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 - 아트스타 2021’ 서현규

‘원각사지 십층석탑’ 철탑으로 재해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봉산문화회관서 ‘유리상자-아트스타 2021’ 전시를 준비했다. 1974년 10월부터 1979년 7월까지 개최된 ‘제1~5회 Contemporary Art Festival DAEGU’에 참여한 작가들의 실험적 태도를 기점으로 현재에 이르는 실험미술, 특히 설치미술의 일면을 소개한다. 올해 첫 번째 전시는 서현규 작가의 ‘봉산 십층철탑’이다. 

서현규의 설치작업 ‘봉산 십층철탑’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보 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모티브로 한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조선시대 석탑으로는 형태가 특이하고 장식성이 뛰어나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의 해석

서현규는 탑골공원 유리 보호각 안에 보존돼있는 석탑의 모습에 착안해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와 시각적 감성을 공유하면서 철탑으로 재해석했다.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 전시는 전시 공간 밖에서 관람객이 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24시간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항상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생활 예술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현규는 재해석의 도구로 가로 150㎜, 세로 40㎜, 높이 62㎜의 파스너란 건축 재료에 주목했다. 파스너를 이용해 모듈 큐브를 만들고, 다시 큐브를 조립해 작품의 형을 구성했다. 그 위에 스테인리스스틸 미러를 이용한 판재를 부착한 뒤 기와 모양의 철판을 제작해 세부적인 밀도감을 높였다.

조립을 통해 파스너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현대적 조형미를 구현했다. 


서현규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봉산 십층철탑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실재와 재해석된 복제품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한다”며 “봉산 십층철탑은 파스너의 구조적인 결합을 통해 기계미학의 조형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유리각으로 덮인 석탑서 착안
특이하고 장식성이 뛰어난 작품

박연숙 평론가는 “봉산 십층철탑은 기계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적 대상을 오늘의 시선을 바라보도록 한다”며 “서현규의 작업은 기술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해석의 양극 경계면에서 기술과 인간의 화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매체를 사용해 과거의 유물을 해석하고 오늘의 시각으로 구현하는 매우 흥미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현규는 유리상자 전시공간의 폐쇄된 특성을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보호각과 동일한 구조적 맥락으로 읽어냈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비둘기 배설물과 산성비로 인해 훼손이 심해져 1999년 유리 보호각으로 완전히 덮어 씌웠다.

유리 공간이라는 공통요소에서 출발했지만 봉산 십층철탑은 유리 보호각의 통제나 차단이 불러오는 단절만이 아니라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외부로의 확장이라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박 평론가는 “작가는 주변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파스너와 철, 그리고 스테인리스를 주로 사용해 기계의 원초적 구조의 틀과 우리를 마주서게 했다”며 “돌과 흙, 나무와 더 가까웠던 우리의 조상이 이들을 사용해 탑을 건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기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친근한 재료를 사용해 오래된 기억에 현재의 생생함을 소생시켜 놨다”고 강조했다. 


높이 5m에 가까운 철탑 구조는 회색 파스너의 다양한 사각 형태의 조합을 통해 금속의 차가움과 날카로움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의 옥개석에 해당되는 부분은 철탑서 철판으로 구성됐고, 석탑의 낙수면에 기와 문양을 표현하기 위해 철판 표면을 거칠게 그라인딩했다. 

파스너 겹겹이 쌓아 재현
기계미학의 조형성 나타내

또 탑의 상륜부부터 기단부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 사각 형태로 부착된 스테인리스는 둔탁한 거울 역할을 한다. 이때 유리상자의 닫힌 구조는 거울을 통해 다시 외부를 반영해 밖으로 열린 구조를 이루게 되는 이중적 양상을 띤다. 

거울에 투영되는 외부의 이미지들은 유리상자라는 전시 공간의 한계를 부수고 공간을 확장시킨다. 관람객들은 이 과정에서 철탑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철탑 주변을 움직일 때마다 거울에 투영되는 이미지가 고정된 구조물에 생명감을 더하는 덕분이다. 

박 평론가는 “서현규의 작업은 현재의 기술로 과거의 유물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이질적인 개체들 간의 공존과 상호 관계 맺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오래된 유물에 내재된 감동은 그 세월의 무게감, 그 자리에 수없이 오고 갔을, 지금은 이미 사라진 과거의 수많은 존재들에 대한 상상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서현규는 단순히 이미지만 현대적으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보존과 소통의 의미까지 작품 속에 내포하고 있다”며 “보존을 위해 존재만의 가치로 전락한 탑을 굳어버린 차가운 기계적 이미지로 재해석한 은유적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의 구현

그러면서 “내부 구조가 보이는 봉산 십층철탑을 통해 내외가 소통될 수 있도록 만들려는 소망을 유리상자 안에 가두는 과정을 통해 드러낸다. 현재 도심 속 섬같이 혼자 호흡하고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가지는 소망, 존재의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서현규는?]

▲학력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및 동대학원 졸업
경북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지털미디어아트학과 박사 수료

▲개인전


‘유리상자-아트스타 2021 Ver.1 서현규’ 봉산문화회관(2021)
어울아트센터(2018)
‘올해의 청년작가전’ 대구문화예술회관(2016)
봉산문화회관(2014)
에덴밸리갤러리(2010)
수성아트피아(2009)
갤러리 로(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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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