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1.1℃맑음
  • 강릉 5.5℃맑음
  • 서울 2.0℃맑음
  • 대전 4.2℃맑음
  • 대구 7.3℃맑음
  • 울산 8.1℃구름조금
  • 광주 6.4℃구름많음
  • 부산 9.2℃맑음
  • 고창 5.7℃구름많음
  • 제주 10.6℃구름많음
  • 강화 1.9℃맑음
  • 보은 2.4℃맑음
  • 금산 4.2℃구름조금
  • 강진군 7.5℃구름많음
  • 경주시 7.9℃맑음
  • 거제 9.2℃구름조금
기상청 제공

1351

2021년 12월03일 17시10분


<창간 25주년 특집> '특별 인터뷰' 먼저 치고 나간 야권 잠룡 원희룡 제주도지사

URL복사

"윤 검증대 오르면 당 후보들 반등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도전장을 냈다. 검사 출신의 원 지사는 3선 국회의원, 제주도지사 재선 등을 거치면서 입법, 사법, 행정 실무를 두루 거쳤다. <일요시사>는 창간특집으로 원 지사의 대권 행보를 인터뷰했다.

정치 이력만 21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권 도전은 벌써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당시 그의 나이 40대. 원 지사는 일찌감치 원조 소장파 ‘남원정’의 멤버로 이름을 날리며, 합리적 개혁 보수의 자리를 꿰찼다. 

다만 그는 7년간 제주도정을 이끌며 대권주자로서는 미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0개월. 대선을 향한 그의 ‘스퍼트’가 시작될 전망이다. 원조 소장파, 원희룡이 곧 중앙 무대로 돌아온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문재인정부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표출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적대적 진영 정치를 끝내고 미래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을 통합하며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를 던지기로 했다.

-도지사 사임 및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언제쯤인가.

▲구체적인 출마 선언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여러 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하겠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 지사직의 책임감이 가볍지 않다. 사실 도정 레임덕을 피하려면, 전략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끝까지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 진로와 관련된 문제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유력 대권 후보로서 꼭 하고자 하는 공약이 있나.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일과 집, 교육이다. 노동의 경우 일자리 안정망 구축과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문제로 가야 한다. 노동시장 내부의 기득권을 해결하지 못하면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열어주는 게 불가능하다.

또 집 문제는 주택 공급 확대, 1가구 1주택 및 실수요자 지원, 투기 차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교육 부문은 사교육 시장의 기득권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 관련 교육을 집중 지원해 전 국민 ‘1인 1 AI 튜터’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도지사직을 맡으면서 중앙정치와는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정치에서 멀어진 동안 인지도는 낮아졌지만 행정경험을 더했다. 제주도정을 맡은 동안 중앙정치에서 주목을 받고 못 받고는 2차적인 문제다. 제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7년은 제게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폭넓게 준비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경험이 쌓인 만큼, 더 묵직한 존재감으로 값어치를 증명하겠다. 이제 중앙 무대에서 주목받고 평가받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다.

“중도·젊은층 잡고 전국 정당으로 도약”
입법·사법·행정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여권의 대권후보로 꼽힌다. 같은 도지사로서, 이 지사의 행정력에 대해 어떻게 보나.

▲여러 모로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경영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편가르기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차별적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그 재원은 어디서 거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매번 바뀐다.

특히 이 지사는 권력을 가졌을 때 그 칼을 지나치게 휘둘러온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진영논리가 극단화된 위기의 세상이다. 국민들께서 그걸 부추기는 대통령을 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지지율이 미미한 상태다. 이를 끌어올린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가려 국민의힘 후보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검증문제로 흔들리면 국민의힘 후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양 진영으로부터 비토가 덜하고 포용력까지 갖춘 제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과정을 다시 보여줄 것이다. 진정성과 전면적 헌신 부분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면 점차 정치적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 본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검찰총장으로서는 역대급 총장이다. 그 정도 강단과 돌파력을 보여준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들은 윤 전 총장이 검찰 권력을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쓴 것에 대해 통쾌해했다. 불공정과 위선에 진저리가 났는데 법적으로 이걸 청산하니깐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야권에도 많은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그렇다면 ‘정치인 윤석열’은 어떤가.

▲무엇보다 대통령 업무는 민생·미래(비전)·통합까지 챙기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을 판단할 영역이 최소 3개는 더 있다는 얘기다. 국민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검증을 받아야 하고, 치열한 경쟁도 거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열 달 내내 정치력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올 것으로 보나. 윤 전 총장 영입을 위한 당의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당에 들어올지 여부와 관계없이 윤 전 총장이 문재인정부의 연장을 반대하는 것에 확실히 힘을 모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란 개인이 영웅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일방적인 지시를 통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정치는 민주주의적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정권교체라는 큰 흐름속에서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조 소장파 “중진부터 정신 차려야”
“통합과 미래로…대전환의 시기에 섰다”

-야권 유력 대권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원 지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수평적 소통과 개혁성, 약점이 적고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점, 통합정치의 최적임자라는 장점이 있다. 보수의 신뢰와 젊은 세대와의 소통, 이념적 확장이 가능한 후보라고 자신한다. 겉모습만 화려한 개혁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담고 있는 현실적인 개혁성을 20년 넘게 다져왔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동시에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 지역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 진정한 통합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점, 세대 통합의 적임자라는 점 등이 저의 최고 강점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내로남불’에 대한 민심의 분노 폭발 아니겠나. 최악의 고용 쇼크와 미친 집값, 그리고 전세대란이 발생했다. LH 직원들과 정권 핵심 멤버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들의 부정입학 등이 터졌음에도 민주당은 180석을 믿고 오만하게 독주했다.

우리 당은 강경 지지층의 비합리적인 모습과 단절했고, 합리적 노선을 가진 후보를 내세웠다. 진영정치에서 탈피해 상식과 합리로 가라는 국민요구를 받아들였다.

-특히 2030 남성들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정부가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모두 쇼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는 내 집 마련과 일자리 부분에 있어 절망적인 상황이다. LH 사태, 정권 핵심 멤버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들의 부정입학이 이어지며 환멸을 느낀 것 같다.

지난 4년간 내로남불, 위선만을 보여 왔기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어떻게 보셨나.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도 함께 부탁드린다.

▲‘정신승리’ ‘자화자찬’ 일색의 연설이었다. 백신후진국이란 현실은 외면하고 아직도 방역모범국가 타령만 했다.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서는 청문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등 내로남불이 여전했다. 북한의 심기를 살피느라 대북전단을 처벌하겠다는 다짐 문구까지 넣었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달나라에 보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아니라,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나라’가 되었다. 아직도 1년이 남았나 하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뚜렷한 방향 제시와 실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이 이번 재보궐선거 승리에 벌써 취해 옛날 모습으로 간다면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안철수와의 합당, 홍준표의 복당, 윤석열의 입당 등 풀어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승리에 취해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걸로 보여지는 발언 등으로 과거 회귀 조짐을 보여선 안된다. 자체 정화기능이 작동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길 수 있는 대통령?
전진하는 대통령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의 혁신 방향은 분명하다. ‘중·중·중’으로 돌리는 것이다. 중도, 젊은층,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아는 리더십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특정 개인 인물로 부족하면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처럼 그룹이 나서 목소리를 내며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스펙보다 혁신적인 마인드, 민심을 읽고 제대로 담으려는 진정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지도부나 중진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개혁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초선들도 더 분발해야 한다.

-최근 당내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가 시끄럽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의원의 복당, 윤 전 총장의 입당, 안철수 대표의 합당을 모두 지지한다. 복당 이후 영향에 대해 쉽게 예상하긴 어렵다. 초선 의원들의 우려를 비롯한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유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홍 의원이 돌아와 흔들릴 정도의 당이라면 집권을 포기해야 한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본다. 지금은 문재인정권을 끝내기 위해 모두가 손을 잡을 때다. 더 큰 국민의힘을 위해 중도확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당내 초선 의원들이 약진이 두드러진다.

▲초선 의원들은 아직 크게 얽매인 게 없지 않나. 커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마음과 함께하고 민심을 당내로 끌어들이면서 국민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생겨야 한다. 그런 의원이 많아야만 당이 강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당 정치나 당 주류만을 쳐다보는 정치만 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혁은 주류만의 정치로 묶이지 않고, 늘 국민들과 중도층을 향해 열려있을 때 가능하다.

-원조 소장파 그룹 ‘남원정’의 멤버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초선 의원들은 반성과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를 제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초선 의원들이 2030 젊은 세대와 코드를 맞춰주시기 바란다. 2030 MZ세대가 문재인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건 우리로서 절대적 기회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된다. ‘꼰대 정당’을 탈피해서 2030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대통령은 단순히 ‘이길 수 있는 대통령’을 넘어 ‘통합하여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한풀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보수진영에서는 지난 보수정권을 정리한 그 칼날로 진보진영을 정리해달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 대통령을 선택해선 안된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져 다시 싸우는 과거로 후퇴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전진을 위한 대전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일요시사>가 창간 25주년을 맞이했다. 한마디 부탁드린다.

▲1996년 이후로 사반세기에 이르렀다. 격동했던 시간을 기록하고 국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동행했던 시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 25세의 청년의 필봉으로 우리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는 언론사가 될 것을 기대한다.
 



배너


설문조사

가상자산 과세 연기 및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기간 2021-12-03~2021-12-31

많이 본 뉴스

더보기

일요시사 주요뉴스

<단독>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삼가면 힐링농장'의 비밀

[단독]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삼가면 힐링농장'의 비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소년은 매일 새벽 신에게 기도했다. “하느님은 뭘 하고 계십니까. 저 좀 도와주십시오. 너무 힘듭니다.” 소년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엄마’를 자처한 수녀들은 소년의 아픔을 외면했다. “삼가면으로 가라”는 말과 함께 소년에게 주어진 건 버스표 한 장. 돌아오는 버스표는 없었다. 보육교사는 서준(가명)이 고속버스에 타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휴대폰 하나만 달랑 들고 나온 서준이는 자신이 어디에 내려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정차한 버스에 멍하니 있던 서준이에게 한 수녀가 다가왔다. 또 다른 차를 타고 한참 동안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이었다. 버스 태워 일단 가라 서준이의 초등학생 시절은 끔찍한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전, 서울 꿈나무마을로 올라온 그는 보육교사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했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이유로 고문에 가까운 기합이 4~5시간씩 이어졌다. 보육교사는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렸다. 서준이는 엉덩이를 45도 들고 손을 앞으로 나란히 한 채 맨발로 서 있어야 했다. 나란히 내민 팔 위엔 무거운 책이 놓였다. 보육교사가 화장실 불을 끄면서 사위가 고요해졌다. 서준이의 작은 움직임에 물소리가 울렸다. 보육교사의 휴대폰 손전등이 서준이를 향했다. 무거운 책 묶음이 더 얹어졌다. 엉덩이를 45도 들고 앞으로 나란히, 엉덩이를 45도 들고 반짝반짝, 엎드려뻗쳐 등 한창 자라야 할 초등학생 시절에 서준이가 당했던 기합이다. 무거운 책을 팔에 얹는 건 덤이었다. 그 후유증은 허리와 목디스크로 나타났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날 서준이는 집에 오는 내내 하염없이 울었다. 또 다시 ‘불행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서준이에게 가해진 보육교사의 학대는 잔인하고 집요했다. 성경 쓰기를 빨리 끝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45도 들고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취하게 한 후 온몸에 빨래집게를 집어두기도 했다. 웃통을 벗긴 후 턱, 눈썹, 입술, 목, 팔 등에 빨래집게를 집어두고 같은 자세로 버티게 한 것이다. 또 거실 가운데 서준이를 앉혀두고 집단 린치를 가하도록 다른 아이들에게 지시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플라스틱 봉을 물도록 한 뒤 떨어뜨릴 때마다 폭행을 가했다. 너무 세게 깨물어 봉이 망가지자 그걸 버리게 됐다며 또 혼냈다. 서울서 6시간 거리 ‘강제노동’ 도망칠 곳도 없는 농장서 열흘 수녀에게 방을 바꿔 달라 요구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서준이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자신이 당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인식한 서준이는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도저히 시설에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매번 잡혀와도 다시 도망쳤다. 가출은 서준이가 보내는 일종의 SOS였다. 하지만 아무도 서준이에게 가출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경찰에 잡혀 시설로 보내져도 바로 다시 거리로 나갔다. 그런 일이 반복되던 중 가출을 했다 밤늦게 잡혀온 다음 날 사무실에서 서준이를 불렀다. 서준이 앞에 놓인 건 버스표 한 장. ‘벌칙’이라면서 삼가면으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삼가면은 꿈나무마을 아이들에게 공포의 장소였다. 삼가면에 가면 농사일을 하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서준이는 믿지 않았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안 돼 서준이는 앞서 삼가면에 다녀온 아이들의 말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밤에 도착해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웠다. 난방을 세게 틀고 잤는데, 다음 날 관리하는 분이 와서 ‘난방을 틀지 말라’고 혼냈다”고 했다. 옆에는 수녀를 위해 만든 신축 건물이 있었지만 서준이는 식사시간 외에는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일과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묵주기도한 뒤 밭일을 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똑같았다. 땅을 파고 양파 모종을 심는 등 부산 소년의집에서 왔다는 또 다른 아이와 함께 서준이는 종일 농사일을 해야 했다. 서준이는 말 그대로 기약 없이 삼가면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였다. 학교도 계속 결석 상태였다. 경남 합천군 삼가면 양전리 일대. 마리아수녀회가 1999년경 후원자로부터 증여받은 곳이다. 마리아수녀회는 2013년 4월8일 해당 장소에서 ‘삼가면 수녀원’ 축복식을 가졌다. 그리고 같은 해 수녀들이 머물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삼가홈(삼가면에 자리한 집)’이라고 칭했다. 학대 피해 가출했지만… 삼가면까지는 서울 꿈나무마을에서 자동차로 최소 3시간57분, 부산 소년의집에서는 1시간42분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5시간49분, 2시간45분 등 각각 2시간, 1시간 이상 늘어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실제 장소까지 가려면 차편에서 내린 후 1㎞는 걸어야 한다. 입구와 출구가 같아 들어간 그대로 돌아서 나와야 하는 구조다. 갈림길에서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다른 길로 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뒤편은 산이다. 서준이는 길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밭에서 농사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관리인에 따르면 논과 밭이 각각 1000평에 달한다. 삼가면에 다녀왔거나 보고 들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벌칙’과 농사일을 언급했다.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삼가면에 보내 농사일을 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서준이의 경우 잦은 가출이 삼가면에 가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중학생 때 여러 차례 삼가면에 다녀왔다는 한 제보자는 “수녀님들에게 많이 반항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벌칙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떤 문제아도 삼가면에 다녀오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변 친구들을 포함해 최소 8명가량이 삼가면에 다녀온 것을 봤다는 또 다른 제보자는 “엄청난 문제아가 있었는데 삼가면에 다녀온 뒤 정말 조용해졌다. 삼가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힘들다는 말은 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준이의 경우 열흘 만에야 서울 꿈나무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서준이는 “원래(삼가면에) 한 달 이상 보내려고 했는데, 학교 상담 선생님이 연락해서 빨리 풀려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신병원에 갇혔던 지훈이(가명)와 마찬가지로 상담 선생님의 구조로 벌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서준이가 상담 선생님에게 연락한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준이는 삼가면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제출’했다. 아침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는 하루가 기약 없이 이어지자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는 말로 휴대폰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 상담 선생님은 서준이가 학교에 오지 않은 이유도 모르고 있었다. 서준이는 상담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살려달라’고 말했다. 이후 상담 선생님은 꿈나무마을에 서준이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전 존재했던 곳 2009년경을 기점으로 마리아수녀회의 운영 방식이 변화되면서 외부인사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게 영향을 끼친 셈이다. 과거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인 마리아모성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부산 소년의집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생활한 뒤 반 전체가 서울 소년의집(현 꿈나무마을)으로 옮겨오는 구조다. 이들은 다 같이 알로이시오초등학교(2015년 2월 폐교)를 다니다가 졸업 이후 다시 부산 소년의집으로 간다. 부산에 알로이시오중학교(2016년 1월 폐교),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등학교(2018년 3월 폐교) 등 중·고등학교가 있기 때문. 그리고 18세로 보호 종료가 되면 사회로 나간다. 하지만 서준이는 초등학교까지만 알로이시오초등학교를 다녔고 중·고등학교는 외부로 다녔다.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나온 한 제보자는 아이들이 철창 없는 감옥에서 18세까지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 같이 소풍을 가거나 161번 버스를 타고 시민회관에서 하는 행사에 가는 것을 제외하곤 바깥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심지어 병원(알로이시오 기념병원)에 갈 때도 나가는 시각과 들어오는 시각을 체크했다. 모든 상황이 마리아수녀회의 통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삼가면에 보내 농사일을 시켜도 학교에서 문제 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서준이처럼 삼가면에서 농사일을 한 사람이 과거에도 상당수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중학생 때 삼가면에 다녀왔다는 한 제보자는 “삼가면에 가 있는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출석은 인정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침 먹고 일, 점심 먹고 일 “컨테이너 같은 시설서 지내” 삼가홈 관리자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삼가면으로 오는 아이들을 자신이 픽업해왔다고 인정하면서도 농사일은 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격리시키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내기에 불편함이 조금도 없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마리아수녀회 측은 “아이들 중에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정학 등 등교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갖게 되는 좋지 못한 감정, 외로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등교 제재를 받은 기간 동안 시설을 떠나 심신을 휴식할 수 있도록 삼가홈을 방문하도록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절에 따라 수녀님들이 하시는 농사일을 거들었을 수는 있겠으나 일체의 강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벌칙에 대한 노동’ ‘컨테이너 박스’ 등은 어느 것 하나 사실이 아니며, 삼가홈에 대한 어떠한 오해도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삼가면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강제로 농사일은 시키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전문가는 서울 꿈나무마을, 부산 소년의집 등에서 아이들을 벌칙 명목으로 삼가면에 보낸 행위가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복단 종합법률사무소 대정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64조에서는 15세 미만의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경우도 근로시간과 업무영역에 제한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기관에서 벌칙 명목으로 가해진 2주~한 달의 노동 행위가 ▲시설에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서 노동이 이뤄진 점 ▲컨테이너 박스 등 임시 거처에서 지내게 하면서 노동을 하도록 한 점에서 단순한 벌칙을 넘어 강제노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삼가면 문제는 시설폐쇄 사유를 넘어 법인설립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을 만큼 중대한 문제로 보인다. 그만큼 반인륜적인 행위라는 뜻”이라며 “해당 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재단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들었을 뿐 노동 아니다” 이어 “나도 보육원 출신이고 어린 시절 많은 학대를 당했다. 그때는 이게 내 운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수모나 모욕, 학대는 대한민국 헌법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리 사회, 모든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누군가 여러분의 입을 막으면 시설 앞에라도 찾아가 항의하겠다. 불만을 이야기해야만 치유된다.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