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네이처리퍼블릭 빨간줄 성적표

약발 안 통하는 암울한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든든한 소방수가 될 거란 기대는 이미 사라졌다. 세간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무리하게 복귀한 것 치고는 보여준 게 영 시원찮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는 화장품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3년 화장품 사업과 인연을 맺은 정 대표는 2003년 설립한 더페이스샵을 앞세워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공략했고, 더페이스샵은 출범 2년 만에 업계 선두로 등극했다. ‘정 대표가 있었기에 더페이스샵이 업계 1위로 올라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그의 사업 수완은 독보적이었다.

잘나갔던
옛 기억

정 대표는 덩치가 커진 더페이스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2005년 사모펀드에 더페이스샵 지분 70%, 2009년 LG생활건강에 나머지 지분을 넘기면서 2000억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다음 행선지 역시 동종업계였다. 정 대표는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옛 장우화장품)을 인수해 또 한 번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노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딩젤’ ‘아쿠아 수분크림’ 등 히트상품의 활약에 힘입어 정 대표가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정 대표의 트렌드를 읽는 능력에 대한 찬사가 뒤따른 건 당연했다.


하지만 정 대표와 네이처리퍼블릭의 성공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 대표의 은밀한 사생활이 네이처리퍼블릭의 탄탄대로에 걸림돌로 작용한 양상이다.

정 대표는 2015년 7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고등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정 대표가 잘못을 뉘우친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4개월 줄어든 징역 8개월을 확정했다.

왕년의 미다스…지금은 마이너스
오너 비리 직격탄에 한숨만 푹푹

원정도박이 정 대표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면, 복역 중 터진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적 계기였다.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가 판사 및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구명과 관련해 로비를 벌인 초대형 법조 비리 사건이다.

최유정 변호사, 홍만표 전 검사장, 김수천 전 부장판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됐다.

결과적으로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의 옥살이를 3년6개월 연장시켰다. 2017년 12월 대법원 3부는 특경법상 횡령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6월 재판에 넘겨진 이래 1년6개월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경영진에서 이탈한 직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오너리스크의 영향이라고 봐도 무방한 심각한 실적 하향세가 표면화된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4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7% 증가한 2552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4억88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23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막 내린
성공신화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된 2015년에 네이처리퍼블릭은 완연한 실적 하향세로 돌아섰다. 전년 대비 매출은 300억원가량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5억원 감소했고, 2014년 9.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1년 새 3.6%p 낮아졌다. 상장 준비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도 이 무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4년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95억6300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2017년 16억8000만원 ▲2018년 190억원 ▲2019년 128억원 등 매년 적자를 거듭했다. 옥살이하는 정 대표를 대신해 김창호 대표(2016년 6월), 호종환 대표(2016년 12월), 곽석간 대표(2019년 1월) 등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반전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 과정에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해외 사업마저 표류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미국 하와이와 일본 ▲2013년 홍콩 ▲2014년 중국 ▲2015년 미국 본토 등에 순차적으로 법인을 설립했지만 투자의 결실을 맺는 데 실패했다. 오너 공백기에 해외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미진한 성과로 되돌아왔다는 게 동종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키우고
망치고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복역하던 시기에 표면화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 악화는 정 대표의 경영 복귀를 정당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서라도 정 대표의 현장 복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지난해 3월 네이처리퍼블릭은 주주총회를 열고 정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대표가 4년4개월에 걸친 옥살이를 끝낸 지 불과 3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극약처방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 대표의 경영 노하우가 경영 정상화의 밑거름이 될 거란 논리였다. 물론 정 대표의 경영 복귀는 정 대표가 75.37%(604만6663주)에 달하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을 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선에 복귀한 정 대표는 곧바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해외사업 정리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자본잠식 상태인 홍콩, 중국, 미국 등 4개 법인을 철수하고 중국 법인은 1곳으로 통합하는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또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손소독제와 마스크도 사업 영역에 포함시켰다.

일련의 과정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원대한 포부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했다. 복귀 첫해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매출 1384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무려 전년 대비 27.1% 감소한 규모다. 또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2015년(매출 2848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약발 안 통하는 암울한 현실
혹시 했는데 역시 끝없이 추락

수익성도 예년보다 더 악화됐다. 20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 규모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던 2018년(영업손실 190억원)을 뛰어넘었다.

수년간 지속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적자 행진은 해를 넘기도록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4억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를 10억원가량 줄였다는 긍정적이지만, 흑자 전환은 끝내 실패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회사 재정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거듭된 적자로 인해 빚에 의존하는 경향이 한층 심각해진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네이처리퍼블릭의 총자산은 495억원으로, 전년 동기(684억원) 대비 27.5% 줄었다. 295억원이던 총자본이 1년 새 1/15 수준인 18억8700만원으로 급감한 게 결정적이었다. 총자본이 납입자본금(40억1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총부채는 90억원 가까이 늘어난 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본의 급감과 총부채의 급증이 맞물리면서 재정건전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17년 64%에 불과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의 부채비율은 2019년 128.2%까지 뛰어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무려 1601.5%를 찍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1분기에는 2524.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통상적인 부채비율 적정 수준(200% 이하)과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귀환했지만
달라진 현실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차입금에 기대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졌다. 2019년 28억8200만원이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 6배가량 늘어난 18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차임금의존도(적정 수준 30% 이하)는 4.4%에서 36.7%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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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