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사람 사는 반지하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24:51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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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에서 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 주는 사람 사는 반지하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외신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반지하’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BBC는 반지하를 ‘세미-베이스먼트(semi-basement)’ 혹은 우리말을 그대로 옮긴 ‘banjiha’로 표기하면서 실제 반지하서 사는 서울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외신들 관심

BBC는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아 식물도 살기 힘든 서울 반지하서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높은 주택 가격 때문에 반지하집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그나마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반지하집에 살고 있는 오모씨는 BBC와의 인터뷰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 실제로 많이 절약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동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서 사람들은 좋은 차와 좋은 집을 중요시한다. 반지하는 가난의 상징”이라고 언급했다. 20대 사진작가인 박모씨도 반지하서 산다. BBC는 그곳을 여자친구인 심모씨와 예쁘게 개조한 다음 인터넷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서울의 반지하집을 르포 기사로 다뤘다. 신문은 영화 <기생충>이 서울의 반지하 삶을 반영하면서 빈부격차 문제를 다뤘다고 지적했다. 80대 노인 등 가난한 노년층이 반지하에 산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젊은층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한국 정부가 과거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신축 시 지하실을 만들게 했다고 전했다. 이후 주택난이 심화되자 이곳이 거주지로 변경돼 사용됐고, 여기서 반지하집이 나오게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반지하집은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주거공간이다. 1970년 정부가 건축법을 개정해 전시에 방공호 또는 진지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기생충> 속 반지하 조명 
가난·빈부격차의 상징

처음엔 창고 용도 등으로만 사용됐고 사람이 거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서울 지역의 인구집중으로 지방서 상경한 가난한 사람들이 지하에 세 들어 사는 경우가 생겨났다. 서울의 급격한 팽창에 비례한 충분한 주택공급 여력이 없었던 정부는 이를 묵인했고, 현재까지 월세가 저렴해 저소득층 수요가 많다.

사실 <기생충>의 반지하집은 세트다. 고양 아쿠아스튜디오서 기택네 반지하 집과 그가 살고 있는 동네 전체를 정교하게 만들어 촬영이 진행됐다. 최근 고양시는 칸, 아카데미서 주목한 반지하집 세트를 복원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외신 반응을 접한 네티즌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기생충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임’<chsy****> ‘반지하가 그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 줄은 몰랐네’<enor****>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ko22****> ‘가난한 사람이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건 착각이라는 언더도그마’<fore****>
 

▲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

‘이 영화서 가족이 출세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통찰력, 예리함은 상 쓸어갈 만했다’<illu****> ‘반지하는 사람이 살 데가 아니다’<drea****> ‘반지하 주택은 사라져야 한다. 건강 해치는 구조로…’<hong****>

방공호 등 군사적 목적
가난한 이들이 세 들어

‘스포츠, 영화, K-pop 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찬사를 받는데 유독 한국의 정부와 정치는 기득의 고리 안에서 썩은 우물로 남고 있다’<hawk****> ‘나도 신혼 첫 생활을 반지하서 시작했다. 햇빛 잘 들고 통풍 잘 되는 비교적 괜찮은 반지하…거기서 아들 딸 나아 길렀고…시가 처가 어디서도 10원짜리 하나 도움 없이 시작했었다. 반지하는 추억이다’<rho9****>

‘어느 나라나 빈곤층은 있으니 공감한 것임. 근데 세계마다 그 기준이 다를 뿐이다. 서울에선 반지하에 산다고 하면 그런 인식을 갖는 건 사실이니깐’<kar3****> ‘런던, 암스텔담, 뉴욕 어디든 반지하 건축 공간은 있어요. 서로 보는 시각과 활용도는 다르겠지요’<sdd1****>

‘솔직히 어설프다 느꼈다. 식구 넷이 각자 벌어서 월세 분담하면 반지하는 진작 벗어나고도 남지∼ 피자 박스 접는 게 수입의 전부란 건 너무 무기력하고 게으른 거 아닌가?’<asca****>

‘누구나 햇빛 들어오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집값 상승 및 빈부격차가 심한 우리나라, 정부에서 돌이켜 볼 이유가 있다. 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삶은 우리 현실과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krkr****> ‘현실은 더 차갑고 냉대하다’<qpje****>

다른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경우는 주택 수준이 더 낮아지진 않으니 대신 홈리스들이 되는 거죠. 우리나라가 홈리스가 적은 건 주택 질이 굉장히 떨어지는 곳이라도 어쨌든 들어가 살 수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빈곤층의 주택 질이 낮다고 욕할 거 없고, 홈리스 적다고 더 낫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느 나라든 각자의 고충이 있는 상황으로 보이네요’<like****>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지하 허가는?

일반 주택은 5층까지 허가가 나지 않는다.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되기 때문에 반지하를 포함하면 총 5개 층을 만들 수 있다. 본래 반지하 방식으로 주거용 건물을 짓는 것은 불법이었으나 1984년 지하층 규정이 완화되면서 반지하 주택이 급증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은 월세를 조금이나마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2010년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반지하 비율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신규 건축물에 대해 반지하 신축 금지 정책을 내놨던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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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