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현우 청년활동가

“청년 문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열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0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8.5세다. 2030세대는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으로 단 2명이다. 이토록 낡은 국회가 N포세대의 설움을 공감할 수 있을까. 20대 국회에선 청년을 위해 통과된 법안은 고작 3건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층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매 선거철마다 ‘청년’을 외치던 기득권들의 초심은 어디갔을까.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김현우 청년활동가

95년생, 맑은 눈을 가진 김현우 청년 활동가는 평범한 20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할 땐 사뭇 달라 보였다. 정의로운 눈빛에 거대 정당 소속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안이 포함된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며 일으킨 ‘난동’들이 오버랩됐다. 지금 국회는 누구보다 당당히 청년의 고충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에 김 활동가의 의견을 물었다. 다음은 김 활동가와 일문일답.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 비례민주주의연대 김현우 활동가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유권자의 모든 표가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목표로 선거 제도 개혁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신데 청년참여연대,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활동 이전에는 돈을 모아서 안정된 삶을 살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생산직서 1년 정도 교대근무로 일하면서 돈도 착실하게 모아봤고 세무사 사무실서 총무나 회계 파트를 맡아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돼야겠다는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생활을 조금 더 우선시 했었습니다.

-지금은 청소년 참정권, 노동 등 청년 활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2016년도 겨울, 마을 도서관서 이승욱의 <마음의 연대>라는 책을 보게 됐어요. 책에서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다음 해 4월 말에 퇴직을 하고 우연한 계기로 5월부터 참여연대에 있는 민주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받게 됐죠. 진실을 위해 활동하고, 제도권서 보호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서 해결해 나가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기가 진짜다’ 싶었습니다.

2명으로 청년 대변?
비례대표직 많아져야


나의 모든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써도 아깝지 않은 곳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본가가 파주인데 서울이랑 파주 사이에 반지하방을 얻어서 바로 그냥 독립하고 제가 가진 모든 시간을 다 참여연대에 쏟았어요. 활동이 너무 중요하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활동을 한 1년, 2년 하면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많이 깨닫게 됐죠.

-활동하시면서 뿌듯하실 때가 많으시겠네요. 어떨 때 가장 보람되시는지.
▲제가 처음 도전한 활동이 선거법 개정 관련한 활동이잖아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예시를 들면서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 줄 때, 사람들이 그걸 이해해줄 때 그때 보람돼요. 그리고 제 희망이지만, 선거법 개정이 통과가 되면 그때 가장 뿌듯할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선거법 개정안인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위해 여러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현 선거제 하에서는 일등 표는 반영이 되고 2등 3등 4등 표는 다 버려져요. 그러니까 선거로 뽑힌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혹은 3분의 2 정도의 대표성만 갖고 있다고 보는 거죠. 노동· 청년· 청소년 등 정책을 내시는 분들은 다양한데 1등을 뽑지 않는 표는 다 버려지는 게 굉장히 부당하고 국민주권의 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선거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제도라면 지역구서 1등 한 표뿐만 아니라 모든 유권자의 표가 다 반영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거대 정당은 30∼40% 받아도 더 많은 의석을 받고, 군소 정당은 10∼20% 받아도 10% 미만으로 의석을 가져가니깐 유권자의 민심을 왜곡하는 결과가 나오잖아요.
 

군소 정당 같은 경우는 환경이나 여성이나 교육이나 노동이나 이런 의제들을 많이 갖고 오는데, 이런 의제들은 항상 과소대표 되는 거죠. 분명 2030 청년대표도 정치에 많이 나와야 하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도 많이 반영돼야 되는데, 지금의 선거구조에서는 그런  여성· 청년이 소외되는 구조예요. 그걸 해결하는 방법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보는거죠.

-이외에도 18세 선거권 하향을 위한 목소리도 내고 계신데, 보수 쪽에서는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 청소년들이 경제적 종속 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이기에 청소년들이 뭔가를 직접 결정하는덴 제약이 있어요. 청소년들의 삶에 자유가 주어지기 위해선 선거권 보장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만 만 19세여야 선거가 가능해요. 촛불 집회 때 광장으로 나온 청소년 친구들이 사회에 대해서 멋지게 발언한 것을 보세요. 어떤 사회 현안에 대해서 직시하고, 논의하고 ,대안을 찾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나가는 그런 과정들을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준다면 성숙한 유권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청년층은 무한 경쟁 속에서 스펙 쌓으랴, 취업 준비하랴, 또 결혼, 주거, 육아 문제 등 어려운 실정에 처해져 있습니다. 청년층으로서 같은 청년들을 바라본다면.
▲저도 답을 만들려고 지금 정치개혁 운동을 하고 있지만, 청년으로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건 답이 없는 거 같아요(웃음). 일단 생활비· 주거비· 교육비 등 모든 게 다 비용이에요. 제가 20살이 됐을 때, 저는 대학 안 가고 바로 취업을 해서 생활비를 벌었어요. 그렇게 해도 돈이 안 모이고…


“18세로 선거권 낮춰야…
성숙한 유권자 역할할 것”

또 지금 2030 세대의 평균 월세가 40만원서 50만원 사이로 사회 초년생 수입에 비해 높은 편이잖아요.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서 사는 청년 주거 비율이 굉장히 높기도 하고요. 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이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그렇게 못 사는 나라도 아닌데, 꿈을 가진 청년들이 곰팡이 피는 반지하나 옥탑방으로 내몰리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청년층의 국회의원들이 많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청년 정치인 분들이 부족합니다.
▲OECD 평균 2030 청년 정치인 비율이 10∼15% 정도예요.  우리나라의 경우 1%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40대서 60대분들이 많잖아요 청년 문제를 대표 할 분이 없다고 보는 게 맞죠. 청년 문제라는 것이 단순히 세대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실 모든 세대에 걸친 문제에요. 세대 갈등이 대표적이죠. 기성세대 분들이 청년들 보고 ‘우리도 그 나이 때 고생했어’라고 하면 저희는 뭐가 되나요.

저희가 고생하는 게 당연하고, 아프니깐 청춘인 게 당연한가요. 아니에요. 청년 정치인이 나와서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알려야 해요.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봐야해요. 그러려면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고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조금 더 비례성을 개선하고, 개정된 선거법으로 21대 의회가 구성돼서 기득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여성·청년· 청소년 시민들을 위해 많은 의원들이 일해줬으면 해요. 청년의 기회를 생각해주는 의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서 정치개혁 의제가 더 많이 통과될 수 있게요. 그렇게 단계별로 나아갈 때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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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