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 회장과 귀금속 회사의 인연과 악연

어렵게 돌아온 ‘중통령’ 발목 잡힐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회사인 제이에스티나와 관련, 일가의 불공정 주식거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중기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과 제이에스티나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기중앙회 최초로 3선 고지를 밟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07∼2015년까지 23, 24대 회장을 지내면서 중기중앙회를 이끌었다. 이후 중기중앙회 명예회장을 역임하다 지난 2월, 26대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4년을 쉬고 다시 이 자리에 여러분과 일하러 왔다”며 운을 뗐다.

3선 고지
“함께 가자”

김 회장은 “선거운동 중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며 “이 같은 시대에 중기중앙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이 잘사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행사하는 영향력이 상당해 ‘중통령’으로 불린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장은 360여만명의 중소기업인들을 대표하며 주무르는 예산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의 예산은 3조7822억원이었다. 중기중앙회장이 행사하는 인사권도 압도적인데 25명의 부회장 임명권, 산하 회원단체 613개의 감사권을 갖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경제 관련 회의에 자리한다. 의전도 부총리급이다. 문재인정부가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5개 경제단체 가운데 중기중앙회를 가장 먼저 찾아 비공식 간담회를 나눈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부처 합동 신년인사회도 중기중앙회의 위상을 대변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 장소를 중기중앙회 회관으로 낙점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중기중앙회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시작으로 선거전의 막이 오르자 약속이나 한 듯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진영 간 다툼은 가시적이었다. 허위사실 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 금품과 선물 의혹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선거가 간선제인 점도 한몫했다. 중기중앙회는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간선제를 채택했다.

중앙회 최초 3연임 김기문 
다시 막강한 영향력 과시

김 회장은 취임사서 “이번 선거는 너무 치열한 부분도, 오해가 발생된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누가 누구의 편을 들었네 말았네 하는 사항들은 당선된 순간에 모두 잊겠다”며 “(직원들이) 이런 부분을 빨리 자각하고 주어진 자리서 열심히 일을 해야만 일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용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드러난 김 회장 일가의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은 결정적이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리 결과를 전달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골자는 김 회장 일가가 악재 공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중앙회 본사

김 회장은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취임 이후 해당 직책을 겸직 중이다. 제이에스티나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69%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김 회장의 동생인 김기석 제이에스티나 대표(9.13%)가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유미씨(1.02%)와 차녀 김선미씨(0.88%), 부인인 최영랑씨(0.62%)에게도 지분이 있다. 김 회장의 장·차녀는 각각 2013, 2009년 제이에스티나에 입사했다. 김 회장의 지분(20.69%)과 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32.34%)의 합은 절반을 넘는다.

미심쩍은 정황은 다음과 같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 2월11일 장마감 후 자사주 80만주(70억3200만원)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미공개 정보
불공정거래

이튿날인 2월12일 김 회장의 동생과 두 딸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5명은 지난 1월25일부터 2월12일까지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를 통해 총 54만9633만주(49억원 상당)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세부적으로 김 대표는 2월1, 8, 11, 12일 등 총 6차례에 걸쳐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를 통해 34만6653주를 팔아치웠다. 장녀와 차녀는 1월29일 각각 4만주와 5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이들은 2월1일에도 각각 2만2000주와 3만5000주를 장내매도, 총 6만2000주와 8만5000주를 내다 팔았다.

친인척인 최희진씨는 1월30, 31일과 2월1일에 4만8750주를 처분했고, 김명종씨는 1월30일 7230주를 정리했다. 제이에스티나는 변동 사유를 “증여세 세금납부와 대출상환을 위한 지분 일부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이에스티나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8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677%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일 주가는 10% 이상 하락하면서 9000원대에서 5000원대(6월20일 기준)를 맴돌았다. 결국 김 회장 일가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에 대해 “그런 사항은 없다”며 “나는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 제이에스티나

김 회장은 지난 14일 <경향신문>을 통해 “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고, 동생과 자녀들은 양도세와 상속세 납부 때문에 주식을 매각했다”며 본인은 한 주도 매각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조사 등에서 김 회장의 혐의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회장직은 법원의 최종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당선 이후 제이에스티나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주 노출
특혜 의혹


김 회장과 제이에스티나서 불거진 잡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제이에스티나와 관련,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전용홈쇼핑 ‘홈앤쇼핑’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게 된다.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는 중기중앙회(32.83%)다. 김 회장은 24대 중기중앙회장을 지내던 때 ‘홈앤쇼핑 방송편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제품을 자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제이에스티나는 당시 로만손이란 이름이었다.

당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홈앤쇼핑을 제외한 5개 TV홈쇼핑(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은 로만손 시계를 방송 편성한 전례가 없었다. 또 홈앤쇼핑서 로만손 시계는 2012년 12월, 2013년 10월과 12월에 모두 2번씩 방송됐다. 총 24회 이뤄진 방송 중 21회가 오후 11시 50분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4회는 금요일이었다.

당시 한 쇼핑 관계자는 “시계, 주얼리 카테고리는 TV홈쇼핑서 다루는 주요 품목이 아니다”라며 “1회 방송 시간이 2시간이라고 가정하면 연 10회가 최대”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월 2회 방송을 했다면 과도하게 편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TV홈쇼핑 특성상 금요일 오후 11시50분은 시청자가 많아 프라임타임”이라고 덧붙였다. 프라임타임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때를 일컫는다.

계속되는 ‘제이에스티나’ 논란
툭하면 잡음 ‘바람 잘 날 없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백재현 의원은 이를 지적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서 백 의원이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의 전신)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앤쇼핑의 로만손 시계 방송은 2012년 9회, 2013년 10회, 2014년 상반기 5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홈앤쇼핑 중소기업 1개 제품의 평균 방송 횟수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백 의원은 “(로만손 시계 방송은)많은 업체들이 원하는 커다란 기회를 직위를 이용해 사적으로 취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품 편성이 적절했다고 하더라고 예상되는 구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올바른 처신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결정이 아닌 홈앤쇼핑 직원들의 권유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속 방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 로만손도 중소기업인 상황서 홈앤쇼핑의 대표라는 이유로 방송을 못한다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며 해명했다.

로만손과 관련된 이야기는 지난해 8월 법무법인 대륙아주서 발간한 ‘주식회사 홈앤쇼핑 경영진단 보고서’에도 언급된다. 홈앤쇼핑은 ‘2015년 중소기업청 감사’ ‘2017년 방만 경영 등에 따른 국정감사서의 지적’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경영진단 컨설팅 배경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로만손 시계 구매 관련’ 내용서 “홈앤쇼핑이 지난 2012년 5월3일 창사 1주년 기념시계 구매를 경쟁계약 형식으로 결정했지만 로만손과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수사기관

공급계약 체결 당시 김 회장은 홈앤쇼핑 의장이자 대표이사였다. 보고서는 김 회장이 로만손 대표이사라는 점을 들어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수의계약 체결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륙아주는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는 계약 체결과 관련,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계약 체결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계약 전담 부서 및 담당자를 지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