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영업비밀 유출 수사 ‘질질 끄는’ 검찰 속사정

세월아 네월아∼ ‘3년째 헛바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영업비밀을 둘러싼 BBQ와 bhc의 ‘치킨게임’이 검찰서 헛바퀴를 돌고 있다. 벌써 3년째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동안 두 업체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치킨업계 전체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BBQ와 bhc는 교촌치킨과 함께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특히 BBQ와 bhc는 1위 교촌치킨에 이어 2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관계다. 2013년 사모펀드가 bhc를 사들이기 전까지 두 업체는 한 지붕 아래 있었다. 2004년 BBQ가 bhc를 인수하면서 ‘형님’ 업체가 됐던 것. 

치킨업계
치킨게임

‘한 지붕 두 가족’이 갈라선 건 2013년 BBQ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에 bhc를 매각하면서다. BBQ는 1130억원에 bhc를 매각하면서 10년 간 물류 용역과 소스 파우더 등 식재료를 공급 받는 조건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7년 동안 국제중재법원 제소와 판결, 검찰 압수수색, 채권압류와 추심 등 두 업체 사이에 온갖 일들이 불거졌다. 

두 업체 간의 본격적인 싸움은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Q는 신메뉴 등 자사 핵심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bhc와 물류 계약을 해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상품 공급 계약도 중단했다. 계약 해지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bhc와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bhc는 BBQ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인한 물류 및 상품 공급 중단으로 피해가 막심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3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BQ는 박현종 bhc 회장을 겨냥한 형사 고소로 맞섰다. 박 회장은 2004년 BBQ가 bhc를 인수할 당시 BBQ의 해외사업을 주도했다. 매각 후에는 bhc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총 703건 경쟁사 핵심 정보 빼간 혐의
박현종 회장 비공개 소환 조사…시늉만?

현재 두 업체의 최대 갈등 현안은 ‘영업비밀 침해’ 의혹이다. 2017년 6월 BBQ는 박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BBQ 정보통신망을 불법으로 274회 접속, 총 703건의 기밀 자료를 불법 다운로드하고, 이 중 313건의 영업비밀 자료를 부정 취득해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8년 9월 임직원 1명만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박 회장 등 다른 임직원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bhc가 BBQ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고 유출된 자료들을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들었다. 

치킨 업계를 비롯한 요식업계서 BBQ와 bhc의 갈등을 주목하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 검찰의 처분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요식업계의 생명인 레시피에 대한 검찰의 시각을 보여준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뺏겼지만
네 잘못?

이후 BBQ는 즉각 항고했고, 서울동부지검의 판단은 서울고검서 뒤집혔다. 서울고검은 해당 사건을 중대 사건으로 분류하고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명령은 처음 수사를 벌인 검사의 처분이 미진하다고 보고 다시 수사하라고 상급청이 내리는 명령이다. 다시 말해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부족했으니 다른 검사가 해당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최근 업체가 기밀로 분류하는 레시피 유출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영업비밀 침해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조석영 부장검사)에 재배당된 사건은 여전히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2018년 유일하게 기소됐던 임직원 역시 올해 초 1심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BBQ 해외사업부 소속이던 A씨는 2014년 2월 퇴사하면서 개인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긴 24건의 정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남겨뒀다가 이듬해 10월 bhc로 이직한 뒤 업무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반출한 정보는 BBQ가 2002년 특허를 출원한 프라이드 치킨 조리법과 아시아 각국 사업 타당성 검토 자료 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치킨 조리법의 경우 BBQ 일부 지점이 자체 블로그에 반죽 비율과 기름 온도 등 조리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올려놓는 등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 레시피를 통상 입수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불기소 처분→재기 수사명령
결국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최근 검찰은 지난달 말 박 회장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피소인인 박 회장의 소환은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새로 사건 재수사를 맡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3년 묵은 ‘치킨전쟁’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법조계 일각에선 기존의 검찰 수사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당시 검찰은 bhc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을 때 혐의 대상자들의 휴대폰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계속 길어지는 이유도 당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BBQ 본사

치킨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2∼3위를 다투고 있는 업체 간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레시피 논란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BBQ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며 “중견기업으로서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레시피, 보고서 등 주요 영업비밀 자료가 불법으로 유출되면서 신제품 개발, 모객 활동 등 경영 전반에 셀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길어지는 
이유는?

이어 “검찰은 가해자들이 법에 정해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BBQ처럼 억울한 기업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돼야 기업의 공정 경쟁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hc 관계자는 “본 사건은 이미 수차례 검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 받은 것”이라며 “이번 재기수사도 시간을 끌기 위해 터무니없는 증거를 제기한 것으로 특별히 기존과 별다름 없는 조사로 결과가 변함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영업 비밀 침해행위나 불법을 한 적이 없기에 BBQ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기업은 가맹점의 발전과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본업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모든 공은 검찰로 넘겨졌다. 업계의 촉각은 새로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으로 쏠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hc ‘뿌링클’ 위생 논란
‘때가 어느 땐데’ 비닐에 버무려?


bhc가 가맹점 위생 논란에 휩싸였다. bhc 치킨 메뉴 중 하나인 ‘뿌링클’을 제조하는 과정서 치킨을 포장용 비닐봉지에 넣고 그대로 양념에 버무린 사실이 드러난 것.

뜨거운 치킨이 비닐에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수 있고, 또 포장용 비닐이 식품용 위생 비닐도 아니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뿌링클은 bhc를 대표하는 메뉴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뿌링클 먹는 분들 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게재한 A씨는 “치킨을 먹으러 새로 생긴 오프라인 bhc 매장에 갔는데, 뿌링클 가루를 치킨 포장용 봉투에 넣고 버무리고 있었다”며 조리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치킨을 위생 봉투도 스테인리스 볼도 아닌 포장하는 일반 비닐봉지에 넣어 조리한 것이다.

A씨는 “주방 구조가 보이는 구조였는데 위생 클린백이 아닌 일반 포장봉투에 치킨을 넣고, (내가) 치킨을 먹는 동안 6번가량 같은 봉투에 버무리는 장면을 봤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먹는 걸로는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한다. 위생 너무하다. 내가 뿌링클을 먹는 것도 아닌데 화가 나더라”라며 “모든 업주와 매장이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프랜차이즈를 달고 서로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A씨는 “bhc 본사에 클레임을 걸었다. 답변이 없다가 영상을 첨부했더니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라. 숨어서 하지 않을까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A씨는 촬영한 영상 일부를 캡처해 게시글에 함께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bhc라고 쓰인 포장용 비닐 봉투에 장갑을 낀 손으로 음식을 버무리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다. 

A씨의 글에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뜨거운 치킨을 비닐봉지에 버무리면, 환경호르몬을 먹은 거네” “저렴하지도 않은 치킨에 장난치지 말아라” 등의 댓글을 달면서 A씨의 글에 동조를 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동네 지점도 저렇게 한다”고 쓰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bhc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서 “관련 내용에 대해 당일 인지했고 신규 매장의 한 가맹점이 매뉴얼 준수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즉시 해당 가맹점에 방문해 재교육을 진행했다”며 “한 가맹점의 실수로 타 가맹점이 피해입지 않고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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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