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익숙한 기괴함’ 장종완

이상향 너머 인간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 장종완 작가의 개인전 프롬프터를 선보인다. 장종완은 이상향을 쫓는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환상,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현실의 모순을 이야기해왔다.
 

▲ 푸른 아우라(Blue Aura), 2020, 캔버스 위에 유화, 210 x 420cm

장종완 작가는 지난 2017년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서 오가닉 팜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진행했다. 대안공간과 미술관 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온 그가 상업화랑서 연 첫 개인전이었다.

희망의 이미지

유토피아는 실재하지 않는 환영에 불과하다고 말해온 장종완은 특유의 전원적이면서 냉소적인 시각을 담은 작품을 소개했다. 사슴 가죽 위에서 사슴들이 한가로이 뛰노는 낙원처럼 그의 작품에선 익숙한 기괴함이 풍겼다.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는 곳혹은 좋은 곳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장종완의 작업에는 유토피아의 이중적 해석이 모두 들어 있다. 그가 보여주는 유토피아는 낯설고 불안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장종완은 네이버 문화재단서 진행한 헬로 아티스트인터뷰서 예전부터 종교단체 광고 전단이나 사회주의 국가의 선전 포스터 그림을 좋아했다어느 이름 모를 종교인이 건네준 천국의 풍경이 담긴 선전물이, 작품을 시작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유토피아에 대한 이중적 해석
‘세상에 없거나’ 혹은 ‘좋은 곳’

이어 유토피아의 풍경들은 과도하게 아름답고 희망차다. 또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이런 이미지들은 마치 과하게 성형한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 낯설고 불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이미지와 상반되는 감정의 생성이 너무 흥미로웠고 작품화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인선 헬로! 아티스트 작가선정위원은 장종완이 불안감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배치시키는 방식이 흥미롭다요상스러운 화려함을 발산하는 색채 감각이나 서로를 힐끔거리면서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맹수들과 초식동물들의 억지스러운 만남도 그의 작품 속에선 사뭇 평화롭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종의 생물들이 공존하고 호기심과 애정, 존경 등 다양한 감정선들이 얽혀있다. 거기서 오는 긴장감과 평화로움은 장종완의 시야 속에 들어온 만화경 같으면서 또 현실의 풍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프롬프터’ 설치 중 일부, 2020, 혼합 재료, 가변 크기

이처럼 장종완은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환상 그 이면에 있는 현실의 모순을 우화적인 서사가 있는 회화나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이번 개인전 프롬프터서도 그 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프롬프터는 연극이나 TV드라마 촬영장서 관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연기자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 사람 대신 텔레프롬프터라 불리는 디스플레이를 흔하게 사용한다.

전시장, 연설장처럼 꾸며
정치 무대 속 숨겨진 의미


장종완은 이번 전시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회담을 진행하거나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는 다양한 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정치선전적인 회화나 오브제에 주목했다. 실제 아라리오뮤지엄 지하 전시장을 연설장처럼 무대화했다.

각국의 대통령 집무실, 의사당, 회담장 등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나 소품은 모두 지도자의 권위와 그 나라가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 마치 연극무대 한편에 몰래 자리 잡은 프롬프터처럼. 이들은 상징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치적 기호로써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낯섦과 불안

아라리오뮤지엄 관계자는 장종완은 이러한 조형물들에 정치 선전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점을 작가 특유의 동식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통해 유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올 봄 장종완이 심어놓은 신기루 같은 환상들이 던지는 화두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장종완은?]

1983년 부산 출생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2009)

개인전

오가닉 팜아라리오갤러리(2017)
나는 네 소리를 듣는다금호미술관(2015)
황금이빨스페이스 윌링 앤 딜링(2015)
이상한 돌살롱드 에이치(2012)
‘S.O.S’
텔레비전12(2011)

단체전


현대회화의 모험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2019)
토끼가 거북이로 변신하는 방법니콜라이 쿤스트홀(2019)
뉴멘틱 띵을지로 오브(2019)
두번째 풍경북서울미술관, 서울(2018)
히든그리드플랫폼 아웃사이트, 서울(2018)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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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