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흔들 철도 호재 ‘다섯’

여러 개발 호재 중에서 ‘철도 호재’는 단연 핵심으로 통한다. 주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중심권에 직장을 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으로 연결되는 철도 사업이 예정되면 그 여파가 크게 작용한다.

 

수도권 내 파급력이 컸던 대표적인 노선으로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을 들 수 있다. 먼저 9호선은 서울시 도시철도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으로 교통 시설이 낙후되었던 서울 강서지역에서 중심권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열차다. 특히 급행열차 이용 시 강서에서 강남까지 30분대(김포공항~신논현 기준)로 도달이 가능해졌다.

9호선 철도 개통으로 편리해진 출퇴근 여건 덕에 인근 집값은 훌쩍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원에 위치한 ‘마곡 힐스테이트’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4년 4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5억346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6억원 이상 올랐다. 단지는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이 가까운 역세권이며 2차(신논현~종합운동장), 3차(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 노선 연장 사업의 수혜를 입어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강남역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있는 광교역을 잇는 광역철도 노선이다. 2011 년 10월 개통됐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내 아파트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연앤자이2단지’전용면적 101㎡는 2010년 1월 분양가가 4억8965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1억6800만원에 실거래 되면서 약 7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단지 역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이 인접해 있어 강남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철도 호재를 품은 지역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지도에 한 획을 그을 철도 호재와 인근 분양 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북횡단선

강북횡단선은 다음 해 착공, 2028년 개통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25.72㎞의 장거리 노선으로 목동에서 청량리까지 완 ·급행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향후 ‘강북의 지하철 9호선’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지하철 1·3·5·6·9호선, 면목선 등 서울 주요 노선과 직장 수요가 풍부한 상암DMC까지 이동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등촌역 디앤써밋=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도시형 생활주택 26가구, 오피스텔 42호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되는 ‘등촌역 디앤써밋’이 분양 중이다. 우수한 입지와 굵직한 호재, 고급 특화 설계 적용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차원이 다른 하이엔드 콤팩트하우스로 원룸·1.5룸·투룸 전 세대에 복층형 특화 설계를 도입했다.

단지가 조성되는 강서구는 서울 내에서도 인구 밀도가 2위인만큼 배후 수요가 탄탄하다. 주변으로 지식산업센터가 밀집돼 약 16만명의 풍부한 임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DMC 및 강서구 직장인 수요에 마곡지구 근로자 수요까지 확보가 가능하다.

7호선 연장

지하철 7호선 연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지하철 7호선 경기도 북부 양주 연장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며 도봉산역~의정부 장암역~탑석역~양주시계~옥정·고읍지구 총 15.3㎞에 1~3공구로 나뉘어 건설된다. 2023년 착공에 들어가 20 28년 개통을 목표로 포천시청까지 19.3㎞ 추가 연장된다. 포천 구간은 지난해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면 양주에서 강남구청, 학동, 논현역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의 접근이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는 청라국제도시로의 연장이다. 최근 개통된 서울도시철도 7호선 석남역에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연장 10.7㎞에 7개 역이 들어서게 되며, 6개 공구로 나눠 공사를 진행해 2022년 2~3월 착공에 들어가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 1조5700억원이 투입되는 7호선 청라 연장선 7개 정류장이 완공되면 공항철도, 인천지하철 2호선과도 연결돼 인천 서북부 지역의 교통 편의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청라 한양수자인 디에스틴= 인천 서구 청라국제금융단지(청라동 94-1) 내 주거형 오피스텔 ‘청라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이 분양한다. 지하 4층에서 지상 47층 총 702실 규모, 전 세대 84㎡로 3가지 타입으로 공급된다.

청라 국제금융단지는 청라국제신도시 랜드마크 호수공원 인근에 있다. 주거·업무·문화시설이 함께 있는 신개념 복합 타운이다. 부동산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청라한양수자인 레이크블루’전용 84㎡는 지난 6월 ‘10억 클럽’에 입성한 후 두 달 만에 2억8500만원이 올라 최근 12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청약을 받은 인천 서구 오피스텔 ‘경서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오피스텔(전용 83㎡)에는 4만3000여건의 청약이 몰려 평균 28.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GTX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도 있다. 현재 GTX는 A, B, C, D 등 4개 노선으로 진행 중으로, GTX-A노선(파주 운정~화성 동탄)은 2019년 6월 착공에 들어가 2024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과 C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돼 조기 착공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의 4차 철도망구축 계획에 포함된 D노선은 김포 장기~부천 구간에서 최근 서울 용산으로 연장돼 추진 중이다. GTX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과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탈바꿈된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GTX역이 들어서는 경기도 과천, 안양, 의왕, 수원, 부천, 남양주, 의정부 등지와 인천 송도 등지의 집값이 급등했다.

 

▲신도림 비바힐스= ‘신도림 비바힐스’오피스텔이 분양을 시작했다.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일원에 들어서며 지하 2층~지상 16층 규모로 오피스텔 106실, 근린생활시설 16실, 400여석 규모의 문화집회시설, 주차대수 총 99대로 건립된다.

실용적 공간 설계에 중점을 뒀다. 복층 오피스텔로 실사용 면적을 확대했으며,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투룸 2거실 복층형 특화 설계를 했다.

신안산선

2019년 착공에 들어가 순항 중인 신안산선은 GTX와 함께 수도권 부동산을 재편할 광역 철도망이다. 경기도 안산·시흥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44.7㎞ 복선전철로, 1단계 구간은 2024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급행열차 이용 시 한양대(에리카 캠퍼스)에서 여의도까지 20분대에 닿을 수 있다. 여기에 향후 월곶-판교선·소사-원시선·KTX 등과도 이어질 예정으로, 수도권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며 일대 광역교통망의 새로운 한 축이 될 전망이다.

광화문, 여의도, 강남으로…
직장 몰린 서울 중심권 연결

1단계 사업의 경우 총 15개소 정거장을 지날 예정으로,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안산, 시흥, 광명 등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서 서울 주요 업무지역인 구로디지털단지, 영등포, 여의도 등지로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료되면 여의도역을 넘어서 마포 공덕, 서울역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2단계 방안이 추진 중인 만큼 서울 중심부까지 이동하는 여건도 더욱 개선될 예정이다.

▲트윈시티 남산= 서울의 중심지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 ‘트윈시티 남산’이 화제다. 6년 동안의 임대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오피스텔 분양가는 5년 전 가격 그대로다. 전용 3.3㎡당 3700만원에서 4000만원 수준으로, 한 채에 2억5000만~4억원이다. 주변 분양가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인 것. 실제 지난해 2월 공급된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의 경우 3.3㎡당 5300만원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된 바 있다.

노선 주변 집값에 큰 영향
가격 뛰고 높은 청약 경쟁

주변에서 거래되는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지난해 입주한 만리동1가 ‘하람뷰’의 전용 28㎡ B타입은 지난해 12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된 가운데 유사한 평형 분양가를 3억5000만~4억원대에 제시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높은 임차율도 이 단지를 주목하게 한다. 임차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평균 임차율은 95% 내외로 검증된 임차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준공된 상태로 오피스텔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월곶판교선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도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가 본격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인 시흥, 광명, 안양, 성남 판교를 동서로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경기 시흥시 월곶에서 성남시 판교까지 40.3㎞ 구간을 총사업비 2조6604억원으로 경기도 지역을 동서로 잇는다. 월판선은 인천 송도역에서 시흥시청역, 광명역, 인덕원역, 판교역이 연결돼 수인선, 소사~원시선, 경부선, 4호선, 신분당선 등으로 환승할 수 있다. 월판선이 개통되면 수도권 철도 노선과 환승이 연결되고 서남부지역의 교통이 개선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들 노선은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 주요 핵심 지역을 빠르게 연결해 부동산에 미치는 파괴력이 큰 만큼 실거주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단일역보다는 환승역으로 재탄생되는 지역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석수동 엘림하우스= 관악구와 금천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안양 석수동에 대단지 단지형 연립주택인 엘림하우스가 1단지, 2단지를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에 나선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123번지, 126번지에 1단지 48세대(6개동), 2단지 49세대(7개동) 총 12개동, 96세대를 공급한다. 주차는 세대당 1주차가 가능하다.

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기준 52.94~77.88㎡이며 2단지의 경우 62.54~82.05㎡. 실사용면적이 약 72.73㎡(22평) 내외로 방 3개, 거실, 욕실 2개 구조라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초혼부부에게 적합하다. 실입주금(대출 가능 금액은 개인 신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음)은 1억60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2억180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즉시 입주가 가능하며 현재 도시형 생활주택의 최대 취약점으로 작용했던 주차장 기준을 넘어선 1세대 1차를 실현했다. 또한 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통장이나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당첨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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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