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박근혜 ‘옥중 정치’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0:11:11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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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건든 선거의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15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이자,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옥중인 ‘선거의 여왕’이 침묵을 깼다. 그의 옥중 메시지는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 빅텐트’ 주문에 보수 야권은 화답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근혜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그는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한 사람이다. 이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쓴 A4 용지 4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다. 지난 2017년 3월31일 구속 이후 첫 공개 메시지다. 유 변호사가 대독한 자필 편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옥중 편지
왜? 지금?

‘먼저 중국서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명이 되고 30명이 넘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중략)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중략)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중략)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한다.’

핵심 키워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현 정부’ ‘거대 야당’이 그것이다. 코로나19를 키워드로 국민이 힘들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실정이 그 원인임을 언급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짚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의 거대 야당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으로 해석된다. 최근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돼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선거를 치르라는 메시지를 보수 야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중심으로…통합 로드맵
범여권 분노, 선거법 위반 고발

보수야권은 옥중 메시지에 즉각 화답했다. 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된 통합당 지도부는 ‘절절한 서신’(황교안 대표), ‘의로운 결정’(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비박(비 박근혜)계도 화답에 동참했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서 승리하기 어렵고, 총선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 유영하 변호사 ⓒ나경식 기자

통합당 외곽서 활동하는 친박 정치인들은 통합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공화당을 이끄는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범여권에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며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보수야권
화답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위기를 기회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 있는지 모르고, 옥중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황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가 적중한 모양새다. 선거판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양분됐다. 여기에 더해 총선 전 최대 분열 요인이었던 ‘박근혜 변수’가 사라졌다. 앞서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로 수차례 변죽만 울리다 통합에 실패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나온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편지는 지난 4일 공개됐는데 전날(3일)에는 친박 정치인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서 의원은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했으며, 박근혜정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했던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당 창당을 발표했었다.

친문-반문
대립각 선명

친박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던 상황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선거판이 통합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편지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비롯, 새로운보수당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박근혜 지우기’에 힘을 쏟던 통합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통합당이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재기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을 언급한 부분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는 핵심 지지층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구명운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공관위 2차 회의서 “설 연휴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1월28일 같은 당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K·PK 공천 앞두고
‘구명운동’ 노렸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은 직후에도 통합당 측의 석방 요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3·1절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그야말로 인도적인 차원”이라며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만 3년 동안 감옥에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서도 빨리 석방이 되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통합당 창당을 추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태극기 세력은 ‘탄핵 5적’이라고 해 통합당 내 일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런 태극기 세력에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에게 탄핵 5적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유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간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정해왔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어디에도 탄핵을 부정한다는 식의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석방하라!”
“문을 쳐라!”

통합당 공관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공관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예비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공관위는 집단 탈당이 우려로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공관위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명분으로 친박 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관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수 분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의 복심’ 유영하 노림수

‘박근혜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정당은 미래한국당이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다. 해당 소식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이후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해왔던 사람이다. 이에 유 변호사가 발언할 때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4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대독했다. 이 때문에 유 변호사의 미래한국당 입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힌다.

유 변호사는 대독 직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통합당에 복당하든,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든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정하겠다”며 “진로에 대해서 허락을 받거나 양해를 구할 부분이 있으면 구하거나 허락을 받겠다”고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해오던 유 변호사는 통합당 출범식 전날인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부산 서면 출신인 유 변호사는 지난 1995년 사법연수원(24기) 수료 후 검사로 부임했다. 박 전 대통령과는 지난 2004년 그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다수의 낙선을 경험했던 바 있는데 지난 17대 총선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군포에 출마했지만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18·19대 총선 때도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됐지만,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출마 기회를 놓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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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