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공천용’ 현역들의 꼼수 법안 논란

4년간 뭐하고…하루에 몰아치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마지막 날이라서 어느 방은 수십 개를 접수하고 있다.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달 31일 오후 8시, 국회 본청에 위치한 의안과서 한 보좌진이 한 말이다. 지난달 31일 접수된 대표발의안만 총 185건. 이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안은 181건이었다. 왜일까.
 

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한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년 공천을 앞두고 현역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지표 중 하나로 ‘대표발의 법안 수’를 반영할 방침을 밝혀 의원들의 ‘양치기’ 법안 발의와 ‘쪼개기’ 법안 발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양치기

민주당의 ‘제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에 관한 안내의 건’에 따르면 ▲의정활동 ▲기여활동 ▲공약 이행활동 ▲지역활동으로 구성된다. 이 중 총점의 1/3가량을 차지하는 의정활동에 2019년 10월까지의 대표발의 법안 수가 입법 수행 실적 점수로 포함된다.

만약 최종평가와 이전에 실시한 중간평가를 합산한 종합평가 점수가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해당 의원은 내년 공천서 20%의 감점을 받게 된다. 경선 상대가 정치 신인이나 여성, 혹은 청년이라 가산점까지 받는다고 하면, 현역 의원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 평소 양질의 법안 발의에 초점을 맞춰 의정생활을 이어가던 의원들도 공천 시즌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양치기’ 법안 발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관련 평가에 법안발의 수가 집계되는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에는 법안이 185건 접수됐다. 이 중에는 의미 있는 법안보다 일부만 수정해 숫자를 부풀리려는 꼼수 법안이 다수로 발견됐다. 녹색당에 따르면 185건 중 181건의 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31일 사이에는 대표발의 법안이 급증했다. 해당 기간 동안 대표발의를 가장 많이 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4일 동안 26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20대 국회 의정활동 기간 동안 대표발의한 87건 중 4분의 1을 넘어서는 건수다. 다음으로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20대 국회 의정활동 기간 동안 대표발의한 140건 중 21건을 이 기간에 접수해 2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20대 국회동안 의원별로 대표발의한 건수 중 이 기간에 대표발의한 건수 비율이 5%가 넘는 의원들이 총 31명에 달했다.

이를 두고 바른미래당 노영관 대변인은 “밀린 방학 숙제하듯 말도 안 되는 법안이라도 내놓아 공천 받으려는 눈물 나는 집권당의 의원들의 행태가 우스울 뿐”이라며 “내실보다는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가 곧 국회의원이 되는 길이 돼버린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부끄럽고 슬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어그러진 20대 국회의 진상”이라고 비판했다.

10월31일 185건 중 181건 민주당
공천심사 때문에…법안 수 채우기

단순히 대표발의 법안 수로 의원의 의정활동을 판단하는 정량평가는, 국회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경 법제관은 <대한변협신문>에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법안의 양에 치여, 양질의 법안을 검토하는 데 쏟아야 할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다”며 “의원 발의 건수는 폭증하고 있고, 그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물리적인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입법 홍수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이때, 법안에 대한 질적 평가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치기 법안 발의를 비판적으로 보는 당내 기류도 만만찮다.

국회 보좌진들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지난달 30일 “지금 각 의원실에선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들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진은 “법안 발의 개수로 의원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현행 선출직 공직자 평가 방법에 대해 비판했다.
 


한 의원이 하나에 담아도 될 내용을 나눠 발의하는 법안 '쪼개기'도 이 시기에 집중됐다. 쪼개기 법안이 용이해 의원들에게 자주 남용돼 20대 국회서 가장 많은 법안 발의가 이뤄진 법률은 조세특례제한법(595건, 전체 법안 발의 건수 가운데 2.4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문 일부만 고쳐 쉽게 개정안을 만들 수 있는 법안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녹색당은 “법률 내용 자체가 어떤 경우에 조세 특례를 준다는 것이기에 특정 사례를 담은 조문 한두 개만 고쳐 손쉽게 개정안을 만드는 방식은 남용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쪼개기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법안 쪼개기를 통해 한 건이 두 건, 세 건, 네 건이 돼 국회 사무처에 접수되면 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를 쓰고, 행정력이 낭비된다”며 법안 발의 건수 기준의 평가법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국회 차원서 경고해야 하고,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법안 쪼개기 금지와 위반 의원 제재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를 남발해 건수만 부풀리는 현실을 바꿀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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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