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죽다 살아난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권까지 5부 능선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치적 위기서 벗어난 것은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이 지사의 기사회생 과정을 따라가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문병희 기자

지난 16일 오전부터 포털사이트 검색어로 ‘이재명 재판’이 오르내렸다. 동시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이 요동쳤다. 당선 무효형 확정과 파기환송의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대법관들의 입에 관심이 집중됐다. 오후 2시 대법원 재판을 생중계한 방송사 유튜브에는 실시간 시청자가 10만명 가까이 몰렸다.

허위사실 공표
대법서 뒤집혀

지난 16일 대법원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 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로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권 노영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다. 

판단이 갈린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방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며 모친 등 다른 가족들이 진단을 의뢰한 것이고 자신이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 

이 지사의 발언대로 2012년 4월 그의 가족이 형에 대한 조울증 치료를 의뢰하는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사실이 재판 과정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를 지시한 것도 재판 과정서 드러나면서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이 불리한 발언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심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로 봤지만 2심은 유죄로 보고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의 쟁점은 이 지시가 친형 강제입원 절차 개시 지시 등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였다. 

대법관 다수는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무죄 나오면 대선까지 가능해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후보자가 토론회 등을 통해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하고 자유로운 의견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사이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으로 계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토론의 현실적인 한계에 대해 국가기관이 발언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후보자는 사후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토론에 활발히 임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론회서 강제입원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과 의혹 제기에 답변한 것”이라며 “상대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대 질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판결에 앞서 모두발언하는 김명수 대법관 ⓒ고성준 기자

또 “이 지사가 형의 입원에 대한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다”며 “상대의 공격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부정확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항소심서 이 지사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공직선거법 등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배경을 밝혔다.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이 지사의 발언이 단순한 묵비가 아니라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 사건서 상대 후보자의 질문은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게 아니고 이 지사는 그 답변을 미리 준비했다”며 “이 지사는 단순히 부인한 것뿐 아니라 보건소장 등에게 지시하고 독촉한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을 덧붙여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와 선고에는 대법관 13명 중 12명만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다른 사건서 이 지사의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 등으로 회피 신청을 내고 상고심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이 7대 5로 팽팽하게 갈렸던 셈이다.

법 굴레 벗고
대권주자로

대법원서 파기환송 결정이 나면서 이 지사는 법원의 최종 판단 전까지 경기도지사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파기환송심 이후 무죄가 확정되면 차기 대선 출마도 가능하다. 2018년부터 이어졌던 법정 공방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자신의 SNS에 ‘고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통해 그는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 계속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고 말했다.

특히 “불공정·불합리·불평등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돼버린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 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게 주어진 책임의 시간을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머니는 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셨고 애증의 관계로 얼룩진 셋째 형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남은 삶 동안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셋째 형은 바로 강제입원 사건의 당사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판결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이 지사에 대해 파기환송을 선고함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이어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주거 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경기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며 “당은 이 지사의 도정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이 지사께서 이끌어 오신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이 지사님과 함께 손잡고 일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환영
통합당 비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도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천만다행한 날”이라며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거운동의 자유와 허위사실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준 재판부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한 당선 무효형 판단을 뒤집었던 대법원이 이번에도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 수장 공백사태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사가 1년 넘게 재판을 받는 동안 약 1300만 도민과 국민에게 남은 것은 갈등과 반목, 지리멸렬한 말싸움뿐”이라며 “그에 대한 보상과 책임은 누구도, 또 무엇으로도 다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사법부는 이 지사에게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다. 도민과 국민에게 남긴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겸허한 자세로 오직 도정에만 매진하는 것만이 도민과 국민께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로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이 지사는 대선후보 지지율이나 직무수행 평가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면서 정치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6월 전국 15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조사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0.9%포인트 상승한 71.2%로 나타났다. 취임 첫 달인 2018년 7월(29.2%)과 비교해 42%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당시 이 지사의 순위는 꼴찌였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서 “코로나 정국에서 분명한 대응을 해서 정책 역량을 보여준 게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기본소득이나 부동산 이슈서도 차별화된 정책을 많이 내놨다. 이재명 표 리더십을 보여준 게 지지도가 급등한 가장 큰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서도 이 지사는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갤럽은 지난 6개월간 성인 2만3397명을 대상으로 시도지사들의 직무수행에 대해 물었다. 이 지사는 직무 긍정률 71%로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직무수행평가·지지율 상승세
이낙연 언급에 “인품 훌륭해”

눈여겨볼 부분은 긍정률 상승폭이다. 이 지사는 2019년 상반기 45%서 하반기 53%로, 이번 상반기에는 71%까지 수치가 치솟았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긍정률 63%, 2분기(4∼6월) 78%로 크게 뛰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논의를 촉발시킨 점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2월 대구 지역의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빨라지자 신천지 명단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대선후보 지지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서 7월 둘째 주(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에게 자유응답 방식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13%로 민주당 이낙연 의원(2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최근 대선후보 구도는 이 의원이 7개월 연속 20% 중반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 이 지사가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올해 초 3% 수준의 선호도를 기록했지만 3월부터 10% 초반으로 높아졌다.

인천과 경기, 40·50대, 진보층에서는 20% 내외까지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4일과 6일, 7일 등 사흘간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이원이 28.8%로 1위, 이 지사는 20%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의원의 선호도는 전달과 비교해 4.5%포인트 떨어졌고, 이 지사의 선호도는 5.5%포인트 오르면서 둘 사이의 격차는 8.8%포인트까지 줄었다.(자세한 사항은 한길리서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지사는 대법원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제가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이긴 하지만 우리 국민이 제게 그런 기대를 가져주시는 것은 지금까지 맡겨진 시장으로서의 역할, 또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조금은 성과 있게 잘했다는 평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로 법적 족쇄까지 풀리면서 이 지사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지사의 대선 가도가 마냥 꽃길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큰 갈등을 빚으면서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다. 

친문 의식
몸 낮추기?

이 지사는 대선 경쟁자인 이 의원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서 “인품도 훌륭하고 역량도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존경한다”며 “저도 민주당의 식구이고 당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의원님 하시는 일 옆에서 적극 협조하고 함께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자 하시는 일, 또 민주당이 지향하는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