조차 어떻게 해줄 것이냐고 물어보지도 못하는 바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거나 가담한다는 것은 내 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코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래서 당당했는데 ‘뇌물죄’라는 혐의를 받게 된 순간 그 처참함과 비참함은 죽음 그 이상이었다. 나의 무너진 명예와 자존감, 가족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또 나 같은 피해자를 더 만들지 않기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도와 줬을 뿐”
“인정 못 해”

이어 “국가 권력의 범죄 조작 행위는 오히려 법을 어기고 범죄 행위를 하는 일반 범죄보다 더 엄중히 처벌해야 하고 또 제도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책을 통해, 각계각층에 호소, 탄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검찰의 이 같은 행위를 단절시키는 데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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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