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터는’ 검찰의 마지막 한 방 노림수

의원님 잡고 청와대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의혹이 거듭 제기되며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그 사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언론인들은 윤 의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여기에 검찰이 참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미향 의원은 지난 4·15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서 시민사회단체 대표 몫으로 당선권인 7번 순번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윤 의원의 선거 포스터에는 ‘(전)일본군성노예제해결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성역이 
깨지다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됐다. 대구시 남구 대봉동의 한 찻집서 열린 기자회견서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연의 전신)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며 “윤씨는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버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위안부 한일협정 당시 10억엔이 일본서 들어온다는 사실을 윤씨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다음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며 영수증을 공개했다. 그는 후원금은 피해 할머니 지원 이외에도 수요시위 개최나 피해자 소송 지원, 위안부 문제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 등에 썼다고 해명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면 정의연이 해명하고, 정의연의 해명에 대해 언론이 재확인해 보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과정서 정의연의 회계장부가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의혹, 기부금을 모금하는 과정서 윤 의원의 개인계좌가 사용된 정황, 경기도 안성 소재 위안부 피해자 쉼터 구입 과정 및 운영비 등에 대한 의혹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할머니는 같은 달 25일, 대구 수성고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서 진행된 두 번째 기자회견서 윤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아직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30년을 함께하고도 의리 없이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배신당한 게 너무 분했다” “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 “출마와 관련해 얘기도 없었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제가 무엇을 더 용서하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
회계 부실 의혹 등 논란 계속 나와

그는 “지난 30년간 데모(수요집회)라는 걸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바른말을 하니까 나한테 모든 걸 감췄다”며 “일본 정부가 낸 10억엔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다. 자기들한테는 나눔의 집에 있는 사람만 피해자고 그들만 도왔다”고 불만을 표했다. 

윤 의원에 대한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70.4%에 달했다. 
 

▲ 지난달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서 기자회견 갖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문병희 기자

모든 성별, 지역, 연령층서 사퇴 여론이 다수였다. 여권 지지층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51.2%)이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잘한다’고 답한 이들 중에선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과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45.5%대 43.1%로 팽팽했다.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답한 응답층의 54.1%, ‘잘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70.6%가 윤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선 윤 의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당선인 워크숍서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할머니들은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 이 분은 특이하게 배신을 프레임으로 잡았다”며 “윤 의원이 관두기 전에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다른 분들은 정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용수 할머니에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여론
“사퇴해야”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대해 왜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실까, 그 부분이 조금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들은 전부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윤미향이라는 개인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인가”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들어가서 할 일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저 감정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의연과 윤 의원의 논란에 검찰이 가세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윤 의원과 정의연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사건 3건을 지난 14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서부지검에 이송했다. 앞서 ‘행동하는 자유시민’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연대’ 등이 기부금 횡령 의혹, 위안부 피해자 안성 쉼터 매입·매각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고성준 기자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30분까지 12시간에 걸쳐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또 같은 날 서울 마포에 위치한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평화의 우리집은 2012년 정대협이 명성교회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조성한 공간이다. 

정의연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반인권적 과잉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변호인들과 활동가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는 오전 시간에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쉼터에 영장을 집행하러 온 검찰의 행위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윤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간부들과 가진 회의서 정의연 의혹에 대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과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라며 “언론을 통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총장
“신속한 수사”

서울서부지검은 26일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소환한 데 이어 대검서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을 지원받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검은 수사관 지원을 확대해 수사 속도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윤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의연의 회계 누락 의혹서 시작된 수사가 윤 의원과 주변인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면 소환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헌법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도 윤 의원의 소환 시기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구금됐을 때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해당 특권은 헌법에도 명시돼있다. 

윤 의원의 경우 임기 개시일이 아닌 21대 국회가 처음 열리는 때부터 불체포특권의 보호를 받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첫 임시회는 의원 임기 개시 7일 후에 소집한다. 오는 5일 첫 임시회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검찰이 윤 의원을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시한은  4일까지인 셈이다.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동의안이 통과돼야 가능한 강제구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지난달 25일, 기자회견 갖는 이용수 할머니 ⓒ문병희 기자

일각에선 검찰의 정의연 수사가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는 윤 의원과 정의연 논란에 대해 모든 대응을 당에 맡기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윤 의원의 거취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기류라는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윤미향 보호하고 나서
청와대는 선긋기하다 ‘발끈?’

이 같은 기류가 미묘하게 바뀐 건 ‘정의연 사무총장,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이후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정의연의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 비서관은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서 소셜미디어(SNS) 총괄실장을 맡았다. 이후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정 비서관의 사의표명을 두고 정의연 사태가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정 비서관은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했다. 정 비서관은 자신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언론서 제기한 ‘정의연 사전 차단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 비서관은 “분노도 아깝다. 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며 ‘(주변의)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 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조선일보>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 ▲지난 2월26일, 수요집회 도중 경과보고 하는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출입기자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윤 수석은 “정구철 비서관은 지난해 제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추천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며 “고사를 거듭하던 정 비서관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올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지난달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있어 저의 요청으로 사직 시기를 늦췄던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연 사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관련 법안 등을 국회서 조속히 입법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수처까지
불똥 튈까?

공수처 문제는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가장 먼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사안이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현직 의원인 윤 의원이 연루된 정의연 사태가 길어지고 검찰 수사의 범위가 후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전체로 넓어지면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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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