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터는’ 검찰의 마지막 한 방 노림수

의원님 잡고 청와대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의혹이 거듭 제기되며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그 사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언론인들은 윤 의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여기에 검찰이 참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미향 의원은 지난 4·15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서 시민사회단체 대표 몫으로 당선권인 7번 순번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윤 의원의 선거 포스터에는 ‘(전)일본군성노예제해결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성역이 
깨지다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됐다. 대구시 남구 대봉동의 한 찻집서 열린 기자회견서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연의 전신)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며 “윤씨는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버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위안부 한일협정 당시 10억엔이 일본서 들어온다는 사실을 윤씨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다음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며 영수증을 공개했다. 그는 후원금은 피해 할머니 지원 이외에도 수요시위 개최나 피해자 소송 지원, 위안부 문제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 등에 썼다고 해명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면 정의연이 해명하고, 정의연의 해명에 대해 언론이 재확인해 보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과정서 정의연의 회계장부가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의혹, 기부금을 모금하는 과정서 윤 의원의 개인계좌가 사용된 정황, 경기도 안성 소재 위안부 피해자 쉼터 구입 과정 및 운영비 등에 대한 의혹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할머니는 같은 달 25일, 대구 수성고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서 진행된 두 번째 기자회견서 윤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아직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30년을 함께하고도 의리 없이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배신당한 게 너무 분했다” “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 “출마와 관련해 얘기도 없었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제가 무엇을 더 용서하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
회계 부실 의혹 등 논란 계속 나와

그는 “지난 30년간 데모(수요집회)라는 걸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바른말을 하니까 나한테 모든 걸 감췄다”며 “일본 정부가 낸 10억엔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다. 자기들한테는 나눔의 집에 있는 사람만 피해자고 그들만 도왔다”고 불만을 표했다. 


윤 의원에 대한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70.4%에 달했다. 
 

▲ 지난달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서 기자회견 갖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문병희 기자

모든 성별, 지역, 연령층서 사퇴 여론이 다수였다. 여권 지지층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51.2%)이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잘한다’고 답한 이들 중에선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과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45.5%대 43.1%로 팽팽했다.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답한 응답층의 54.1%, ‘잘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70.6%가 윤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선 윤 의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당선인 워크숍서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할머니들은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 이 분은 특이하게 배신을 프레임으로 잡았다”며 “윤 의원이 관두기 전에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다른 분들은 정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용수 할머니에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여론
“사퇴해야”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대해 왜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실까, 그 부분이 조금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들은 전부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윤미향이라는 개인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인가”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들어가서 할 일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저 감정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의연과 윤 의원의 논란에 검찰이 가세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윤 의원과 정의연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사건 3건을 지난 14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서부지검에 이송했다. 앞서 ‘행동하는 자유시민’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연대’ 등이 기부금 횡령 의혹, 위안부 피해자 안성 쉼터 매입·매각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고성준 기자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30분까지 12시간에 걸쳐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또 같은 날 서울 마포에 위치한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평화의 우리집은 2012년 정대협이 명성교회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조성한 공간이다. 

정의연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반인권적 과잉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변호인들과 활동가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는 오전 시간에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쉼터에 영장을 집행하러 온 검찰의 행위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윤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간부들과 가진 회의서 정의연 의혹에 대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과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라며 “언론을 통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총장
“신속한 수사”

서울서부지검은 26일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소환한 데 이어 대검서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을 지원받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검은 수사관 지원을 확대해 수사 속도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윤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의연의 회계 누락 의혹서 시작된 수사가 윤 의원과 주변인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면 소환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헌법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도 윤 의원의 소환 시기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구금됐을 때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해당 특권은 헌법에도 명시돼있다. 

윤 의원의 경우 임기 개시일이 아닌 21대 국회가 처음 열리는 때부터 불체포특권의 보호를 받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첫 임시회는 의원 임기 개시 7일 후에 소집한다. 오는 5일 첫 임시회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검찰이 윤 의원을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시한은  4일까지인 셈이다.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동의안이 통과돼야 가능한 강제구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지난달 25일, 기자회견 갖는 이용수 할머니 ⓒ문병희 기자

일각에선 검찰의 정의연 수사가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는 윤 의원과 정의연 논란에 대해 모든 대응을 당에 맡기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윤 의원의 거취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기류라는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윤미향 보호하고 나서
청와대는 선긋기하다 ‘발끈?’

이 같은 기류가 미묘하게 바뀐 건 ‘정의연 사무총장,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이후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정의연의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 비서관은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서 소셜미디어(SNS) 총괄실장을 맡았다. 이후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정 비서관의 사의표명을 두고 정의연 사태가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정 비서관은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했다. 정 비서관은 자신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언론서 제기한 ‘정의연 사전 차단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 비서관은 “분노도 아깝다. 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며 ‘(주변의)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 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조선일보>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 ▲지난 2월26일, 수요집회 도중 경과보고 하는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출입기자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윤 수석은 “정구철 비서관은 지난해 제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추천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며 “고사를 거듭하던 정 비서관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올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지난달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있어 저의 요청으로 사직 시기를 늦췄던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연 사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관련 법안 등을 국회서 조속히 입법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수처까지
불똥 튈까?

공수처 문제는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가장 먼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사안이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현직 의원인 윤 의원이 연루된 정의연 사태가 길어지고 검찰 수사의 범위가 후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전체로 넓어지면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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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