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합니다" 전 대구시 부시장 김연창 옥중 인터뷰

“수사와 판결, 잘 짜인 코미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그는 <일요시사>로 두 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일과 2일 <일요시사>로 편지가 도착했다. 각각 30장, 14장 분량인 편지는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것. 김 전 부시장은 재임 기간 중 지인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감 중이다. 편지에서 그는 시종일관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코미디’라 표현하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부시장서
영어의 몸

국정원 출신의 김 전 부시장은 2011~2018년 대구시 부시장으로 재임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재임 기간 중인 2015년 김 전 부시장이 지인 조모씨로부터 받은 1억원과 2016년 조씨가 지불한 김 전 부시장 부부의 동유럽 여행비용 948만원이다.

검찰은 1억948만원이 조씨가 추진하던 사업을 도운 대가로 김 전 부시장이 받은 뇌물이라고 봤다.

지난 2월10일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상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시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1000만원, 추징금 1억948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부시장은 자신의 동서를 조씨 관련 회사 직원으로 취업시킨 혐의(제3자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도 받았다. 당시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그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지난 8월 항소심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 전 부시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맞지만 업무 대가성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1억원과 여행비용 대납은 망해가는 조씨의 사업을 도운 것에 대한 그의 성의 표시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1심과 항소심에서 돈의 성격이 대가가 아니라 감사의 뜻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김 전 부시장이 1986년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의 전신) 대구지부에서 근무할 당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함께 밥도 먹고 가족끼리 여행도 가는 등 절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93년 김 전 부시장이 서울로 올라오면서 두 사람은 15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시기는 2010년, 김 전 부시장이 인천국제도시개발 대표로 재직할 무렵이었다. 조씨가 경북 청송에서 풍력발전사업을 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김 전 부시장이 연락한 게 계기가 됐다. 2009년부터 면봉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조씨는 자금난으로 도산 직전에 몰린 상태였다. 

김 전 부시장은 친구 엄모씨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조씨는 김 전 부시장이 조달한 돈으로 청송면봉산풍력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조씨와 엄씨가 49%씩, 김 전 부시장이 2%의 지분을 갖는 등 세 사람은 사업파트너가 됐다.

뇌물 혐의로 5년형 선고
법원 ‘업무 대가성’ 인정


대표이사는 김 전 부시장이 맡았다. 이후 2013년 대림산업으로부터 26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면봉산풍력은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김 전 부시장에 따르면 조씨는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미 망했다. 언제라도 신세를 갚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또 회사 가치가 60억원 정도로 평가되자 김 전 부시장에게 5억원을 정산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김 전 부시장이 서울의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건물을 신축한다고 했을 때도 조씨는 건축비 전액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부시장이 대구시 부시장으로 임명되면서 조씨의 공언이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씨가 2015년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뜻을 보였다. 김 전 부시장이 대구의 미래먹거리 사업의 하나로 에너지사업을 선정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던 때였다.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대구시)의 의견 회신이 필요했다. 

조씨는 대구그린연료전지라는 회사에서 1억5000만원에 발전사업 허가신청 용역을 받았다. 2015년 8월31일 대구그린연료전지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5년 9월24일 김 전 부시장은 조씨로부터 자신의 동서 서모씨 명의로 만든 예금통장을 건네받았다.

계좌에는 1억원이 들어 있었다. 

김 전 부시장에 따르면 조씨는 통장과 비밀번호를 주면서 “전에 말한 돈이다. 보태 써라”라고 말했다. 김 전 부시장은 이 돈이 앞서 조씨가 말한 “신세를 갚겠다” “건축비를 다 대주겠다”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여겼다고 전했다.

자신의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은 조씨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김 전 부시장이 대구시 부시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실제 행사했다고 봤다. 발전사업 허가 과정에서 필요한 지방정부 의견에 긍정적으로 답하도록 김 전 부시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본 것이다.

도산 직전 회사
투자 유치 회생

이후 조씨가 발전소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유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연료전지 발전사업의 성패는 사업부지 확보에서 갈리는데, 조씨가 이에 어려움을 겪자 김 전 부시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달성2차산업단지 내 대상 부지를 사업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했다는 판단이다.


또 2016년 5월 김 전 부시장 부부가 조씨 부부와 동유럽 여행을 다녀올 당시 조씨가 지불한 여행비용도 연료전지 발전사업과 관계있다고 봤다. 조씨는 당시 김 전 부시장 부부의 여행비용 948만원 등 총 1896만원을 모두 지불했다.

검찰은 이 모든 것이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데 김 전 부시장이 ‘힘을 써준’ 대가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돈을 받는 과정에서 동서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 ▲경북 청송군 의원에게 뇌물을 준 의혹으로 조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1억원을 되돌려줬다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자 다시 받고, 또 문제가 되자 돌려준 점 ▲김 전 부시장의 부인이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며 소액으로 돈을 인출한 점 등이 김 전 부시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정적인 건 조씨의 증언이었다. 조씨는 검찰 수사와 법정 증언에서 김 전 부시장에 돈을 준 이유로 면봉산 풍력사업과 연료전지 발전사업 두 가지를 모두 언급했다. 1억원과 여행비용 948만원은 풍력사업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김 전 부시장 측의 주장에 배치되는 진술이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피고인(김 전 부시장)에게 이 사건 금품을 공여한 것은 청송풍력사업을 할 때부터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대구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데 도움을 받은 것도 있었는데, 마침 피고인이 서울에 있는 집을 공사한다고 해서 인사치레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돈을 제공했다. 피고인 부부의 여행비를 대납한 것도 그렇고, 청송풍력도 그렇고, 대구 연료전지도 그렇고, 피고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뇌물 수수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금품수수 당시 상황과 맡은 직무, 액수 등에 비출 때 피고인은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서 공정성, 불가매수성 등을 훼손했다”며 “일체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어 그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장기간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부시장과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과정, 법원의 판단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명계좌는
재산등록 때문

김 전 부시장은 편지에서 “조씨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모든 돈은 풍력(사업)에 대한 저의 공로와 고마움(풍력 성공)에 대한 보답이라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풍력(청송)으로는 내 직무와 관련이 없으니까, 조씨가 대구에서 시도한 연료전지 사업 때문에 준 것으로 엮은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씨의 진술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요와 회유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수감 중이던 조씨가 면회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검찰이)가족을 구속시키겠다고 해서 그렇게 말했다” “가장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는 것.

당시 조씨의 회사에는 그의 가족들이 임원으로 등기돼있었다.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법정에서 김 전 부시장 측 변호사가 “연료전지가 없었다면 풍력만으로 돈을 주었겠느냐”는 질문에 조씨가 “네”라고 대답하고 “풍력은 없는데 연료전지만 있었어도 돈을 주었겠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도 근거로 삼았다.

검찰이 가족을 언급하면서 조씨에게 압박을 가해 자신을 엮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연료전지 발전 허가 프로세스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밀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시장은 “검찰은 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사업자들에게 들어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의 경우 사업 허가 과정에서 민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할 수 있으나 연료전지는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없다”며 “실제 20년 동안 김천시 한 곳을 제외하고(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에 대한) 지방정부의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피력했다. 

조씨의 사업부지 확보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행정 지원’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부시장은 “검찰은 내가 조씨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에 사업부지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 당시에 부지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어떻게 알았겠나”라고 항변했다. 

“조씨 진술, 검찰 강압과 회유 때문에…”
“풍력사업 성공에 대한 감사 표시일 뿐”

그는 “조씨의 역할은 발전사업 허가를 위해 대구그린연료전지로부터 용역을 받은 정도일 뿐”이라며 “1억5000만원을 용역비로 받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1억원을 뇌물로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조씨가 실제 회사 대표에게 어떤 언질도,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뇌물을 줬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닌 허가권자인 산자부 쪽에 줘야지 왜 지방정부에 로비를 했겠느냐는 입장이다. 

또 돈을 동서 명의의 계좌로 받은 부분은 “조씨가 공직에 있는 나를 배려해 재산등록 때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부시장의 부인이 소액으로 여러 차례 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씨가 통장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주지 않아 ATM으로 인출해 (아내의)통장으로 옮겨 건축비로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부시장은 “만약 이것이 범죄와 관련된 돈이었다면 범죄 은닉이 아니라 내가 범인이라고 확인시켜주는 ‘범죄 확인’ 행위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자신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짜 맞춘 내용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분노했다.  

특히 김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상고 이유서에서 1억원이 정당한 것이라면 수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련의 행동(돈을 송금했다가 재송금하는)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의 일부 의심스러운 행동은 곤경에 처한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결단으로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의성 없는 조씨의 진술을 증거로 삼은 점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과한 증명이 없는 조씨의 수사기관 전문진술을 증거로 삼은 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위반한 점 ▲대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 ▲행위책임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어 증거의 증명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 등을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서 판결할 때 풍력발전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이 혼재돼있는 경우인데, 각각 분리해 선고한 것이 아니고 한꺼번에 선고한 부분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시장은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단 한 순간, 단 한 번도 스스로 죄가 있다고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다 죽어가는 친구를 도와준 것, 사업이 성공했음에도 그 어떠한 대가도 요구할 줄 모르는, 대가는커녕 보유한 법정 지분조차 어떻게 해줄 것이냐고 물어보지도 못하는 바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거나 가담한다는 것은 내 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코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래서 당당했는데 ‘뇌물죄’라는 혐의를 받게 된 순간 그 처참함과 비참함은 죽음 그 이상이었다. 나의 무너진 명예와 자존감, 가족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또 나 같은 피해자를 더 만들지 않기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도와 줬을 뿐”
“인정 못 해”

이어 “국가 권력의 범죄 조작 행위는 오히려 법을 어기고 범죄 행위를 하는 일반 범죄보다 더 엄중히 처벌해야 하고 또 제도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책을 통해, 각계각층에 호소, 탄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검찰의 이 같은 행위를 단절시키는 데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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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