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실종사건 '왜?'

연기처럼 사라진 아이와 어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종의 사전적 의미는 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됨이다. 실제 실종자의 가족들은 사라져버린 사람의 생사를 알지 못해 오랜 시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실종사건은 어느 새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 청주 조은누리양 수색에 나선 군인들

이메일 주소와 커뮤니티 아이디만 가지고도 신상정보를 탈탈털 수 있는 시대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민감하지 않다면 성별, 연령, 출신, 직업 등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SNS를 즐겨 이용한다면 사는 곳은 물론, 뭘 좋아하고 뭘 샀고 누굴 만났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CCTV
많아도…

전국 곳곳 CCTV가 없는 곳이 없고 무슨 일만 나면 SNS를 통해 목격담과 동영상이 확산되는 시대에 실종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 깜빡하는 새 사라질 수 있는 어린이·치매노인·정신장애자는 물론, 사리분별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성인이 어느 샌가 사라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일도 다반사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이 낮은 실종수사에는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그마저도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 수사 순위는 뒷전으로 밀린다. 가족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현수막을 거는 등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사이 실종자 가족의 삶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망가지기 일쑤다.

지난달 23일엔 청주서 여중생이 없어졌다. 14세의 조은누리양은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조양의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조양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양을 찾기 위해 군··소방의 합동수색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흔적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와 육군37사단에 따르면 육군 특공·기동부대 등 400여명, 경찰 70, 소방인력 25, 충북도청·청주시청 공무원 25명 등 총 520여명이 조양을 찾기 위해 나섰다. 14마리의 수색견도 투입됐다. 경찰 드론수사팀과 육군, 지자체가 보유한 드론으로 공중수색도 진행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군 수색견이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에서 조양을 발견했다. 수색 중심지였던 청주시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와 500~60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색견을 쫓아 함께 수풀로 따라온 군 장병이 조양을 업고 함께 하산했다. 장기간 실종에 따라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고 대화도 가능한 상태였다”며 “이름을 부르자 대답을 했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평생 동안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2003년 부산 해운대 장산 성불사로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모영광군의 어머니 박혜숙씨는 지금도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모군은 세 살배기 아이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랐다면 올해 18,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것이다.

생사 알지 못해 냉가슴
가족들은 평생 찾아다녀

당시 모군은 소풍을 떠난 곳에서 대열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군의 실종을 알게 된 인솔교사 3명이 산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모군의 모습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후 경찰과 119구조대 등 대규모 인력이 모군을 찾기 위해 동원됐다. 모군의 부모, 회사 동료와 학교 선후배, 친척들이 힘을 합쳐 부산 시내에 10만장의 전단지를 뿌렸다.


모군의 실종 이후 어머니 박씨는 자주 방송에 출연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했던 것. 박씨는 아동 실종 관련 단체 대표를 맡아 아들뿐만 아니라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헌신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아동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아동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문사전등록제를 실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문을 미등록한 아동의 경우 실종되고 발견되기까지의 소요 시간이 평균 94시간이다. 골든타임인 48시간의 2배가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까지 아동들의 지문사전 등록률은 48.3%에 불과하다.

2016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학대나 방치로 인해 사회서 사라진 아동에 대한 제도가 마련됐다. 20163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당시 7세에 불과했던 신원영군이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였던 신군은 예비소집에 불참했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모에 의한 실종과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자 201610월 교육부는 미취학 아동의 관리 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 특히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을 학교장이 신고하도록 한 것.

교육청에 관련 기록을 조회하고 직접 탐문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학교에선 교육청과 주민센터에 보고만 하면 됐다.

지난 2월에도 교육부와 경찰청은 취학 대상 아동 19명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다.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유선으로 학교방문요청을 통한 면담을 시행하고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 및 출입국 사실을 확인, ··동사무소와 협력해 가정방문 등을 실시한다. 학교 차원서 아동의 소재가 발견되지 않으면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다.

늘어나는
실종사건

아동 실종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2017930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 후로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당일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A양 휴대전화의 최종 기지국 위치를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에 알렸다. 상황실은 망우지구대 순찰차와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에도 출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은 출동 무전에 알았다고 응답한 뒤 실제 출동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은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팀은 다음 날에도 A양의 실종사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 없이 가출·미귀가 4건이 있다고 형식적으로 업무 인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양의 부모와 함께 탐문에 나섰을 때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A양의 부모가 근처 교회에 CCTV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열람을 부탁했고, 이영학의 집에 도착해 내부 수색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영학이 집에 들어갔는지 확실치 않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A양의 부모는 친구 소유의 사다리차로 집 내부를 확인해도 되는지를 묻고 직접 확인해야 했다. A양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금니 아빠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따른 비판이 빗발쳤다. 법원도 A양의 가족들이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장판사 오권철)는 국가가 A양의 가족에게 18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와 A양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따라서 국가는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에 대해 A양과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은 실종수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실종 사건 발생 초기부터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형사, 지구대 등이 함께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없어졌다가
범죄 희생양

이전에는 실종이나 가출 신고가 접수되면 실종자 수색을 위주로 초동대응을 하다가 그 과정서 범죄가 의심되면 강력사건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아동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아동 실종 신고는 44.3% 증가했다. 201415230, 201519428, 201619869, 201719954, 지난해 2198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3월 기준 아동 실종은 4442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아직 발견되지 못한 아동도 606명이나 된다.


늘어나는 성인 실종도 큰 문제다. 아동 실종에 비해 성인 실종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모임(이하 전미찾모) 회장은 성인 실종은 실종 사건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경찰은 성인 실종을 단순 가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 성인 실종자의 95% 이상(2015년 기준)은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24시간 안에 집으로 귀가했는데 5%가 문제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든 끝내 사회로 돌아오지 못한다.

부산서 신혼부부가 실종된 사건은 3년째 미스터리다.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단서나 제보가 적어 장기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6528일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서 살던 전씨 부부가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했지만 부부가 집안으로 들어간 흔적만 나왔을 뿐, 나간 흔적이 없어 여러 추측을 낳았다.

실종·가출 사망자 10명 중 9명 성인
현행법으론 아동·치매환자에 밀려

현행 실종아동법상 경찰이 위치추적과 수색수사가 가능한 대상자는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에 국한돼있다. 이 외의 사람이 실종됐을 경우 경찰은 가출과 실종 여부를 구분하고 검찰에 위치추적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 사이 실종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대학생 조모씨가 집에 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실종됐다. 조씨는 실종 1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 석촌호수서 발견된 그는 부검 결과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호수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경찰의 늑장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청주 상당경찰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92월 연도별 실종자·가출자 사망 통계 현황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실종 접수된 성인 가출자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건수는 473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치매환자 345, 지적장애인 138, 실종아동 72건 순이었다.

최근 4년간 치매환자·아동·지적장애인·성인 가출자에 대한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총 458369건에 이른다. 이 중 293784건이 성인 가출자 신고다. 아동·치매환자·지적장애인에 대한 신고 접수가 각각 83928, 44835, 35822건이다.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찾지 못한 사람은 4614명으로 이 중 4380건이 성인 가출자다.

현재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실종자 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안’(실종자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들 법안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으로 역할이 혼재된 실종자 업무를 정리하고 성인 실종자 대응 체계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어른 실종에
관심 가져야

김승희 의원은 입법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 가출자가 가출 후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범죄 등으로 인한 성인 가출자의 사망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인 실종자 입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기구로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가칭)를 신설해 18세 미만 실종 전담팀 치매환자·지적장애인 실종 전담팀 성인 실종 전담팀 입양 관련 전담팀 등을 운영하면 실종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발적 실종자들 ‘일본, 매년 10만명씩 증발’

지난 2017년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스테판 르멜이 <인간 증발>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일본 각지의 그늘진 뒷골목을 5년 동안 돌아다니며 쓴 것으로 일종의 탐사 보고서다.

실패한 괴로움에 잠적

이들은 일본서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85000명 정도는 스스로 모습을 감춘 사람들이다.

자발적 실종자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등 각종 어려운 상황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