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북 피살 공무원 친형 이래진 “동생을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

“분명히 골든타임 존재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연평도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의 본질은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인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과 이에 대한 정부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이다. 피살당한 공무원 A씨를 살릴 수 있는 6시간의 골든타임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A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 사이 고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모욕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유가족들은 매일 지옥같은 날들을 버티고 있다. <일요시사>는 A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를 만나봤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 ⓒ배승환 기자

“지금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프지만 대통령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말씀에 다시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책임 물을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씀과 직접 챙기시겠다는 대통령님의 약속을 믿습니다. 아빠는 잃었지만, 어떤 분이신지 너무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 가족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대통령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약속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골든타임

위 글은 북한군에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서한을 받고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앞서 A씨 아들은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위로했다.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당한 A씨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1일 오후 1시쯤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던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군은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정황을 입수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11분쯤 이씨의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을 관측했다.

A씨를 살릴 수 있는 6시간의 골든타임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했고, A씨는 ‘비무장’의 상태에서 북한군에 사살됐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의 방대한 해역이 그대로 뚫렸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30시간 이상의 자국민이 해상에서 표류를 했다는 것은 군 경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NLL 남쪽에서 동생의 행적은 찾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해 국민들의 안전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 사고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

해경, 도박 빚에 자진 월북 판단
“해상 경계 실패 회피용으로 조작”

이후에도 정부는 A씨의 억울한 죽음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씨는 지난 6일 국방부에 정보공개 신청을 했다. 정부는 정보공개의 청구를 받으면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심위의 구성을 핑계로 내달 3일로 판단을 미룬 상태다. 그 사이에 고인을 향한 근거없는 루머와 무차별적인 모욕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유가족들은 지옥같은 날들을 버티고 있다. 국민이 부당한 이유로 희생될 경우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국가의 온당한 의무를 저버린 태도다.

해양경찰은 지난 22일 A씨가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A씨가 실종 직전까지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있었고, 각종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월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의 동료들은 그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입수한 A씨가 ‘무궁화 10호의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 보고서’에는 동료들은 “월북했을 가능성이 낮다”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조류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 없다”는 등 월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술들이 담겼다.

이씨는 해경 발표를 두고 ‘인격 모독에만 열 올린 파렴치한’이라며 ‘추정으로만 쓴 소설’이라고 분노했다.
 

▲ 지난달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친형인 이래진씨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승환 기자

“정부가 군 당국의 해상 경계 작전 실패에 관련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동생을 월북했다고 추정하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해경 발표는 전문가들이 보면 기본적인 상식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실한 수사다. 내가 오죽하면 국감장에서 ‘니들(해경) 중에 누가 똑같은 상황에 빠져서 NLL까지 떠밀려 가보라’고 하겠나. 똑같은 해양 조건에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추정적인 시뮬레이션을 갖고 동생의 월북 정황으로 보지 말아달라. 자기 형제들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렇게 하겠는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초상집에 휘발유를 뿌린 것이다.”

“나도 항해사로 30년간 근무했다. 죽은 동생도 일등 항해사로, 전문가다. 근무할 때 구명조끼 착용은 의무다.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체온이 유지되는 잠수 슈트를 입지, 구명조끼를 입겠나. 구명조끼는 24시간 이상 부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군 당국이 발표한대로 부유물에 의존해 38km를 헤엄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업 중 실족을 했을 것이고, 조류에 의해 NLL을 넘었을 것이다.”

“기본 상식도 없는 부실 수사”
“피격 전 이미 숨졌을 가능성도”

이씨는 북한군에 피격되기 전 A씨가 이미 숨을 거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A씨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을 때는 바다에 표류한 지 24시간이 넘은 시점으로, 인간의 생존 한계를 이미 한참 넘은 상태였다.

북한군에 체포돼 2시간 동안 이끌려 다니면서 이미 익사 또는 심정지 상태가 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에서 이 사건을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은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고, 북한에 국제적 의무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이래진씨 ⓒ배승환 기자

“2시간 동안 그대로 끌고 다녔다. 가다가 놓쳤다는 건 동생을 쳐다보지도 않고 끌고 간 것이다. 바다에 한 시간만 빠져 있어도 구역질이 난다. 30시간 이상이면 몸의 기름기가 완전히 다 빠져버린다. 피격 당시 동생은 이미 숨진 상태였을 거다. 북한의 반인륜적인 행위는 정말 끔찍하고 잔인하다. 동생의 시신이나 유골을 조속히 송환을 부탁한다. 제발 민간인을 학살하는 만행은 멈춰달라.”

A씨의 죽음이 한달이 되는 지난 21일 이씨는 동생을 위한 선상 위령제를 지냈다. A씨는 A씨는 슬하에 1남1녀를 둔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첫째 아들은 국회의원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모범생이었고, 둘째 딸은 8살의 귀여운 막내였다. A씨는 본인의 SNS에 꾸준히 막내딸 사진을 올리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이곤 했다.

여론전?


“막내는 아빠가 해외에 출장 나간 줄 안다. 첫째 아들은 심적 고통이 심한 상태지만, 대견스럽게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빠를 하루 아침에 잃은 것도 서러운데, 정부는 동생을 월북자로 몰면서 가족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동생은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더 이상 동생에 대한 ‘명예살인’을 하지 말고 예우를 다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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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