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VS 김무성 당권 전쟁 내막

돌고 돌아 또 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보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론’이 대표적이다. 관건은 보궐 선거다. 현 비대위가 이를 승리로 이끈다면 ‘김종인 추대론’이 제기될 수 있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4월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이끌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차기 당 대표는 2022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다. 당은 총선 패배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보궐선거일인 4월7일까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중순 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
역할론

일각에서는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비대위 체제 이후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 대표를 할 거라면 총선에 불출마하지도 않았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실 김 전 대표 역시 당권에 욕심이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그는 대선 경험이 있는 6선의 관록이다. 정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권 준비에 ‘무성 대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위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6월 김 전 대표가 결성했던 ‘더좋은세상으로(이하 마포포럼)’은 창립 초기 40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현직 의원 60명으로 세가 불어났다. 마포포럼은 대권, 서울시장 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이 연사로 잇달아 나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김 전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다. 김 전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처한 데에는 그의 부채감이 작용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 정권이 몰락한 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2019년 김 전 대표는 ‘중진 용퇴론’을 주장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 24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놨다. 그는 “당이 어렵게 된 과정에서 책임자 급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변수는 김종인 비대위의 연장 여부다. 비대위가 오는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당은 전국단위 선거 4연패에서 벗어나 대선에서 상승세를 노릴 수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대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궐선거 승리 시 위원장 추대론 제기
외곽 세력 늘리는 좌장 다시 수장으로?

김 위원장의 목표 역시 야권의 대선 승리다. 김종인 비대위는 당의 ‘환골탈태’로 대선 승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탈이념과 실용을 기치로 두고 중도층의 확장에 힘을 썼다. 보수 정당 대표로 광주를 찾아 사과를 한 점은 큰 공로로 꼽힌다.

현재 김종인 비대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을 뒤집으며 정권 교체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역시 당권에 관심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 역시 자리 욕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의 권력욕을 엿볼 수 있는 전례들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조용히 대선 도전장을 낸 뒤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판단은 맞았다. 당시 국민은 김 위원장의 출사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언론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악수 나누는 김무성 국민의힘 전 대표(사진 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그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 보수 정당을 도왔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를 당 대표로 추대했으면 좋겠다는 한 정치권 인사의 게시물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글을 읽다가 어찌 된 일인지 공유가 됐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은연중에 당 대표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대론
심판론

당이 최근 ‘비전전략실’을 가동한 것도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보궐선거를 넘어선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이를 띄웠다.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김 위원장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전전략실 설립 취지에 대해 “김 위원장의 거취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김 전 대표의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일화에 대한 둘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김 전 대표는 야권 승리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필수’이며,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안 된다. 그래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아울러 당내 자체 후보가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사실상 당 밖의 인물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더 싣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경계하고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안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

소신과 견제
당원 선택은?

김 전 대표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안 대표가 상수가 됐다.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안 대표가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했고, 지더라도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그럼 우리 당에서도 결단을 환영하고 같이 해보자고 화답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후보 단일화를 할지 룰(rule) 미팅을 해야지.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안 후보와의 대결을 최악의 경우로 두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맞붙을 경우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일~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1대 1 구도에서만 근소한 격차(0.1%포인트)로 뒤졌고, 오세훈 후보와 맞대결을 펼칠 경우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영선-안철수 양자 구도를 가정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39.3%, 안 후보는 39.4%의 지지율을 각각 얻어 초박빙 판세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안 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될수록,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후보에게 단일화 자리를 뺏기면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제1야당의 입지는 줄어든다. 수장인 김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안 후보를 입당시킨 후 야권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김 위원장의 임기 내 가장 큰 ‘치적’으로 남길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기호 4번 ‘안철수’의 필패론을 내세우며, 안 후보가 최종 야권 단일화 후보가 돼도 입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안철수 두고 샅바싸움
5선 중진급도 하마평


하지만 김 위원장의 ‘소신’이 계속될수록 당내 비판적인 시선은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정치 감각에 대한 의심은 물론, 그의 ‘사심’이 정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에 대해 개인적인 반감이 있다는 점은 이미 정계에서 유명한 사실이다. 이대로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마포포럼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결성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단법인 한반도미래정책포럼 등 보수단체 252개가 뭉쳤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견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후보 단일화로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보수세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파괴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은 국민을 분열시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 결성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오는 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룩하고, 대선에서 승리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반면 일각에선 당이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중도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종인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호남과 젊은 층으로의 당 외연 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보수 정권 몰락에 책임이 있는 김 전 대표가 다시 당을 이끌 경우, 당의 쇄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당 대표 후보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양대 산맥을 제외하고는 충청권 5선 정진석 의원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는 정 의원이 당내 최다선인데다, 대선 관리에 적합한 정무형 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홍문표, 윤영석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기반을 다져왔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서병수·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당 중진
나서나?

당권 레이스의 흥행 여부는 보궐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범야권이 이대로 기싸움만 하다가는 내부 파열로 재를 뿌릴 공산도 높다. 김 위원장, 김 전 대표, 당내 중진들이 어떤 방식으로 물밑 작업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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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