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애경그룹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 민낯

다 챙겨가는 회장님 핏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를 우회 지원하는 광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총수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애경그룹 총수 일가 역시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 애경그룹 사옥 ⓒ박성원 기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2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덩치는 신참
하는 짓은 거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총 개수는 전년(173개) 대비 6개 감소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 지주회사가 94개에서 82개로 감소한 결과다. 6개가 신설되고 12개가 제외됐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건 GS그룹(11곳)이지만,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대기업 2년차’ 애경그룹이었다. 애경그룹은 오래전부터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했던 기업집단으로 분류돼왔다. 그룹 차원에서 성행한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의 자식은 물론이고, 사위, 올케까지 참여하는 ‘가족경영’의 연장선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 5월이다. 이 무렵 애경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됐다. 홍대 신사옥 준공, 계열사 상장 등이 이어지면서 공정자산 5조원을 넘겼기 때문이었다.


대기업집단으로의 편입은 애경그룹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갔음을 뜻했다. 대신 규제 강화라는 만만치 않은 반대급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중한 잣대는 애경그룹이 직면한 골칫거리였다.

친인척 
한입씩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연간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 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 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공정거래법상 애경그룹은 10곳(▲애드미션 ▲에이텍 ▲비컨로지스틱스 ▲애경개발 ▲애경피앤티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코스파)의 계열사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 (사진 왼쪽부터)장영신, 채동석, 채승석, 채은정 ⓒ애경그룹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들은 사실상 총수 일가 수중에 있다. 총수 일가는 우월한 지분율을 밑천으로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해왔고, 계열사는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일감을 독식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총수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이 100%인 곳은 ▲비컨로지스틱스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등 총 5개사. 에이엘오와 인셋을 제외한 3곳은 수의계약을 통해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지속해왔다.

자식도 모자라 올케까지
일감 몰아주기 효과 ‘톡톡’


백화점과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애경그룹 총수와 총수의 친자녀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다. 장영신 회장(5.63%), 채형석 애경산업 총괄부회장(50.33%),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0.66%),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3.23%),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10.15%)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단연 돋보인다. 2017년 매출 425억원 중 91.5%를 내부거래로 발생시킨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이듬해 내부거래 매출을 272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매출이 509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내부거래율 역시 2018년 53.0%에서 지난해 69.7%로 올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그룹 내 위상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구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지분율 10.3%로 AK홀딩스 2대 주주에 등재돼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14.2%를 보유한 채형석 부회장이고, 총수 일가의 지분율 합계는 45.9%로 집계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계열사 지분 취득은 AK홀딩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경개발(31.4%), 에이케이에스앤디(20.0%), 애경산업(18.0%), AK홀딩스(10.3%), 코스파(10.0%), 제주항공(1.7%) 등의 주주명부에서 에이케이아이에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컨로지스틱스는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17억6500만원이 모두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수의계약을 맺고 대금 지급은 현금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2018년에도 매출 51억원 전부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억75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2%가 넘는 알짜배기 회사다. 

속보이는 거래
두둑해진 밑천

비컨로지스틱스 주요 주주는 장대영(32.5%)씨, 장우영씨(35.0%), 장지영씨(32.5%)다. 이들은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이사의 자녀들이다. 김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오빠인 장위돈 전 서울대 교수의 부인이다. 사내이사 4명과 감사 1명 등 임원들 역시 모두 총수 일가 구성원이다.

1995년 설립된 우영운수는 육상 운송 서비스를 주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액 17억원 가운데 15억원이 애경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내부거래율은 90.1%에 달했다. 2018년에는 매출 58억원 가운데 56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 당시 내부거래율은 97.1%로 집계됐다.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는 우영운수 대표직도 맡고 있다. 김보겸 대표는 지분 6%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94%는 김 대표의 3자녀(장대영·장우영·장지영)가 확보한 상태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이텍, 애경피앤티 역시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에이텍의 내부거래 규모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 가운데 에이케이아이에스 다음으로 컸다. 이 회사의 최근 2년간 내부거래 금액은 1223억원에 이른다. 2018년과 지난해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49.9%, 45.1%다. 


에이텍의 지분 절반은 총수 일가의 몫이다. 일가가 장영신 회장(0.1%)을 비롯해 채형석 부회장(28.6%), 채동석 부회장(17.9%), 채승석 전 사장(3.3%)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골판지 제조업체인 애경피앤티는 에이텍(45%), 채형석 부회장(40%), 채은정 부사장의 남편인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1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65억원, 지난해 146억원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얻었으며, 해당 기간 내부거래율은 각각 89.1%, 82.6%로 집계됐다.

코스파는 내부거래율이 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꼼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파는 한국특수소재를 1.00:3.27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공시를 통해 합병 목적을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특수소재가 합병 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자, 흡수합병이 규제 회피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 압출발포제품을 제조하는 한국특수소재는 제품 전량을 코스파에 납품해왔다. 2018년 한국특수소재가 올린 총매출 148억원 모두 코스파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대놓고 밀어주기
곳곳에 사각지대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애경그룹 계열사 상당수도 내부거래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기업이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는 ▲에이케이레저 ▲서림 ▲애경화학 ▲제주항공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에이케이에스앤디 ▲에이케이켐텍 등 총 7곳이다. 


특히 에이케이켐텍은 지난해 331억원을 비롯해 매년 수백억대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에이케이켐텍의 최대주주는 지분 81.3%를 보유한 AK홀딩스다. ‘총수 일가→AK홀딩스→에이케이켐텍’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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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