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 회장과 귀금속 회사의 인연과 악연

어렵게 돌아온 ‘중통령’ 발목 잡힐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회사인 제이에스티나와 관련, 일가의 불공정 주식거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중기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과 제이에스티나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기중앙회 최초로 3선 고지를 밟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07∼2015년까지 23, 24대 회장을 지내면서 중기중앙회를 이끌었다. 이후 중기중앙회 명예회장을 역임하다 지난 2월, 26대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4년을 쉬고 다시 이 자리에 여러분과 일하러 왔다”며 운을 뗐다.

3선 고지
“함께 가자”

김 회장은 “선거운동 중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며 “이 같은 시대에 중기중앙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이 잘사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행사하는 영향력이 상당해 ‘중통령’으로 불린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장은 360여만명의 중소기업인들을 대표하며 주무르는 예산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의 예산은 3조7822억원이었다. 중기중앙회장이 행사하는 인사권도 압도적인데 25명의 부회장 임명권, 산하 회원단체 613개의 감사권을 갖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경제 관련 회의에 자리한다. 의전도 부총리급이다. 문재인정부가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5개 경제단체 가운데 중기중앙회를 가장 먼저 찾아 비공식 간담회를 나눈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부처 합동 신년인사회도 중기중앙회의 위상을 대변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 장소를 중기중앙회 회관으로 낙점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중기중앙회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시작으로 선거전의 막이 오르자 약속이나 한 듯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진영 간 다툼은 가시적이었다. 허위사실 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 금품과 선물 의혹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선거가 간선제인 점도 한몫했다. 중기중앙회는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간선제를 채택했다.

중앙회 최초 3연임 김기문 
다시 막강한 영향력 과시

김 회장은 취임사서 “이번 선거는 너무 치열한 부분도, 오해가 발생된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누가 누구의 편을 들었네 말았네 하는 사항들은 당선된 순간에 모두 잊겠다”며 “(직원들이) 이런 부분을 빨리 자각하고 주어진 자리서 열심히 일을 해야만 일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용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드러난 김 회장 일가의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은 결정적이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리 결과를 전달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골자는 김 회장 일가가 악재 공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중앙회 본사

김 회장은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취임 이후 해당 직책을 겸직 중이다. 제이에스티나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69%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김 회장의 동생인 김기석 제이에스티나 대표(9.13%)가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유미씨(1.02%)와 차녀 김선미씨(0.88%), 부인인 최영랑씨(0.62%)에게도 지분이 있다. 김 회장의 장·차녀는 각각 2013, 2009년 제이에스티나에 입사했다. 김 회장의 지분(20.69%)과 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32.34%)의 합은 절반을 넘는다.

미심쩍은 정황은 다음과 같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 2월11일 장마감 후 자사주 80만주(70억3200만원)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미공개 정보
불공정거래

이튿날인 2월12일 김 회장의 동생과 두 딸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5명은 지난 1월25일부터 2월12일까지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를 통해 총 54만9633만주(49억원 상당)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세부적으로 김 대표는 2월1, 8, 11, 12일 등 총 6차례에 걸쳐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를 통해 34만6653주를 팔아치웠다. 장녀와 차녀는 1월29일 각각 4만주와 5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이들은 2월1일에도 각각 2만2000주와 3만5000주를 장내매도, 총 6만2000주와 8만5000주를 내다 팔았다.

친인척인 최희진씨는 1월30, 31일과 2월1일에 4만8750주를 처분했고, 김명종씨는 1월30일 7230주를 정리했다. 제이에스티나는 변동 사유를 “증여세 세금납부와 대출상환을 위한 지분 일부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이에스티나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8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677%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일 주가는 10% 이상 하락하면서 9000원대에서 5000원대(6월20일 기준)를 맴돌았다. 결국 김 회장 일가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에 대해 “그런 사항은 없다”며 “나는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 제이에스티나

김 회장은 지난 14일 <경향신문>을 통해 “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고, 동생과 자녀들은 양도세와 상속세 납부 때문에 주식을 매각했다”며 본인은 한 주도 매각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조사 등에서 김 회장의 혐의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회장직은 법원의 최종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당선 이후 제이에스티나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주 노출
특혜 의혹


김 회장과 제이에스티나서 불거진 잡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제이에스티나와 관련,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전용홈쇼핑 ‘홈앤쇼핑’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게 된다.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는 중기중앙회(32.83%)다. 김 회장은 24대 중기중앙회장을 지내던 때 ‘홈앤쇼핑 방송편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제품을 자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제이에스티나는 당시 로만손이란 이름이었다.

당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홈앤쇼핑을 제외한 5개 TV홈쇼핑(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은 로만손 시계를 방송 편성한 전례가 없었다. 또 홈앤쇼핑서 로만손 시계는 2012년 12월, 2013년 10월과 12월에 모두 2번씩 방송됐다. 총 24회 이뤄진 방송 중 21회가 오후 11시 50분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4회는 금요일이었다.

당시 한 쇼핑 관계자는 “시계, 주얼리 카테고리는 TV홈쇼핑서 다루는 주요 품목이 아니다”라며 “1회 방송 시간이 2시간이라고 가정하면 연 10회가 최대”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월 2회 방송을 했다면 과도하게 편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TV홈쇼핑 특성상 금요일 오후 11시50분은 시청자가 많아 프라임타임”이라고 덧붙였다. 프라임타임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때를 일컫는다.

계속되는 ‘제이에스티나’ 논란
툭하면 잡음 ‘바람 잘 날 없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백재현 의원은 이를 지적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서 백 의원이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의 전신)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앤쇼핑의 로만손 시계 방송은 2012년 9회, 2013년 10회, 2014년 상반기 5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홈앤쇼핑 중소기업 1개 제품의 평균 방송 횟수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백 의원은 “(로만손 시계 방송은)많은 업체들이 원하는 커다란 기회를 직위를 이용해 사적으로 취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품 편성이 적절했다고 하더라고 예상되는 구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올바른 처신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결정이 아닌 홈앤쇼핑 직원들의 권유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속 방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 로만손도 중소기업인 상황서 홈앤쇼핑의 대표라는 이유로 방송을 못한다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며 해명했다.

로만손과 관련된 이야기는 지난해 8월 법무법인 대륙아주서 발간한 ‘주식회사 홈앤쇼핑 경영진단 보고서’에도 언급된다. 홈앤쇼핑은 ‘2015년 중소기업청 감사’ ‘2017년 방만 경영 등에 따른 국정감사서의 지적’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경영진단 컨설팅 배경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로만손 시계 구매 관련’ 내용서 “홈앤쇼핑이 지난 2012년 5월3일 창사 1주년 기념시계 구매를 경쟁계약 형식으로 결정했지만 로만손과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수사기관

공급계약 체결 당시 김 회장은 홈앤쇼핑 의장이자 대표이사였다. 보고서는 김 회장이 로만손 대표이사라는 점을 들어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수의계약 체결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륙아주는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는 계약 체결과 관련,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계약 체결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계약 전담 부서 및 담당자를 지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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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