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깨 무거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시작도 같이, 마지막도 같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임기말을 함께 할 마지막 국무총리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는 지지율 하락을 신호로 시작되는 레임덕을 대통령과 같이 맞는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그 자리 앞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번의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문정부 초대 총리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국회의장 출신의 정세균 전 총리를 지명할 당시 그 배경으로 가장 방점을 찍은 부분이 통합과 화합이었다. 

3명 모두
통합 강조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첫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새 정부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정세균 전 총리를 문정부 두 번째 총리로 지명하는 자리에서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통합‧화합으로 국민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시도록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는 잔여 임기 1년여를 함께할 마지막 국무총리를 인선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정을 쇄신하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지명 소감을 말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상식과 눈높이에 맞게 정책을 펴고 국정운영을 다잡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치와 사회 현장에서 공정과 상생의 리더십을 실천해 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으로서 지역구도의 극복, 사회개혁, 국민화합을 위해 헌신했다”며 “행안부 장관으로서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고 김 후보자에 대해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발탁은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흩어진 민심을 비교적 친문(친 문재인) 계파색이 옅은 김 후보자 카드로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시작된 레임덕 상황에서 내각을 관리할 인물로 김 후보자가 적임자였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 탈당 후 열린우리당에
군포서 3선하고 ‘험지’ 대구로

실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은 3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률은 62%까지 치솟아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4월 셋째 주(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에게 물은 결과다. 정당지지율도 국민의힘(30%)이 더불어민주당(31%)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37~40%를 횡보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월 둘째 주를 시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질 무렵이다. LH 사태는 4·7 재보선 참패는 물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문정부 역대 최저치까지 끌어내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부동산 문제 등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산재해 있어 반등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현재까지 보여준 정치 행보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여권 내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195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제적과 복학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구속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77년 유신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제적을 당했고, 이듬해에는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실형을 살았다. 1980년에도 신군부에 맞서 ‘서울의 봄’ 시위를 이끌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한 후 민주통일재야운동연합(민통련),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등 재야 운동권에서 활동하며 1987년 6월 항쟁을 주도했다. 

꽃길 걷다
가시밭길로

정치 인생은 더욱 스펙터클하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한 김 후보자는 199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 합류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통추가 갈라지면서 한나라당에 합류,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 군포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민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창당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김 후보자와 함께 한나라당을 동반 탈당한 김영춘‧안영근‧이부영‧이우재 전 의원을 가리켜 정치권에서는 ‘독수리 5형제’로 불렀다. 

이후 김 후보자는 17~18대까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꽃길을 걷던 김 후보자의 정치 인생은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그는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2011년 12월15일 “내년 총선에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대구는 박정희정권 이후 30년간 민주당 계열의 국회의원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출마의 변에서 ‘지역주의의 벽’ ‘기득권’ ‘과거의 벽’ 등 세 개의 벽을 넘겠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제정구 전 의원 등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통추를 만들었는데, 그때 제정구 의원이 ‘의미 없는 재선·삼선이 되느니 초선으로 명분 지키다 장렬히 전사하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며 “저도 벌써 3선이나 됐으니, 내려놓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대구 수성갑 지역에 출마한 그는 40.4%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한구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 후보자는 6·4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2014년 3월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며 또 다시 험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은 통일이 대박이지만 대구는 야당 시장의 당선이 대박”이라며 “대구 출신 대통령에 야당 대구시장이라는 하늘이 내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토록 해 두 지역의 발전과 통일시대를 여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권영진 후보에 밀려 끝내 당선되진 못했다. 4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김 후보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상대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거물급 인사들의 맞대결에 대구 수성갑 지역은 총선 기간 내내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선 불출마
선대위원장

김 후보자는 3수 끝에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김 전 지사를 큰 표차로 꺾으면서 김 후보자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도 점쳐졌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를 받는 야권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김 후보자는 19대 대선에서 잠룡으로 분류됐지만 취약한 당내 기반 등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 성공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 저의 노력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며 “저의 도전은 끝내 국민의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시대적 요구와 과제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2년에 이어 2017년에도 문재인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당시 대구 선거 유세 과정에서 “평당 5000만원짜리 살면서 1년에 재산세 200만원도 내지 않는 부자들을 위한 그런 나라 언제까지 할 건가”라며 “정신 차리소!”라고 소리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대구 칠성시장에서 자신을 향해 야유를 던지는 시민들을 향해 “여당이라고 하면 말도 못하면서 야당이 뭐만 하면 삿대질하고 이러니 우리 대구가 20년째 경제가 전국 꼴찌여도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정신 차리소”라며 “여러분이 밀어줬던 그 정당, 나라 와장창 뭉개 버렸잖아요. 나라 원칙을 바로잡아야 합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20%대의 저조한 득표율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대결했을 당시와 비교해 득표율이 상승해 김 후보자로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그는 문정부 초대 행안부(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내각에 입성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지방분권, 균형발전, 국민통합의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때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에 헌신했다. 특히 분권 가치에 대해서는 한국 최고의 전문가”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2019년 4월까지 1년9개월 동안 행안부 장관으로 공직생활을 하다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왔다. 21대 총선에서도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지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득표율 차이가 20%p(주호영 59.81% vs. 김부겸 39.29%)까지 벌어진 완패였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180석의 압승을 거둔 중에 기록한 패배여서 더욱 쓰라렸다. 당시 그는 “농부는 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부는 땅에 맞게 땀을 흘리고 거름을 뿌려야 하는데 농사꾼인 제가 제대로 상황을 정확하게 몰랐다. 모든 잘못은 후보 본인의 잘못이니 화를 내지 마시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김 후보자는 같은 해 8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지난해 7월 그는 “책임지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땀으로 쓰고, 피로 일군 우리 민주당의 역사를 당원 동지들과 함께 이어가겠다”고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어 “이번 전대는 ‘대선 전초전’이 아니라 당 대표를 뽑는 전대”라면서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7개월짜리 당 대표’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후보자는 이 전 대표,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3파전을 벌였지만 21.37%의 득표율로 고배를 마셨다. ‘이변은 없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싱거운 전대였다.

보수 텃밭 당선 일약 대선 잠룡
총선·전대 패배로 존재감 하락

전대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던 김 후보자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다시 문정부 전면에 나서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김 후보자를 비롯한 5개 부처 장과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는 만큼 다음달 10일 이전에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언급한 부분, 서울·부산시장 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민주당 당헌 개정 등에 있어서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그는 “(전직 비서 호칭과 관련해)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확정된 용어가 없어 이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당헌 규정에 대해서도 “민주당 당헌에 우리 당 후보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후 치러진 재보선에서 공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제가 국민에게 깨끗이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7 보궐선거는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각각 극단적 선택과 중도사퇴로 자리를 비우면서 치러졌다.

처남과 관련된 논란도 있었다. 김 후보자의 처남은 <반일 종족주의>를 집필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다. 지난해 당 대표 경선에서 처남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아내와 헤어지란 말이냐”고 응수해 화제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는 과거 발언과 오버랩된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김 후보자가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행안부 장관 청문회로 한 차례 검증이 이뤄진 바 있고, 대구 출신으로 야당인 국민의힘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터라 무리 없이 총리 인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후보자 입장에서는 청문회보다 그 이후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문회 무난
그 다음은?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백신,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1일 코로나19 백신 수급 우려와 관련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백신 확보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청문회에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 “원칙에 관한 부분은 허물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대통령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