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박근혜 ‘옥중 정치’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0:11:11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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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건든 선거의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15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이자,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옥중인 ‘선거의 여왕’이 침묵을 깼다. 그의 옥중 메시지는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 빅텐트’ 주문에 보수 야권은 화답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근혜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그는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한 사람이다. 이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쓴 A4 용지 4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다. 지난 2017년 3월31일 구속 이후 첫 공개 메시지다. 유 변호사가 대독한 자필 편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옥중 편지
왜? 지금?

‘먼저 중국서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명이 되고 30명이 넘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중략)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중략)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중략)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한다.’

핵심 키워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현 정부’ ‘거대 야당’이 그것이다. 코로나19를 키워드로 국민이 힘들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실정이 그 원인임을 언급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짚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의 거대 야당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으로 해석된다. 최근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돼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선거를 치르라는 메시지를 보수 야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중심으로…통합 로드맵
범여권 분노, 선거법 위반 고발

보수야권은 옥중 메시지에 즉각 화답했다. 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된 통합당 지도부는 ‘절절한 서신’(황교안 대표), ‘의로운 결정’(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비박(비 박근혜)계도 화답에 동참했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서 승리하기 어렵고, 총선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 유영하 변호사 ⓒ나경식 기자

통합당 외곽서 활동하는 친박 정치인들은 통합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공화당을 이끄는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범여권에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며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보수야권
화답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위기를 기회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 있는지 모르고, 옥중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황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가 적중한 모양새다. 선거판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양분됐다. 여기에 더해 총선 전 최대 분열 요인이었던 ‘박근혜 변수’가 사라졌다. 앞서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로 수차례 변죽만 울리다 통합에 실패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나온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편지는 지난 4일 공개됐는데 전날(3일)에는 친박 정치인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서 의원은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했으며, 박근혜정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했던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당 창당을 발표했었다.

친문-반문
대립각 선명

친박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던 상황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선거판이 통합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편지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비롯, 새로운보수당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박근혜 지우기’에 힘을 쏟던 통합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통합당이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재기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을 언급한 부분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는 핵심 지지층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구명운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공관위 2차 회의서 “설 연휴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1월28일 같은 당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K·PK 공천 앞두고
‘구명운동’ 노렸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은 직후에도 통합당 측의 석방 요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3·1절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그야말로 인도적인 차원”이라며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만 3년 동안 감옥에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서도 빨리 석방이 되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통합당 창당을 추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태극기 세력은 ‘탄핵 5적’이라고 해 통합당 내 일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런 태극기 세력에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에게 탄핵 5적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유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간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정해왔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어디에도 탄핵을 부정한다는 식의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석방하라!”
“문을 쳐라!”

통합당 공관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공관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예비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공관위는 집단 탈당이 우려로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공관위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명분으로 친박 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관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수 분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의 복심’ 유영하 노림수

‘박근혜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정당은 미래한국당이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다. 해당 소식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이후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해왔던 사람이다. 이에 유 변호사가 발언할 때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4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대독했다. 이 때문에 유 변호사의 미래한국당 입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힌다.

유 변호사는 대독 직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통합당에 복당하든,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든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정하겠다”며 “진로에 대해서 허락을 받거나 양해를 구할 부분이 있으면 구하거나 허락을 받겠다”고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해오던 유 변호사는 통합당 출범식 전날인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부산 서면 출신인 유 변호사는 지난 1995년 사법연수원(24기) 수료 후 검사로 부임했다. 박 전 대통령과는 지난 2004년 그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다수의 낙선을 경험했던 바 있는데 지난 17대 총선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군포에 출마했지만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18·19대 총선 때도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됐지만,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출마 기회를 놓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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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