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 윤미향-이용수 와해 풀스토리

어쩌다…길 갈린 옛 동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둘은 지난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함께 해왔다. <일요시사>는 이 할머니의 입장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을 조명했다.
 

▲ 최근 이용수 할머니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윤미향 당선인을 향한 논란은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후원금 회계 처리 논란 ▲후원금 불법 유용 및 횡령 의혹 ▲윤 당선인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협정 사전 인지 여부라는 세 가지 축으로 크게 나뉜다. 윤 당선인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대표를 거쳐 정의연의 이사장을 맡았다. 이후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한일협정
무슨 일이…

논란은 윤 당선인과 지난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투쟁해온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촉발됐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수요집회 후원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2015 한일협정 이전에 윤 당선인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할머니에 대한 사과와 함께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이 운동을 같이 해오며 가족같이 지내셨던 할머님의 서운함, 불안감,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후원금 관리 의혹에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의 활동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후원금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조성하는 등 다른 여러 사업에도 후원금이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의연은 지난 2017∼2019년 3년간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도 공개했다.

정의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처가 지정된 ‘목적기금 기부금’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기부금 총 22억1900여만원 중 약 41%에 해당하는 9억1100여만원을 ‘피해자 지원 사업비’로 집행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건강 치료 지원, 정기 방문, 생활 물품 지원 등에 후원금을 써왔고, 정의연의 설립 취지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만약 정의연이 위안부 생활안정만을 위한 지원단체였다면 1990년대 초반 피해자 지원법이 만들어졌을 때 해산해야 했다“며 “그랬다면 역사 교과서에 성 노예제 문제는 한 줄도 포함되지 못했고, 유엔서도 성노예제 문제로 규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수요집회 후원금 의혹
“할머니에 쓴 적 없어”

현재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수요집회 ▲평화비 건립 지원▲전시성 폭력 재발방지 사업 ▲기림 사업 ▲장학사업 등 인권 운동을 위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금은 1990년대 초반에 제정된 ‘위안부피해자법’에 따라 정부가 지급하고 있다.


정의연은 190년대 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대할머니 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를 설립해, 모금 활동 후 재정적·의료적 지원 등을 가능토록 하는 지원법 제정 운동을 전개해 국내 입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다수 언론에선 22억원 공시 누락, 3300여만원 맥주집 행사, 후원금 수혜 인원 임의 기재 논란 등으로 정의연의 회계 처리에 대한 문제를 보도했다.

정의연은 지난 2018년 ‘기부금품 모집·지출명세서’에서 22억730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2019년으로 이월한다고 공시했지만, 정작 2019년 이월 수익금은 ‘0원’으로 표시했다. 이에 정의연은 “회계처리의 오류가 아니라, 회계감사를 마친 회계자료를 국세청 공시에 입력하는 과정서 누락이 발생한 것”이라 해명했다.
 

▲ 수요집회 ⓒ고성준 기자

또 맥주 체인점서 지난 2018년 3339만원을 지출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세청에 제출하는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란에는 대표 지급처 한 곳만을 작성하게 돼있어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 중 사업비 지출액이 가장 컸던 후원의 밤 지급처를 대표로 기재했음을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자를 ‘999명’ ‘99명’ 기재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활동 특성상 수혜자가 특정되지 않아 임의로 기재했음을 설명했다.

한국공익법인협회 소속 김덕산 회계사는 정의연 회계 논란과 관련해 한 라디오 방송서 “국세청 홈택스에 공개된 정보들만 보고 있는데 이게 빙산의 일각과 같은 제한적 정보라서 이것만 가지고 문제가 있다,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금 더 세심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녀 유학비
형사 배상금

정의연이 임의의 수를 넣은 것은 논란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어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세무 당국은 정의연의 공시 서류를 확인한 결과 기부금 수익 이월 부분과 지원사업 수혜자 등에서 오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탈세 등의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의연에 고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공시를 요청할 계획으로, 추가 조사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후원금 불법 유용 및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의연은 전혀 그럴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수요집회에서도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운용이 절대 없고,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았고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후원금 운용 등을 놓고 윤 당선인의 딸 유학자금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자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선 윤 당선인 부부의 연수입에 비해 딸의 미국 유학자금 비용이 커 출처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이용수 할머니

윤 당선인 딸은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UCLA)로 유학해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윤 당선인 부부가 신고한 연수입으로 이를 지원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남편의 간첩조작사건 배상금으로 딸의 유학자금을 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남편 김삼석씨는 친동생 은주씨와 함께 1993년 남매간첩단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무죄 선고를 받아 지난 2018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서도 승소했다.

“중요 사안
빼고 알렸다”

당시 윤 당선인 남편에게는 형사배상금은 1억9000만원이, 남편 모친과 당선인, 딸 등 가족에게 지급된 민사배상금은 8900만원이 지급됐다. 윤 당선인은 딸 학비 등으로 현재까지 지출한 돈은 한화로 1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다음 논란은 윤 당선인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사전 인지 의혹과 윤 당선인이 일본의 합의금 10억엔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받지 않도록 피해 할머니들을 회유했다는 의심으로부터 비롯됐다.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실제로 전날 외교부가 합의 내용 일부를 알린 것은 사실이다. 다만 책임 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거출 등의 내용이 있었고,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판자제, 소녀상 철거 등 예민한 사안들은 모두 빠져 있었다.

외교부 역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기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의 결론이 맞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할머니들 회유 주장에 대해서 정의연 측은 “당시 민변서 2015 한일합의에 대한 국가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서 할머니들 의사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만나봤다. 기금을 받아도 그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드렸다. 화해·치유재단의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시게끔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정의연은 화해·치유재단 지원금을 받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모금액으로 1억원씩 지급했다.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는 30년간 역사 속에서 잊혀지던 위안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여성 인권을 위해 맞서 싸워온 동지다. 두 인물 모두 인권유린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에 기여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 및 추모 사업 등에 크게 힘써왔다.

쏟아지는 의문·질문들
회계 논란 정의연 사과

이 할머니의 측근인 최봉태 변호사는 “할머니는 정의연과 30년간 동지다. 할머니께서 정의연이나 윤 당선인에게 섭섭한 말씀을 하셨더라도 좀 더 잘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든지, 수요시위를 안 해야 한다는 것은 할머니의 진의를 100%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이 할머니에게 윤 당선인에게 부정적인 기자회견을 하면 본래 취지가 전달이 되지 않고,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며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 수요집회서 발언하는 정의연 대표

최 변호사는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과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느냐”며 최 변호사에게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여러 논란에 대해 “정의연과 (이 할머니의)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움직임은 일본 극우의 먹잇감밖에 더 되지 않는다”며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권서도 이를 둘러싼 설전이 한창이다. 미래통합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시민당 윤 당선인과 관련한 회계 부정 의혹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며 윤 당선인에 대한 업무상 횡령 의혹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사과와 강력한 징계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의연이 설혹 작은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활동의 의미와 성과가 부정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21대 당선인들 중 일부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정의연 운동이 없었다면 전시상황서 인권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일본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세상에 드러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공방전 왜?

정의당도 역시 기부금 논란과 위안부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본 사안을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아 시민운동의 의의를 훼손하고 이전 정권의 과오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규탄받아야 한다”며 “정의연의 기부금 의혹 문제와 특정 정치인의 자질 문제, 위안부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의 의의와 박근혜정권 당시 이뤄진 한일 합의의 문제점은 각각 별개의 사안으로 접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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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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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