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검찰개혁 ‘진짜’ 이유

창 들었을 때 방패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0일은 검찰 입장에서 운명의 날이었다. 국회와 법무부에서 검찰 압박을 위한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법무부에서 열렸고, 국회에서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두 사건의 명분으로 모두 검찰개혁을 내세웠다.
 

▲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수처법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 패싱
일방 통행?

사실상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또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하고 공수처 검사의 요건을 현행 변호사 자격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당은 야당의 개정 의견을 일부 수용, 공수처장에 재정신청권을 주는 특례조항을 삭제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토론 없이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1명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기립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찾아 “권력을 잡으니까 보이는 게 없느냐”며 “이렇게 날치기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9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국민의힘이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 “대한민국은 ‘문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비꼰 내용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난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7인 중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제출하고 유상범 의원이 반대 토론에 가까운 수정안 설명에 나섰지만 의석 수에 밀렸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의 핵심 정책인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자신의 SNS에 “공수처 출범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운영은 더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가동되면 권력층의 불법적 특권과 불합리한 관행은 사라지고, 공직사회는 더욱 맑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야당 비토권 무력화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으로 참담한 분노가 치솟는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법 개정안의 통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이 폭망의 길로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고 확신한다”며 “국민들이 이런 부정, 불법, 비양심, 사기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신속한 출범 길이 열려 다행이다.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며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검사징계위도 지난 10일 법무부에서 열렸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해 징계위가 소집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징계위는 외부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전남 광양 출신의 정 교수는 2017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 교수 외에 외부위원으로는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했다. 또 다른 외부위원 1명은 불참했다.

당연직 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 추미애 장관이 지명한 2명의 검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다. 법률상 징계 혐의자인 윤 총장은 심의에 출석하지 않았고, 대신 이완규·이석웅·손경식 등 특별변호인 3명이 참석했다. 

윤 총장 측은 회의 시작 후 징계위원들에게 추미애 장관이 징계청구자이면서 징계위를 소집하는 건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징계위원들은 윤 총장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5명 중 신성식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기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환영의 뜻

이 차관에 대해서는 이미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윤 총장 감찰·징계 청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심 국장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서 기피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기피신청을 ‘기피권 남용’이라면서 기각했다.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물러났다.

징계위는 10일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장장 9시간 동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징계위 회의는 징계위원 기피 신청 판단 등 절차적 논의와 법무부의 징계 사유 설명에 이어 윤 총장 측의 의견 진술 순으로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은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감찰부장, 정진웅 차장검사에 이어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징계위는 심 국장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 증인에 대한 심문과 징계 의결 절차는 오는 15일로 미뤄졌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도 개혁 대상으로 꼽혔다. 당·정·청은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 입법화에 공들였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늦어도 내달 초면 공수처 출범이 가능하게 됐다.

검찰 견제를 위한 마지막 틀이 완성된 것.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서도 당정청은 연일 검찰개혁을 내세웠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인사권과 감찰권, 수사지휘권을 휘두르면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언급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위 전날인 9일에도 자신의 SNS에 이연주 변호사가 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책을 일부 발췌해 “공수처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책이다. 추 장관은 이 책에서 “검사의 직무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중략- 어쨌든 검사들에게 국민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지 않으나 조직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9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

문제는 청와대와 집권여당, 법무부에서 명분으로 언급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 총장의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한 이후 공수처 출범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리 등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정권을 향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 4개사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방향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조치에 대해서도 50%의 응답자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은 30%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자세한 사항은 NBS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한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전격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된 수사로 윤 총장은 집권여당은 물론 청와대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올해 1월 추 장관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하면서는 ‘추윤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끊이지 않는 갈등을 겪었다. 

추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쳐냈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주요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했다. 집권여당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지켰다. 식물총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 총장은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반전의 키를 쥐었다. 

징계위는 결론 못 내고 15일로
때릴수록 윤 총장 지지율 올라 

집권여당의 공세를 작심발언으로 맞받아친 윤 총장에 대해 추 장관은 감찰권으로 맞섰다.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강의에서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전지검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를 두고 수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결과를 내놓은 이후였다. 월성원전 수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직원 2명의 구속으로 수사가 그보다 더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소환도 초읽기 상태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이외에도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등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문재인정부 관계자들 연루 의혹 사건이 산재해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2022년 3월 대선까지 대형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윤 총장에 대한 당정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의 체급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추 장관과의 갈등이 시작될 무렵부터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윤 총장은 최근 조사에서 양강으로 분류됐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 

정권 노리니
날려버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은 25.8%로 단독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20.2%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2주 전(11월23~27일) 조사와 비교해 지지율이 6%p 급상승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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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