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코앞인데…’ 미투 악몽 속 민주당 X맨 흑역사

‘젠더’ 내세운 여당 뚫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데이트폭력 의혹으로 사퇴한 원종건씨 영입 논란의 후폭풍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이 앞세우고 있는 젠더 이슈 논란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투명한 영입 인사 선정·검증 시스템에 대해 당 안팎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은 데다 미투 논란이 있었던 인물들의 이번 선거 출마 의지로 인해 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 최근 데이트 폭력 의혹 제기로 인재영입 2호로 발탁됐던 원종건씨가 탈당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0대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해 깜짝 영입한 원종건(27)씨의 ‘데이트 폭력’ 의혹 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당은 총선서 젠더 이슈의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당 지도부가 잇따라 사과하고 ‘젠더 폭력 무관용’ 원칙을 다시 천명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페미니스트
이미지 와르르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민주당은 페미니스트 정당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게다가 당은 이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로 여러 차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7일 원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성혐오과 가스라이팅(세뇌를 통한 정서적 폭력)으로 저를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원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 캡쳐와 폭행 피해 사진 등을 함께 게재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원씨는 이번 폭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며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후 원씨는 지난달 30일 탈당계를 제출한 뒤 당을 탈당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당내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 시 제명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당이 탈당계를 처리함에 따라 당 차원의 조사는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데이트 폭력 의혹 원종건 전면 부인 후 탈당
지도부 사과…감동 앞세운 민주당 검증 논란

원씨의 이번 논란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9일 국회서 “어제 영입인재 중 한 분이 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사실과 관계없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사전에 좀 더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갖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

이 대표에 앞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관계를 차후에 더 확인할 부분도 있겠지만 당에서 좀 더 세심하고 면밀히 살피지 못해 국민들께 염려를 끼친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영입인재의 검증에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원씨의 영입 이후 그에 대한 좋지 않은 평판이 공공연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원씨를 영입인재로 발표한 후 그의 연관검색어에 ‘미투’가 등장했을 정도다. 원씨의 대학 동기인 <중앙일보> 남궁민 기자는 SNS를 통해 ‘원종건씨 미투가 이제야 나왔다. 그 얘기들을 처음 들은 게 2015년이다’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그런 부분들이 공식적으로 접수되고 확인이 됐다면 대처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까지는 확인을 못한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추구하는 청년이나 여성 정책에 걸맞는 인재 검증의 부족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입인재의 경우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 산하의 ‘젠더폭력검증소위원회’의 검증도 받지 않는다. 영입인재의 경우 검증위 신청을 아무도 하지 않았기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원칙적으로 영입인재는 당에서 필요에 따라 데려온 인물들이기에 검증을 생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투로 떠오른
4년 전 악몽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인재 검증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원씨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사태가 터지기 전 항간에 회자된 바 있다. 검증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뜻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 같은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 권성주 대변인은 “민주당의 감성팔이 인재영입 쇼가 결국 화를 불렀다”며 “정치판을 교란시키며 국민 분노만 자아내는 감성팔이 인재영입 쇼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서도 영입인재에 대한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원씨의 영입 철회를 촉구하는 당원들의 항의 글과 함께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인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영입인재 한 명에게서 불거진 파문이 당의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하는 지도부에게까지 번진 셈이다.

스토리 있는 ‘정치쇼’와 보안에만 신경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평판 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실제 인재영입에 관여하는 한 민주당 인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내가 추천해서 영입한 모 청년 인사의 경우 뒷말이나 폭로가 나오는 등의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영입 전 페이스북을 살펴본 정도였다”고 했다.

주변 지인들을 물색해 사생활과 같은 평판을 조회하다 보면 인재영입 정보가 노출돼 깜짝 이벤트 효과가 사라진다는 당의 우려가 결국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극소수의 비공개 위원들만 영입 절차에 개입하다 보니 총선 국면에서 당에 큰 악재를 불러 일으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재 이 대표는 비공개로 꾸린 인재영입위원들과 함께 외부 인재영입을 전담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향후 영입인재에 대해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증 미흡 지적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원씨 본인은 사실관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으로 안다”며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 인재영입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여주기식
영입 무리수

당 지도부는 원씨 논란에 총력을 다해 수습하고 있는 상태다. 젠더 이슈와 관련된 악재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슈는 특히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여 추구하는 젠더 정책들의 가치에 완전히 위배되기도 한다.

실제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로 이미 여러 차례 역풍을 맞은 이력이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김용민씨의 막말 파문을 적기에 수습하지 못해 선거판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민 의원은 2018년 미투 의혹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는 민 의원이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알게 된 여성 사업가 A씨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알고 지내던 민 의원이 노래방서 블루스를 추는 과정서 갑자기 키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민 의원은 “당과 유권자의 만류에 따라 사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사퇴쇼’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민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고, 현재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에는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에서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상고심 판결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 이후 당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즉각 사과 및 당사자 출당과 제명 조치를 취했다.

말 많은 민병두·정봉주 총선 뛰나
지지층 대거 이탈한 전 선거 재현?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17년 특별사면됐다. 이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했으나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출마를 철회했다. 정 전 의원은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민주당에 복당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기자 지망생에 대해 호텔에 방문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다 당일 호텔서 카드 결제내역이 확인되면서 정계를 은퇴했다.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전 의원의 미투 논란으로 당시 추미애 당시 대표는 복당을 불허해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정 전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당 안팎으로 비난이 일게 됐다. 정 전 의원을 둘러싼 미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이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섣불리 복당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현재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당에서는 불출마를 우회적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불출마를 통보받은 일이 없다”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당 내부서도 정 전 의원이 무죄 판결까지 받은 마당에 경선까지 배제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이훈 의원을 검증위의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 의원의 부적절한 사생활 논란 때문이다. 검증위 간사인 진성준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이 의원의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제보자로부터 추가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심사는 검증위에서 공천관리위원회로 옮겨 진행된다. 검증위가 최소한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다면, 공관위는 정무적 판단까지 더해 공천 여부를 확정한다.

몰랐다?
타격 불가피

실제 민주당은 ‘나꼼수’ 김용민씨를 노원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선거 막판에 김씨의 음담패설과 여성 비하 발언 등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다.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말기 레임덕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 과반의석을 내주고 패배했다. 정치권에선 김용민 막말 파동으로 전국서 20∼40대 지지층이 대거 이탈해,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충청의 박빙 지역 여러 곳을 내주게 됐다는 뼈아픈 평가가 나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