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삼수’ 나선 안철수의 배수진

이대로 빅텐트 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핵심은 야권 내 단일후보를 내는 방식인데, 이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잇따라 ‘잠룡’급 후보들의 출마가 점쳐지는 데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 연대 추진 동력에 불이 붙었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시장직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돼 온 안 대표가 최근까지 시장직 불출마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향의 컸다.

레이스 시작
복잡해진 야

안 대표는 시장직 출마 선언 전날 당직자들에게 ‘결자해지’의 각오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2011년 안 대표가 박원순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벌어진 상황들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진로를 선회한 것을 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저조한 성적을 받으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21대 총선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안 대표가 소속돼있는 국민의당은 21대 국회에서 원내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법안 발의는커녕 주요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도 크게 조명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이미 과반 의석수를 확보해 당의 ‘캐스팅보트’ 역할도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 대표가 당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마지막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퇴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서울시장 출마로 체급을 낮춤으로써, 안 대표의 ‘몸값’을 다시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안 대표의 전략으로 국민의당은 선거 주도권을 선점했다. 내년 출마 선언 이후 발표된 첫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두각을 보였다. 한길리서치에 <쿠키뉴스>가 의뢰해 19~20일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안 대표의 지지율은 17.4%. 범야권 후보 1위였다.

출마 선언 후 야 지지도 1위
단일화 두고 야권 내 기싸움

만약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야권의 바람대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반문(반 문재인)연대 결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직은 대한민국 수도의 시정을 총괄하며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정 과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1년짜리 임기에 불과하지만, 반문 진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부각시킬 수 있다. 여론전을 잘 이용하면 문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해 야권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개연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시장 출마로 속내가 복잡해졌다. 안 대표의 결단이 반문 빅텐트의 기폭제가 될지,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원내대책회의 갖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장은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야권에서 입지가 높아진 안 대표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단 단일화에 대한 큰 이견은 야권 내에 없다. 분열은 ‘필패’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변수는 야권후보 단일화 방법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2011년 민주당 모델식 통합경선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당적 불문으로 야권 인사들의 원샷 경선 등이다.

통합이냐
분열이냐

안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참여에 관해선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공정 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민주당 모델식 통합경선을 희망한다는 평가가 많다. 2011년 민주당 경선을 뚫고 올라온 박영선 당시 의원은 단일화 경선을 거쳤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경선을 벌였다. 안 대표 역시 국민의힘 후보와 순차 경선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가 입당 후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103석(국민의힘) 대 3석(국민의당)이라는 의석 수 격차에 비춰 민주당 모델식 통합 경선은 적절하지 않고, 당내 후보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동안 안 대표를 향해 “야권 후보가 되고 싶으면 입당부터 하라”고 밝혀왔다. 이날 출마 소식에도 “여러 출마자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에 들어와 같은 조건으로 경선을 치르라는 것이다.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현재 국민의힘은 예비경선에서 ▲100% 국민여론조사 ▲시민검증위원회 검증 ▲1대1 토론회 3회-합동토론회 2회 진행, 본 경선에서 ▲국민여론조사 80%-책임당원 20% ▲시민평가단 구성 ▲정치 신인 가산점 등을 결론내렸다.

일각에서는 100%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당 차원에서는 당원의 의사를 원천 배제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내 경선 입장은 고수하면서도 당원 참여를 20%로 제한함으로써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 인사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도 성향의 후보자들을 포섭해 경선을 흥행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필승론
필패론

경선 방식을 두고는 여전히 여러 의견들이 제기된다. 특히 당원투표 20% 등을 그대로 적용할지가 문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금 룰대로는 안 대표더러 지라는 이야기 밖에 안 된다”며 경선을 위해 새로운 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원활한 단일화 논의를 위해 입당이나 기존 규정 같은 조건은 내려놔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장 물망에 오른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서는 견제구가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열심히 경선을 거쳐 승리한 후보가 당 밖의 안 대표와 한 번 더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만약 안 대표가 이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출마는 본인 단일화의 고집밖에 되지 않는다. 야권 분열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내부에서 100% 시민 경선으로 당외 인사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로서 당외 인사를 압도하는 당내 인물이 없다는 현실론에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 당 밖의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100% 시민경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본인의 SNS에 올린 글에서 100% 시민경선으로 치러야 한다며 “문재인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세력이 돼 달라는 국민의 뜻에 화답하려면 중도인사들과 폭넓게 연대하는 개방과 확장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행몰이 선거 ‘미니 대선급’ 경선판
긴장하는 여, 고개 드는 정권 심판론

안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야권 잠룡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안 대표의 추후 행보에 따라 경선판의 규모가 ‘대선 전초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권 잠룡급과 인지도 높은 주자들이 등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서울시장 선거 흥행을 위해 이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설 경우 당 밖 주자를 견제하면서도 경선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엔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대선주자급이 물망에 오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으며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으로서 입지를 다져 존재감을 높인 뒤 다음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안 대표가 주장해온 대권행을 선택하면, 국민의힘의 당 내홍은 불가피해진다. 당 지도부엔 비대위 출범 후 자당에서 후보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안 대표가 제3지대를 유지한다면, 대선 후보가 2명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폄훼하면서도, 활력이 도는 야권의 보선판을 은근히 신경쓰는 모양새다. 여당에선 안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대권을 향한 정치적 꼼수로 깎아내리는 한편 ‘후보 경쟁력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이어갔다. 민주당 후보군들 역시 물밑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 외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나 박주민 의원은 고심을 이어가면서도 외부 인사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품어? 말아?
경선 딜레마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짙다. 다음 대선을 1년 남긴 시점에 민심의 향방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인사의 성추문 의혹으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야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 11월 넷 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당선보다 야당 당선이 앞설 것이라는 여론 조사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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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