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장 출사표 낸 이혜훈 전 의원

"서울서 시작, 서울서 끝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당내 ‘경제통’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일요시사>는 지난 25일 국회 근처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그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공약을 얘기하자마자 여당이 일제히 공격하는 걸 보고, 본선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이 서울시장을 향한 기지개를 폈다.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당의 ‘중진 차출론’에 따라 험지인 동대문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대표까지 거쳤던 3선 중진의원이 ‘민주당 돌풍’에 꺾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실패는 배움의 기회라고 했다.

경제 서울로

낙선 이후 그는 강남과 강북을 두루 섭렵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으며,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여풍’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경제통’의 장점까지 더해져, 강한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파격적인 부동산 공약들을 발표했다. 그의 ‘서울블라썸’은 80층짜리 일체형 초고층 시설로, 직장·주거·의료·문화를 한 공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시설이다. 80층 중 50층은 청년들의 주거 시설로, 청년들에게 ‘직주의문(職住醫文)'의 공간을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또 신혼부부 및 육아부부를 위한 한강뷰 초고층 건물인 ‘허니스카이’를 세워 무주택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서울을 만들고자 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청년들을 위한 일체형 건물을 두고 민주당 인사가 ‘욕망’이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에게 주거와 일자리는 욕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욕망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 강북과 강서에 봐둔 시유지가 있는데, 땅값이 안 들어간다. 건물을 짓는 건축비는 평당 600만원이다. 15평에 살고 싶은 청년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9000만원이다. 분양의 경우, 장기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이건 흑자 사업이다. 이걸 두고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말하는 건 사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거나, 정치 공세를 하는 것 둘 중 하나다.”


보다 못해 직접 나선 ‘경제통’
강남·강북 두루 섭렵한 후보로 평가

이외에도 이 전 의원은 서울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도시로 도약시키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블라썸에 사업할 공간을 마련해, 창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형 오픈 API 사업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두하는 서울을 꾀하고자 한다.

“서울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다. 공약인 서울형 오픈 API는 민간인에게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공공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주는 거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다양한 사업 모델들을 만들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두하는 서울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가 별 건가. 서울을 전 세계에 둘도 없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 또 심야버스도 확충할 계획이다. 노선도 더 늘리고 배차 시간도 더 좁혀 운행량과 횟수 등 다 늘려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녹록지 않다. 현재 서울시의원 109명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서울 지역에서 서초구 단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24개구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이끌고 있다. 만약 이 전 의원이 시장직에 당선된다면 1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이들과의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상당한 정치력을 요하는 과제다.
 

▲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에 얽히고설킨 난제들을 풀려면 정치욕이 아닌 정치력이 필요하다. 이를 진보와 보수의 싸움으로 두면 백전백패다. 일 년 내내 싸우기만 하는 ‘정치 시장’이 되는 것이다. 서울시민에게도 유익이 되는 공통분모를 찾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민주당 분들이 민심을 얻는 일을 왜 안 하겠나. 서울 시민을 섬기는 일꾼들이니, 함께 설득하고 한 팀이 돼서 가야 한다.”

이 전 의원은 당내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석사 졸업하고 미국 UCLA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은 후, KDI(한국개발연구원)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17대 국회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3선을 했다. 종합부동산세 환급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그의 치적 중 하나다.

이 전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 소송에 앞장서, 6342억원의 환급을 얻어냈다. 그렇다면 경제통인 이 전 의원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얽히고설킨 난제 풀려면
정치욕 아닌 정치력 필요”

“과락이 확실하다. 박원순 전 시장이 정비구역 393개를 해지했다. 정비구역이라는 게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건데, 공급을 가로막은 거다. 서울시의회 보고서에 의하면 이로 인해 26만호 공급이 무산됐다. 사실상 집값 폭등에 기름을 부은 거다. 게다가 문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면서,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 정부가 집값과 전셋값 폭등의 주범이다. 자꾸 국민들의 욕망을 죄악시하고 계몽하려고 든다. 국토부장관은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며, 공급 확충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들은 대량 공급됐던 낡고 노후한 불량 주택들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규제한다고 해서 수요가 줄어들겠나. 원하는 집을 많이 공급해버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전임 서울·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인한 궐석에 의해 치러지는 선거다. 당 안팎에서는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이에 대해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성 광역지자체장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선출직 선거에서 여성 후보의 불이익이 엄존한다는 방증이다.

“이번 선거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심판으로 볼 수 있다. 권력형 성범죄는 서울시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서울 시장이 된다면, 직통으로 시장과 연결할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들겠다. 시장에게 바로 불만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 직접 처리해주도록 하겠다. 여성 후보 가산점은 중진의원인 내겐 주지 않아도 된다. 대신 신인 여성 후보들에게는 다 줬으면 한다. 정치는 여성에게 차별과 편견이 가장 심한 분야이기 때문에 가산점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의 목표는 여성 가산점이 사라져도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여풍의 중심

서울시장은 흔히 대권을 향한 ‘디딤돌’로 여겨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의원이 시장직을 거쳤고, 안철수 대표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전임자였던 박원순 전 시장 역시 대권을 노리고 있었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정치서울’을 반드시 끝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서울은 내게 정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서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대권엔 전혀 생각이 없다. 그런 정치 시장은 끝내자는 게 나의 모토다. 정치 서울을 끝내고 경제 서울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경제 시장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통 이혜훈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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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