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추위 속에서’ 박지혜

전기장판 속 따뜻한 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갤러리밈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영큐브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박지혜 작가가 개인전 전기장판 MANIA’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이번 개인전은 2020년 갤러리밈의 첫 전시다.
 

▲ 박지혜_ROOM_acrylic and oil on canvas_ 91.0x116cm_2019

박지혜 작가는 개인전 전기장판 MANIA를 대부분 신작으로 채웠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정서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우러난 추위가 주제다. 차가움보다는 따뜻함과 추위 속에서 느끼는 환상을 작품화했다.

추운 작업실

박지혜는 전기장판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자기 시작했을 때부터 심리적 불안 때문인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예민해졌다. 극심한 비염과 알레르기가 생겼고 손발은 항상 차가웠다고 떠올렸다.

당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박지혜는 겨울을 두려워했고, 따뜻함과 변치 않는 온도를 갈구하게 됐다. 그는 78월 한여름을 제외하고 늘 전기장판 위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부대끼며 잠을 잤다고 한다.

이 같은 생활은 작업실로도 이어졌다. 보일러가 없는 차가운 바닥과 의자 곳곳에 전기방석과 전기장판을 깔았다. 박지혜는 실내지만 바깥과 같은 공기를 가진 공간에서의 작업은 마치 숲속에서 혼자 야외스케치를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변치 않는 온도 원해

갤러리밈 전시장 한쪽 벽면에 길게 걸린 대형작품 야외스케치가 이때 완성됐다. 이 작품을 보면 박지혜가 느낀 추위가 어렴풋이 감지된다. 갤러리밈 관계자가 캠핑을 좋아해 이 작품을 그렸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작업실이 너무 추워 숲속에 나와 있는 것 같아 그렸다고 웃으며 답했다.

털모자를 쓰고 담요를 두른 뒤 전기장판과 난로의 미약한 열에 의지했던 그는 결국 외풍이 들어오던 큰 창문을 두꺼운 포장지로 막았다. 빛이 차단된 공간은 낮이나 밤이나 어둠에 휩싸였다. 박지혜에게 그 어둠의 공간은 현실세계서 벗어난 그림만을 위한 세계였고, 그곳에서 그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혼재된 이미지를 상상했다.
 

▲ 박지혜_올빼미_acrylic and gouache on paper_ 23.4x32.1cm_2019

박지혜는 상상의 시선은 화장실에 붙어 있는 작은 나방들로 향했다. 나방들은 작업실서 나를 제외한 유일한 생명체로, 마치 내 그림을 구경하러 온 관객 혹은 비판의 눈길로 바라보는 평론가의 시선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방들은 죽여도 다음날이면 다시 태어났고 우리는 서로를 관찰했다진화한 듯 꿋꿋이 버티던 나방들이 추위를 이기지 못해 하나둘씩 사라지고 영하의 온도가 모든 생명체를 잠식했을 때 전시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낮도 밤도 구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방 바라봐

박지혜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세계로 나뉜다. 추위를 그린 어두운 숲, 작업실서 추위를 함께 견디는 나방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나방 시리즈와 따뜻함을 갈망하는 불꽃, 전기장판, 꿈을 그린 거대담요와 같은 작품들이다.


난로왕‘ROOM’은 그의 작업실을 배경으로 그렸다. 살롱문화가 흥했던 19세기 작품들처럼 그림 속에는 박지혜가 작업 중인 실제 작품들과 물품들이 등장한다. 현실을 바탕으로 추위가 없는 따뜻하고 안락한 희망이 뒤섞인 새로운 세계다.
 

▲ 박지혜_야외 스케치_acrylic and oil on canvas_ 162.2x356.1cm_2019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박지혜의 작품에 대해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웹툰과 만화와 같은 매체서 자양분을 흡수한 후 그 자양분을 회화적 형식으로 풀어놓는다사사로운 일상의 에피소드와 현실 인식, 순간적인 발상과 착상, 혼미한 기억과 스쳐가는 생각을 섞어 또 다른 현실, 다중 복합적이고 중층화된 현실, 느슨한 현실에 가린 긴박한 현실인식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환상

박지혜는 자신의 작가노트에 신체·정서적 추위로 전기장판 마니아가 돼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는 지금의 시기를 작품으로 남겼다언젠가 마음껏 온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적었다갤러리밈 관계자는 작가가 처한 정서적이고 실제적 상황 속에서 탄생한 이번 전시는 핀란드의 장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필란디아처럼 추위 속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지혜는?]

학력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2014)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2010)

개인전

전기장판 MANIA’ 갤러리밈(2020)
그림수거아트비트갤러리(2019)
기념비적인 일상’ Gallery POS(2013)
감정의 계절아트스페이스 스칼라티움(2012)

그룹전

‘STAR; Start Of Point 별이 빛나는 시간대구EXCO(2019)
‘2019 PACK:
모험! 더블 크로스탈영역 우정국(2019)
3A1 신진작가전금보성아트센터(2018)
네이버x프린트베이커리-오직·순수·회화프린트베이커리(2017)
‘Carnival_as_usual’ 189hongfugallery(2016)
일상이상네이버사옥(2016)
코타츠 드로잉광진교8번가(2015)
예민한 수다가회동60(2015)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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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