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교사들의 두 얼굴

수업 중엔 선생님 종 치면 발바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교사는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할 스승이었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교사는 본받고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학부모의 존경도 받았다. 하지만 교권은 날로 추락하고 있다. 학생들의 일탈과 학부모의 간섭만을 원인으로 삼기엔 물의를 일으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잔인한 후유증을 남긴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생각해봤다고 응답했다. 김재엽 연세대 교수의 논문 여자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의 관계에 실린 내용이다.

논문에 따르면 중고교 여학생 1019명 가운데 16.2%가 어떤 유형의 성폭력이든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3.6%(105)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는 학생의 경우 그 비율은 36.4%였다.

가해 교사
피해 학생

교사가 성폭력 가해자일 경우 피해 학생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해 학생들은 교사의 권위에 눌려 성폭력 피해 경험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던 중 2018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를 시작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서 스쿨 미투가 시작됐다.

지난해 4월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은 교사 18명의 상습적인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재학생들은 학교 창문에 ‘#with you’ ‘I can do anything’ ‘#Me Too’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에게 지지를 표했다.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SNS를 통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스쿨 미투 폭로가 나온 중·고등학교는 80여곳에 달한다. 재학생들은 교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했다. 졸업생들도 재학생들의 폭로에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스쿨 미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교사가 가해자인 성범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 제천의 한 고등학교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30대 교사 김모씨는 다른 지역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신체 사진 등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학교서 근무 도중에 체포영장을 들고 온 경찰에게 긴급체포됐다.

김씨는 피해 학생을 인터넷 채팅방서 알게 됐다. 이후 특정 부위 사진을 요구하고 강요와 협박을 일삼다가, 직접 만나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김씨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교육청은 즉각 김씨를 직위해제하고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다.

지난 3월에는 4년 동안 18회에 걸쳐 제자를 성폭행한 전직 교사가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1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중학교 교사 서모씨의 상고심서 징역 9,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간 5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권 침해 심해진 만큼
각종 비위 사건도 늘어

서씨는 20133월부터 1년간 피해 학생이 재학 중인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그는 학교와 피해 학생의 집, 모텔 등에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아내가 임신해 입원한 중에도 피해 학생에게 몹쓸 짓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만 13세에 불과했던 자신의 제자이자 청소년인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한 것을 시작으로 약 4년 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했다교사로서 학생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고 교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이 징역 9년을 선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장애인 제자 3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강원지역 특수학교 교사 박모씨는 항소심서도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2014년부터 20187월까지 지적 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 3명을 교실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 용화여고 ⓒ트위터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잘못을 인정하고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원심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검찰과 박씨가 낸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제자와 성관계를 맺고 시험 성적을 조작해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도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2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기간제 교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들의 비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교권을 침해당하는 것과 비례해 교사들의 일탈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사 성범죄
계속 증가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들의 비위는 6873건으로 집계됐다. 2014702건서 20181248건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비위 유형별로는 음주운전이 2394건으로 전체의 3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폭행·절도·도박 등 실정법 위반이 1850(26.9%)으로 뒤를 이었다. 성폭행·성추행·몰래카메라 촬영·공연음란·음란물 배포 등 성비위는 전체의 10%67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교사들의 성비위는 201444건에서 2015106, 2016139, 2017170, 2018168건으로 5년 새 4배나 늘었다.

지난해 5월 스쿨 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때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교생 10명 중 4명이 학교서 교사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고등학생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0.9%입학 후 성희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는 지난해 전국 여고생 814, 남고생 200명을 상대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했다. 응답자의 34.4%는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어깨·허벅지 등을 만지거나 껴안고 뺨을 비비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하거나 이성친구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냐고 묻는 언어적 성희롱을 한다고 답한 비율도 21.2%였다.


응답한 학생의 27.7%는 교사에게 직접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변해 충격을 안겼다. 성희롱을 당한 상황은 대부분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던 때였다. 복장을 지적하며 지도용 봉으로 신체부위를 찌르거나 치마 길이를 확인한다며 교복을 들추는 일 등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혔다.

문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응답자의 37.9%성희롱을 당했을 때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피해 학생 10명 중 4명이 교사의 성희롱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피해 학생의 20%에 가까운 응답자들도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고 답변했다.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학생
소극적 대응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은 수준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연 서울경찰청 젠더폭력예방전문 강사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학교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학교의 사후 대책을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서 전문가들의 조언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실제 성비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성비위 교원 징계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추행·성폭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10건 중 2건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학생이 피해자이고 교사가 가해자인 성비위에 대한 징계 건수는 201320건서 201536, 201641, 201760건으로 5년 새 3배나 늘었다. 이 중 징계 수위가 경징계 처분에 그친 사례는 182건 중 35(19%)에 달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저지른 교사 10명 중 2명은 감봉·견책·경고 등 가벼운 처벌만 받은 셈이다.

박 의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위계관계서 발생하기 때문에 취약한 가정의 청소년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는 엄정한 처벌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쿨 미투가 일어난 것도 교사와 학생은 수직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투운동 자체도 위력 관계서 발생해 그동안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에서 비롯됐다. 스쿨 미투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서 쉽게 폭로하지 못한 성폭력 피해 사례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쿨 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스쿨 미투를 촉발한 용화여고서 파면된 가해 교사가 검찰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7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용화여고 전 교사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노원경찰서는 사건을 일부 기소·불기소 의견으로 나눠 검찰에 넘긴 상태였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증거 부족에 의한 무혐의로 판단하고 기소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와 보완 수사 과정서 A씨와 피해를 호소한 학생, 졸업생의 증언이 상반되는 부분이 있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스쿨 미투 시작 1년 지나 
가해 교사 솜방망이 처벌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12차례 출석해 진술한 뒤에는 나오지 않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없었다“A씨가 알리바이를 주장한 부분 중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한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처음으로 전국 86개 중·고등학교서 발생한 스쿨 미투 현황판을 공개했다. 스쿨 미투에 참여한 전국 학교들 중 서울 소재 중·고교 수가 23개로 가장 많았다.

이날 정치하는 엄마들은 스쿨 미투 현황판을 통해 피해 학생들이 당한 성폭력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시 내 한 중학교 교사는 제자에게 고등학교에 가면 성관계를 맺자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내가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리 오므려” “나는 네 속이 궁금해라는 식의 추행 발언을 일삼은 교사도 있었다.

지방 소재 중학교서도 나는 정관수술을 했으니 너희와 성관계를 해도 임신하지 않아 괜찮다” “몸매 이쁘네, 엉덩이도 크네등의 발언이 나왔다. 또 지방의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는 예쁜 학생이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화장실 가서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는 등의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발언도 있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3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교육청에 스쿨 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 실시 여부와 징계 등 처리 결과와 같은 주요 정보에 대해 대부분 비공개 답변을 받자 이 같은 현황판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스쿨 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교사는 스승이 아니다라며 교사가 스승의 탈을 쓰고 교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교사와 같은 장소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신변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골든아워나 마찬가지라며 학교 성폭력 공론화를 이끌어낸 재학생, 졸업생 고발자들이야말로 시대의 참스승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들
정부대책 촉구

앞서 지난 2월에도 각 지역 스쿨 미투 단체와 여성단체 등이 모여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스쿨 미투)고발 후 1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발자는 2차 가해와 신변 위협에 시달리고, 학교는 고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정부는 최초 스쿨 미투 고발 후 열 달 만에야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학교 전수조사가 빠지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비교사들까지… 성희롱 단톡방 펑펑

현직에 있는 교사뿐만 아니라 예비교사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각 지역 교대서 단톡방 성희롱과 불법 촬영 등 성범죄 의혹이 잇따라 폭로됐다.

예비교사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가입된 한 소모임서 같은 과 여학생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신입생과 졸업생이 만나는 대면식 때 여학생들의 얼굴과 몸매에 등급을 매기고 성희롱을 했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이들의 성희롱을 추가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걸렸다.

교육부 전수조사 나서

경인교대 체육교육과 남학생들이 모인 채팅방서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과 욕설 등이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 채팅 내용은 경인교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익명제보가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제보자가 게시한 채팅방 사진에는 특정 여학생을 명시하며 노골적으로 성희롱하는가 하면, 또 다른 여학생을 상대로 심한 욕설을 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에서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서 성 관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특별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교대, 경인교대, 광주교대 등을 시작으로 전국 교대 10곳이 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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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