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개인전 ‘균형’ 한성우

탈락한 자리를 그리는 제스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송은 문화재단서 2019-2020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선정 작가 한성우의 개인전 ‘균형’을 선보인다. 한성우는 언어화되거나 역사화되지 못한 흔적에 관심을 쏟아왔다.
 

▲ 사계-환절기(작품번호17)_캔버스에 유채_28x55cm_2019

송은 문화재단은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송은 아트큐브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1월 개관한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공간과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하는 중이다. 

부수적인 자리

한성우 작가는 2019-2020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작가로 선정됐다. 의도된 행위와 시간으로부터 탈락된 흔적이 벽이나 바닥에 남는 방식처럼, 이미지가 완성돼가는 것을 끊임없이 유보하면서 그가 바라본 대상의 현실이 고정된 인식에 붙잡히기 이전의 감각을 주시한다. 

이번 전시 ‘균형’에서는 보고 그리는 행위 안에서 대상과의 거리 감각을 느끼고 조율해온 과정을 두 가지 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먼저, 뭉치고 흩어지면서 전시장 벽면을 점유하는 ‘사계-환절기’ 시리즈는 흔적의 방식을 계절과 계절 사이, 언어로 고정되지 않는 시간인 환절기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상상한 장소의 풍경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거듭한 한성우의 제스처는 사건의 증거로 캔버스 위에 켜켜이 축적된다. 


언어·역사화되지 못한 흔적
대상과의 거리 감각 조율

‘균형’ 시리즈는 세 폭이 나란히 놓여 대형 화면을 구성하는 작품이다. 작업실 내부의 벽을 경계로 나뉜 작업의 흔적들을 실마리로 삼아, 보다 직접적으로 표면의 이미지를 그렸다. 상상하거나 기억 속에 남아있거나 실제로 본 벽의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질감으로 한 화면 안에 교차하면서 보는 이의 시선이 표면에 함몰됐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하게끔 한다. 

그의 회화는 벽이나 바닥에 남은 흔적과 닮아 있다. 흔적은 어떤 의도로부터 탈락된 자리에 남는다. 과정의 증거기도 하다. 얼룩은 시작과 끝이 정해진 무수한 시간을 받아낸 무언가다. 쌓이고, 떨어지고, 긁히고,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흔적은 구체적인 사건서 비롯된, 분명한 사실들이 존재하는 상태다. 
 

▲ 사계-환절기(작품번호10)_캔버스에유채_100x100cm_2019

한성우는 이런 흔적의 성격을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그리는 태도이자 방법으로 옮겨왔다. 납작한 캔버스 표면 위에서 물감에 물감이 덧씌워지고, 뭉개지거나 떨어져 나가고, 스미거나 무너지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대상은 지각하는 순간을 둘러싼 분위기와 분리될 수 없고, 풍경은 매순간 새롭게 탄생한다. 한성우의 회화는 비교적 선명한 이미지에서 점차 대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작업으로 이동했다. 

사계-환절기·균형 시리즈
구체적 감각의 경로 좇아

하지만 그 대상은 여전히 부수적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었고, 반면 캔버스 표면에 드러나는 한성우의 몸짓은 선명해졌다. 건물 옥상의 냉각탑을 그릴 때도, 무대의 뒤편이라는 장소를 상정하고 그것을 그려나갈 때도, 그의 그리기는 자신이 보는 행위를 통해 감각한 풍경의 분위기를 체현하는 것이었다. 


그 이미지는 구체적인 감각을 좇아온 경로가 됐다. 지금 바라보는 어떤 자리가 상상이든 실제든 의미에 포섭되지 않고 부단히 붓질을 반복하는 한성우의 그리기는, 구상과 추상의 관습적인 구분 사이서 또다른 자리를 상상하게 하고 있다. 
 

▲ 균형

김인선 ‘헬로! 아티스트’ 작가 선정위원은 한성우를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한 코너인 헬로! 아티스트에 추천하면서 “그의 페인팅은 우직하다. 세상의 급변하는 시각적인 현상에 찰나의 감각으로 대응하는 성향의 작가가 아니다”라며 “그의 커다랗고 무겁고 두꺼운 페인팅을 들여다 보면 마치 작업실에 틀어박힌 장인처럼 물감과 캔버스를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선명한 몸짓

그러면서 “먼지나 찌꺼기, 물감, 목재 등 누군가가 흘리고 뿌리고 내팽개친 남겨진 것들은 분명 공간 속에서 어떤 풍경일 수 있지만, 한성우는 그 너머의 에너지들을 끌어내고자 하는 듯 보인다”며 “그의 우직한 고찰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한성우는?]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사 전문사 졸업(2016)
고려대학교 미술학부 졸업(2013)

▲개인전

‘균형’ 송은 아트큐브(2020)
‘한성우 개인전’ 아원고택(2019)
‘대포 08’ 별관(2019)
‘땅 위의 밤’ A-L(2017)
‘땅 위의 밤’ 온그라운드2(2017)
‘가능한 장면’ 청주창작스튜디오(2017)
‘풍경의 뒷모습’ space bm(2015)
‘풍경-그림과 그리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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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