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글 만다라’ 우실하

‘코로나 물러가라!’ 한글로 쓴 부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북구 소재의 아트노이드178이 우실하 작가의 ‘한글, 우주를 품다! 한글 만다라와 신년화’ 전시를 준비했다. 우실하는 동북아시아의 고대 역사와 문화, 종교, 사상 등을 연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글 만다라 18점과 신년화 13점을 선보인다. 
 

▲ 우실하, 한글 만다라 2020 - 1, 종이에 채색·우유, 123.3×246.5 cm, 2020

우실하 작가의 한글 만다라는 훈민정음 28자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모음 11자와 자음 17자의 제자 원리에 담긴 천·지·인 사상과 주역의 하도, 그리고 인간의 발성 기관과 음양오행 간의 관계를 작품 속에 조형적으로 풀어냈다. 

여러 겹 쌓고

만다라는 우주적 원리를 도상화한 것이다. 한글 만다라는 한글의 제자 원리 안에도 우주적 원리가 내재돼있다고 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실하가 그동안 연구하고 구상해온 것들을 새롭게 그린 신작이 소개된다. 

각 작품에는 우유와 먹의 농담을 이용한 여러 층의 레이어가 중첩돼있다. 배경의 글씨는 ‘세종어제훈민정음’의 서문과 한글의 자음·모음을 이용한 것이다. ‘훈민정음 서문’의 경우 앞면에 우유를 이용해 보이지 않게 쓰고, 뒷면에서 다시 먹의 농담을 달리해 썼다.

50년 그림세계 처음 소개
훈민정음 28자 제자 원리 


실제 그림에서는 읽을 수 없는 ‘글자 아닌 글자’로, 구성적인 요소로 활용했다. 한글 만다라의 여백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먹과 색의 농담을 이용해 여러 층의 레이어로 구성했다. 

신년화 작품은 우실하가 2009년 기축년부터 매년 그려온 것으로, 올해 신축년을 맞아 12지지의 해를 모두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의 신년화는 당해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부적을 응용하고 있다. 

해당연도 간지의 갑골문(자라나 거북의 배 껍질과 동물의 뼈에 새긴 문자), 금문(고대 청동기에 새겨진 문자), 도문(고대 토기에 새겨진 문자), 초간(초나라 때 대나무나 나무 조각에 쓴 문자), 초백(초나라 때 비단에 쓴 문자), 진간(진나라 때 대나무나 나무 조각에 쓴 문자) 등에 보이는 고대의 글씨와 족휘(고대 부족의 상징 문양)의 부호들, 그리고 당시 상황에 맞는 부적 등을 이용해 구상한다.

주변 여백에는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을 대신해 한글을 파자해 쓰고, 우유를 이용해 탁본 기법을 응용해 그렸다. 
 

▲ 우실하, 2021 신축년 신년화 (辛丑年 소의 해), 종이에 채색·우유, 101.5×50.3cm, 2020

올해 신축년 신년화에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전염병 퇴치부’를 그려 넣었다. 신축년의 신(辛)자와 축(丑)자의 갑골문과 금문을 오래된 순서로 5개씩 쓰고 탁본 기법으로 도드라지게 했다. 신축년의 신과 축이 각각 칼과 맹금류의 발톱을 의미하는데, 우실하는 이를 통해 코로나19 전염병을 ‘휘어잡고 잘라버리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작품에 담긴 사상적 배경 외에도 작가 특유의 제작 기법은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우유를 이용해 글자와 형상들을 여러 겹으로 쌓거나, 붓글씨를 탁본 기법에 적용해 글자를 도드라지게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달성한 기법들은 작품의 의미를 한층 부각시킨다. 

2009년부터 신년화 그려
먹과 우유의 농담 이용


김태은 아트노이드178 디렉터는 “우실하는 명리학, 음양의 원리, 역사적인 문양과 도상, 중국 문명과 한국 문명의 발자취, 한글의 원리 등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내용을 제한된 형식 안에 총체적으로 이끌어오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중심과 무한한 변용을 동시에 품고 있는 만다라와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김노암 LG시그니처아트갤러리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한글의 품은 우주’는 우실하의 책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의 서문 제목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가가 새로운 천년의 빛을 찾는 과정을 스스로 오랫동안 궁구하고 실천해왔고 그 결과, 이처럼 생동하는 감각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회화로 전시를 열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탁본 기법

이번 초대전은 우실하가 지난 50여년 동안 그려온 그림 세계를 외부에 정식으로 소개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우실하는 “그동안 나름대로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지만 환갑이 돼서 정식으로 여는 첫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이 전문가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 ▲

[우실하는?]

1961년 경북 상주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박사

▲경력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동양사회사상학회 부회장
고조선단군학회 부회장 
세계NGO역사포럼 기획위원
중국 내몽고홍산문화학회 회원

▲전시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의 정신세계 속으로’(2020)
‘Bibliotheque: 접힘과 펼침의 도서관’(2010)
‘ART FAIR 서교난장’(2009)
‘자유의지전’(2005)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