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일요초대석> 현역 의원에 현실 정치를 묻다 -이혜훈 의원

“책임지는 ‘새’보수 보여주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함께 어우러지는 정치를 꿈꿨던 이들에게 20대 국회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대 국회는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21대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 진영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통합 여부는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설 특집으로 새로운보수당 이혜훈 의원에게 2020년 ‘새로운’ 보수의 희망을 물었다.

-새로운보수당이라는 당을 창당했다. 당명에 ‘보수’라는 단어가 중도층을 확장하는 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세력들과 바른미래당을 창당할 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꿔보고자 했다. 그런데 그분들은 창당을 하자마자 ‘보수 떼라’는 요구를 거의 2년 동안 했다. 총선 전에 국민들 앞에서 보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라고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수라는 이름을 당명에 꼭 넣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중도를 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지 않냐, 안철수 전 대표로 대변되는 그분들이 우리와 합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신 분들이 있었지만, 이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다시 바른미래당의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 생각했다.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이 통합의 대상을 두고 이견이 있다.


▲보수통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수 재건을 이뤄서 보수가 승리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지지층 30%로는 이길 수 없다. 40% 해당하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최근에 여론조사를 보면 심판해야 될 정당 1등이 자유한국당이다.

콘크리트 진보층 말고도 지금 15% 정도 해당하는 중도층이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의 마음을 얻어야 보수통합의 목표인 보수 승리를 이룰 수 있는데, 이들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당들과 통합을 하면 중도표를 다 잃어버린다. 그건 보수의 승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보수 통합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극우와 함께 가는 것보다는 중도와 함께 가는 것이 훨씬 이기는 전략이다. 기존의 올드보수에 등을 돌리는 대표적 그룹이 수도권과 청년층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보수당이 굉장히 우위에 있다. 모든 계층과 지역을 목표로 하는 전략보다는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수도권과 청년층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안 전 대표의 합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자발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안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께서 여러 번 통합을 제안했지만 통합할 생각이 없다고 자르고 계신다. 그러면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 연대로 돌아오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돌아오시는 거는 불과 며칠 후일텐데. 며칠 후에 입장에 달라지면 정치하시기 어렵지 않을까.

“2020년엔 보수의 새로운 도약”
수도권과 청년층 선택과 집중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라는 중도 정치의 한계를 느꼈을 것 같다.

▲중도와 보수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콜라보레이션을 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해놓고는 문 닫고 방으로 들어오니까 보수를 못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건 중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중도를 표방한 일부 정치인의 문제라 생각하고 그분들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맞지 않는 파트너를 만나서 거의 2년간의 소모적인 세월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세를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통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통합은 두 번째다. 그냥 단순히 덩치만 불리는 통합은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자아낼 것이다. 당이 여러 개로 나눠졌기 때문에 보수에게 등을 돌린 게 아니다. 등을 돌린 이유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잘못된 행태 때문이다. 그걸 고치지도 않고 그냥 표를 받기 위해 덩치만 불리면 국민들은 더 화가 난다. 변화와 혁신이 전제되지 않은 통합은 되지도 않고 돼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한국 보수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책임지지 않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지금 자유한국당 안에 계시는 분들은 큰 거대한 정당이 주는 따스함과 온갖 편리함을 다 누리면서 누구 하나 내려놓지 않고 있다. 그렇게 책임지지 않는 보수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새로운 보수가 지향하는 보수란.

▲올드보수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이유는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많이 대변했기 때문이다. 가지지 못한 분들, 자기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되는 따뜻한 보수가 되고자 한다. 책임지는 보수, 공정하고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는 저희가 지향하는 새로운 보수다.

-유승민 의원이 최근에 “우리가 정치에 대한 희망과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창당했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과 불씨란 무엇인가.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새로운 희망을 갖기를 간절히 원한다. 투쟁이라는 것은 절충과 조정에 있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투쟁이 목표가 되고 투쟁으로만 가서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 투쟁할 땐 투쟁하고, 협상해서 받아낼 건 받아내고 막아낼 건 막아내는 정치를 하겠다. 정치하는 방식과 태도서 새로운 희망이 되고 싶다.


-20대 국회가 끝나간다.

▲면목이 없다. 지난 4년은 그 어떤 국회보다 소모적인 정쟁이 많았다. 이번 국회는 제가 보기엔 낙제점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모든 희망을 다 버렸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민들을 대표해 절충과 조정으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 1년은 이런 절충과 조정을 원천 거부하고 그냥 투쟁으로만 가는 그런 정치를 보인 최악의 상황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께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그런 국회가 되도록 저희들부터 사력을 다하겠다.

-2020년은 의원님께 어떤 해가 됐으면 좋겠는가.

▲새로운 도약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4년은 당이라는 외피와 진영에 묶여 주저앉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은 당이라는 외피, 당의 여러 가지 조직적인 문화와 관례에 상당히 묶여 있었다. 그 이후에는 진영에 묶여 정치의 열매를 맺기가 어려웠다. 21대 총선서 완전히 그런 족쇄를 풀고 국회가 훨훨 날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새로운보수당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많이 미약하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 양극단의 대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정치를 끝내고 싶다. 저희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민들께서 힘을 실어주시면 국민의 뜻을 담아서 그런 정치 끝내고 싶다. 서로 상승하는 에너지를 만드는 그런 정치를 꼭 만들고 싶다.



<sangmi@ilyosisa.co.kr>

 

[이혜훈 의원]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새로운보수당)
제20대 국회 후반기 정보위원회 위원장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바른미래당)
바른정당 당대표
제18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새누리당)
제17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한나라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