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 ‘위기의 체육계를 말하다’

“대한체육회, 승부욕만 있고 스포츠맨십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체육회가 안팎으로 위기다. 내부로는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드러났고 외부로는 정부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40여년 동안 체육계에 몸담은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은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가 유 회장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봤다.
 

▲ 일요시사와 특별대담 갖고 있는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

1920년 조선체육회로 출범한 대한체육회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대한체육회는 아마추어 스포츠를 육성하고 경기단체를 지도·감독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체육 사단법인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으며 17개 시·도 체육회와 78개 회원종목단체 등으로 구성돼있다.

대표 체육단체
창립 100주년

최근 대한체육회는 안팎으로 진통을 겪는 중이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태로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선수 인권침해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한체육회는 단호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맹단체의 관리기구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체육정책과 예산의 전권을 쥐고 있는 문체부와의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1월18일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위한 정관 개정 승인 문제를 두고 문체부는 4개월 넘게 가타부타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해야 한다는 문체부의 주장에는 대한체육회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40여년간 체육계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요트협회장 인준 문제로 대한체육회와 1년여간 법정 공방을 벌였던 유 회장은 체육계 원로로서 쓴 소리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서 유 회장을 만났다.

변화와 혁신에 실패
정부와 관계도 삐그덕

대한요트협회장,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설립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고려대 특임교수, 방송통신대학교 운영위원, 방통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학생 등 유 회장이 갖고 있는 직함은 무려 10개가 넘는다. 유 회장이 여러 분야서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의 뿌리는 체육계서 찾을 수 있다.

1974년 대한레슬링협회 이사로 국가대표 전지훈련 단장을 맡아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유 회장은 국회 88서울올림픽특별위원회 위원,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롤러스포츠연맹 명예회장, 사단법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대한요트협회 회장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유 회장은 최근 대한체육회를 둘러싼 안팎의 논란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이후 첫 회장을 맡은 ‘이기흥호(號)’의 지난 4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인들과의 소통, 정부로부터 자주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 협회기 흔드는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유 회장은 “2016년 통합 이후 대한체육회는 선수 (성)폭력, 선수 선발 과정서의 불공정성 등 과거의 관습적인 적폐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문체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눈앞에 있었지만 최근 들어 되레 상호충돌 양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와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대립구도를 벗어나 국민생활과 체육발전 중심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는 체육인들과의 소통을 통한 개선 논의와 대책 수립 과정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또 통합적이고 자주적인 대한체육회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통합
그 후 4년…

유 회장은 대한요트협회장 인준을 두고 대한체육회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을 벌였다. 1년여에 걸친 갈등 과정서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 행정의 부끄러운 단면을 봤다고 주장했다. 회장 인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을 얻어 법리적 판단을 제시했지만 끝내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의 세금뿐만 아니라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비판이다.

2019년 9월2일 법정 공방 끝에 대한요트협회장으로 인준된 그는 직원 임금체불, 재정자립도 6.2%로 가맹단체 중 꼴찌라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지원만으로는 대한요트협회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본인의 경험과 인맥을 동원해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밀린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 선수들의 포상금을 1년 만에 정리했다.
 

▲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고성준 기자

그는 “평생 살면서 처음으로 소송을 해봤다. 대한체육회는 공정을 기반으로 스포츠맨십을 발휘해야 할 조직이다. 그런데 그런 조직서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을 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소송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서 조직의 성패는 리더의 정무적 판단력과 보좌진의 유능한 행정력에 달렸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종목단체장을 해온 경험에 비춰봤을 때 매끈하게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스포츠과학센터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제안들이 어떤 특정한 벽에 막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이 대한체육회 차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성폭력 등 적폐 여전…상호충돌 양상도 
“체육발전 중심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

그러면서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은 시스템이나 행정체계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했다. 그는 “성적에만 목매면서 단기 계약에 휘둘리는 선수와 지도자의 상황이 최숙현 사태 같은 비극을 만들었다.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며 “또 심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이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도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종목단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복지가 열악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육성해 공감성과 효율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글로벌 시대에 국제 감각이 뛰어난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채용 절차를, 그리고 헌신적인 직원들을 위한 연금, 평생고용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유 회장은 인터뷰 내내 변화와 혁신에 대해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체육계 또한 그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문화의 중심이 동양으로 옮겨오는 상황서 우리나라가 그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체육계도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 시대에 발맞춰 지금의 체육환경을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으로 ‘한국 해커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비대면 훈련과 개인훈련,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술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과 장비, 첨단 분야의 기술경쟁력과 디지털 생활체육을 위한 자립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체육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
언택트 시대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대한체육회가 체육청이나 체육부 등 문체부로부터 독립된 전문기관이 돼야 한다. 일부 문체부 직원들로 대한민국 체육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현행 시스템에선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문체부 산하에 있기엔 대한체육회의 규모가 이미 방대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문체부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권고한 것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대의원 총회를 거쳐 반대 의견을 의결한 것을 예로 들었다.
 

▲ ▲ⓒ고성준 기자

유 회장은 “IOC는 76개국 15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NOC는 20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IOC와 NOC의 기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약 86%다. 문체부가 IOC와 NOC의 분리를 권고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IOC와 NOC의 기능이 분리된 나라들은 정부나 국가체육기관(NSC)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운영되고 있다는 속사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로부터 IOC와 NOC가 정치나 재정으로 전혀 독립된 상태가 아니다. 분리 운영하는 나라가 많다는 이유로 우리도 분리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은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또 지리적 여건에 따라 관습적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제약 없이 스포츠와 국민체육진흥에 있어 동등한 혜택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이 정신을 이어가려면 국내체육과 국제체육 간 이원화에 따른 행정소모나 파열음 없이 유기적인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
말많은 이기흥 재선 도전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서도 이미 몇몇 후보군을 정해두고 차기 대한체육회장을 점쳐보고 있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에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태다.

그는 “조직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 수장이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않으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지 않겠나”라며 “비리사건에 연루됐거나 선거 과정서 지적을 받았거나 성적 스캔들이 있는 경우 리더가 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능력은 물론 봉사에 대한 헌신성, 애국심, 사명감도 수장의 덕목이라고 본다”며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와 계속 논의해야 하는 만큼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도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적폐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 상황이 체육인으로 매우 아쉽다.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에도 공감한다”면서도 “지금은 주변의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수장의 모습은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면서 소통이 되는 인물이다.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대한체육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체육인으로서 대한체육회는 물론 우리나라 체육 발전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결단을 내리겠다.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듯하다”고 언급했다. 

유 회장은 평생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길 위를 걷고 뛰던 마라토너로서의 자신을 언급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30회가량 완주했고 인천서 부산 하구둑까지 1000㎞에 달하는 거리를 걷고 뛴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17개 시도를 한 바퀴씩 뛰면서 체육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도덕성 높은
수장 필요해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는 물론 국가 전체가 위기 상황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과 체육인들이 마음을 모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문화와 문명의 제일 선도국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죽을 때까지 걷고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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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