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왼손 그리기 윤상윤

길들여지지 않은 손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파주시 소재의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윤상윤 작가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윤상윤은 이번 개인전서 익숙지 않은 왼손으로 그린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길들여지지 않은 본능과 감각에 의지한 작품들이다.
 

▲ The angels,116x80cm, oil on canvas, 2019

윤상윤 작가는 지난해 호반그룹 남도문화재단서 진행한 ‘2019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가 공모전에 출품한 ‘Into the trance2’는 외관상으론 숲에서의 현장수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도는 특정 장소서 드러나는 영역의 텃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반사회적

작품은 3가지 층으로 구성돼있다. 그림 아래쪽에 보이는 장소는 인간의 불안감과 무의식의 공포, 욕망을 나타낸다. 작품 정면으로 보이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인간의 텃세와 권력을 뜻한다. 상단에는 텃세와 권력에 저항하는 개인을 형상화했다.

고충환 심사위원은 전통방식의 서양화, 동양화 작업서 탈피해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 공모전 자체가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줬다고 평했다. 윤상윤은 공모전 수상을 통해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수상소감을 전한 바 있다.

윤상윤은 비가시적으로 화면을 분할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인물들의 군집을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화면은 본능(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로 나뉜다. 그의 이전 작업에는 일관적으로 물이 등장한다. 일렁이는 물은 인물을 투영한다.


물은 자아와 본능 사이를 유동적으로 흐르며 화면의 긴장을 와해한다. 윤상윤에게 가시성과 비가시성, 개인과 집단, 이성과 본능, 언어와 비언어 등 이분법적 구분에 따른 아이러니함은 늘 중요한 화두였다.

이번 개인전 ‘Mean old world’는 윤상윤이 왼손으로 그린 드로잉 작업들로 구성됐다. 그는 익숙지 않은 왼손을 이용해 오른손 회화와 대비되는 작품을 선보였다. 오른손 회화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구성인 반면, 왼손 드로잉은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길들여지지 않은 윤상윤의 순수한 본능과 감각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논리 및 이성의 오른손 감각·본능의 왼손
본능·자아 화면 분할 텃세 및 권력에 저항

전시 제목 Mean old world는 미국 블루스 기타연주자 티 본 워커(T-Bone Walker)의 대표곡이다. 윤상윤은 19601970년대 히피들의 자유분방함서 잔인하고 고루한 세상을 살아가는 정신적 해방구를 찾았다. 물질 문명과 기존의 질서를 부정한 반사회적 히피 문화의 특성은 그가 의도적으로 미숙한 왼손을 선택한 것과 결이 비슷하다.

마치 이성과 논리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 세상을 견뎌내기 위해 때로는 모든 긴장을 대책 없이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윤상윤은 왼손 그리기는 의식이 억압하는 환상과 광기를 호출한다원초적 무질서와 태어날 때부터 장착된 동물적 본능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See You Soon, 21x30cm, oil on wood panel, 2020

 

예술이 원초적 질료를 가지고 자신의 고유한 언어로 질서와 조화를 이루려는 욕망이 있다면 그 반대로 왼손 드로잉은 무의식적이고 무시간적이며 무정형적이다. 교육과 학습으로 길들여지고 사회제도적 틀에 가둬진 예술의 반발인 셈이다.


사회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리기는 환상을 현실로 강요하고 설득하려 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시대오류적 형식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렇게 성토된 결과물이 억눌려왔던 욕망, 망각했던 무언가를 불러일으킨다.

우연히 연결된 선과 무작위적인 붓질은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감각의 촉수와 같이 꿈틀거리고 휘둘러진다. 윤상윤이 말하는 이번 전시의 중요 주제는 시대착오적 태도다. 1960년대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던 히피족들처럼 탈사회적인 영역과 공간을 드러내고 현실을 감추는 베일의 표면을 탐구하려 했다.

탈사회적

그는 광속의 디지털 속도감이 영적 감각을 분쇄하고 해체하는 시대에, 신체의 작은 떨림과 돌발적인 흔적에 집중하는 시대착오적 회화는 예술의 어떤 기능성을 가능하게 하는지 살피고자 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윤상윤은?]

1978년생

학력

첼시예술대학교 대학원 졸업(2009)
첼시예술대학교 디플로마 졸업(2007)

개인전

‘Green Haze’ 갤러리 세줄(2019)
‘Sine cera’
갤러리 조선(2018)
‘These Foolish Things’ Christine Park Gallery(2017)
‘Only 16’
갤러리 롯데호텔(2016)
‘Bring it on home to me’
아트스페이스 휴(2016)
‘Elysion’
윤아르테(2015) 외 다수

수상


전국청년미술공모 호반 남도문화재단 대상(2019)
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2013)
1회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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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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