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VS 김무성 당권 전쟁 내막

돌고 돌아 또 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보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론’이 대표적이다. 관건은 보궐 선거다. 현 비대위가 이를 승리로 이끈다면 ‘김종인 추대론’이 제기될 수 있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4월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이끌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차기 당 대표는 2022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다. 당은 총선 패배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보궐선거일인 4월7일까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중순 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
역할론

일각에서는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비대위 체제 이후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 대표를 할 거라면 총선에 불출마하지도 않았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실 김 전 대표 역시 당권에 욕심이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그는 대선 경험이 있는 6선의 관록이다. 정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권 준비에 ‘무성 대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위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6월 김 전 대표가 결성했던 ‘더좋은세상으로(이하 마포포럼)’은 창립 초기 40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현직 의원 60명으로 세가 불어났다. 마포포럼은 대권, 서울시장 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이 연사로 잇달아 나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김 전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다. 김 전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처한 데에는 그의 부채감이 작용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 정권이 몰락한 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2019년 김 전 대표는 ‘중진 용퇴론’을 주장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 24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놨다. 그는 “당이 어렵게 된 과정에서 책임자 급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변수는 김종인 비대위의 연장 여부다. 비대위가 오는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당은 전국단위 선거 4연패에서 벗어나 대선에서 상승세를 노릴 수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대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궐선거 승리 시 위원장 추대론 제기
외곽 세력 늘리는 좌장 다시 수장으로?

김 위원장의 목표 역시 야권의 대선 승리다. 김종인 비대위는 당의 ‘환골탈태’로 대선 승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탈이념과 실용을 기치로 두고 중도층의 확장에 힘을 썼다. 보수 정당 대표로 광주를 찾아 사과를 한 점은 큰 공로로 꼽힌다.

현재 김종인 비대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을 뒤집으며 정권 교체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역시 당권에 관심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 역시 자리 욕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의 권력욕을 엿볼 수 있는 전례들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조용히 대선 도전장을 낸 뒤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판단은 맞았다. 당시 국민은 김 위원장의 출사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언론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악수 나누는 김무성 국민의힘 전 대표(사진 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그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 보수 정당을 도왔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를 당 대표로 추대했으면 좋겠다는 한 정치권 인사의 게시물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글을 읽다가 어찌 된 일인지 공유가 됐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은연중에 당 대표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대론
심판론

당이 최근 ‘비전전략실’을 가동한 것도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보궐선거를 넘어선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이를 띄웠다.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김 위원장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전전략실 설립 취지에 대해 “김 위원장의 거취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김 전 대표의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일화에 대한 둘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김 전 대표는 야권 승리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필수’이며,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안 된다. 그래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아울러 당내 자체 후보가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사실상 당 밖의 인물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더 싣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경계하고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안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

소신과 견제
당원 선택은?

김 전 대표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안 대표가 상수가 됐다.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안 대표가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했고, 지더라도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그럼 우리 당에서도 결단을 환영하고 같이 해보자고 화답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후보 단일화를 할지 룰(rule) 미팅을 해야지.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안 후보와의 대결을 최악의 경우로 두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맞붙을 경우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일~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1대 1 구도에서만 근소한 격차(0.1%포인트)로 뒤졌고, 오세훈 후보와 맞대결을 펼칠 경우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영선-안철수 양자 구도를 가정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39.3%, 안 후보는 39.4%의 지지율을 각각 얻어 초박빙 판세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안 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될수록,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후보에게 단일화 자리를 뺏기면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제1야당의 입지는 줄어든다. 수장인 김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안 후보를 입당시킨 후 야권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김 위원장의 임기 내 가장 큰 ‘치적’으로 남길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기호 4번 ‘안철수’의 필패론을 내세우며, 안 후보가 최종 야권 단일화 후보가 돼도 입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안철수 두고 샅바싸움
5선 중진급도 하마평


하지만 김 위원장의 ‘소신’이 계속될수록 당내 비판적인 시선은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정치 감각에 대한 의심은 물론, 그의 ‘사심’이 정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에 대해 개인적인 반감이 있다는 점은 이미 정계에서 유명한 사실이다. 이대로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마포포럼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결성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단법인 한반도미래정책포럼 등 보수단체 252개가 뭉쳤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견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후보 단일화로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보수세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파괴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은 국민을 분열시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 결성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오는 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룩하고, 대선에서 승리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반면 일각에선 당이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중도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종인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호남과 젊은 층으로의 당 외연 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보수 정권 몰락에 책임이 있는 김 전 대표가 다시 당을 이끌 경우, 당의 쇄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당 대표 후보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양대 산맥을 제외하고는 충청권 5선 정진석 의원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는 정 의원이 당내 최다선인데다, 대선 관리에 적합한 정무형 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홍문표, 윤영석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기반을 다져왔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서병수·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당 중진
나서나?

당권 레이스의 흥행 여부는 보궐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범야권이 이대로 기싸움만 하다가는 내부 파열로 재를 뿌릴 공산도 높다. 김 위원장, 김 전 대표, 당내 중진들이 어떤 방식으로 물밑 작업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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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