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빙상 1번지’ 목동빙상장 입찰 특혜 의혹

조례·가산점 바꾸고…특정업체 밀어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목동실내빙상장은 한국 빙상의 메카’ ‘빙상 1번지로 불릴 만큼 그 상징성이 크다. 오는 7월 목동빙상장의 위탁 운영업체가 바뀐다. 목동빙상장 운영권을 둘러싼 업체 간 쟁탈전이 빙상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 과정서 운영업체 선정을 담당하는 서울시가 수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목동실내빙상장(이하 목동빙상장)은 국내 최초 국제규격의 빙상장으로 건립됐다. 19891031일 준공된 목동빙상장은 경기장 면적이 6018에 이르고 좌석수는 5000, 최대 수용인원은 7000명에 달한다. 각종 국제대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여가 시설로도 사용된다.

목동빙상장
누구 손에?

목동빙상장은 198912월 개장 이후 초기 10년은 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센타서 무상으로 위탁받아 운영했다. 이후 1999년 한국동계스포츠센타가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 운영한 이래, 2016년까지 줄곧 재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다 2017년 공개모집서 서울특별시체육회(이하 서울시체육회)가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됐다. 위탁 운영기간은 올해 말까지였다.

하지만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을 운영하는 과정서 유태욱 소장의 갑질 의혹, 부실 운영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목동실내빙상장 관리·운영 사무 위·수탁 협약서수탁자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다수의 민원을 야기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돼 사업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인권침해, 회계부정, 부당노동행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들어 서울시체육회와의 목동빙상장 위·수탁협약을 6개월(630) 조기 해지하기로 했다.

서울시의회는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해 목동빙상장의 경영 상황을 꼬집었다.


결의안에는 최근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체육계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2014년 성추행 의혹과 불법스포츠 도박으로 코치직을 내려놓은 코치가 빙상장을 대관해 강습하도록 허가하는 등 (서울시체육회의) 경영 윤리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또 목동빙상장 소장(유태욱)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시체육회가 불명예스럽게 목동빙상장 운영서 밀려나면서 다음 위탁 운영업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새로운 위탁 운영업체는 오는 71일부터 2022630일까지 3년간 목동빙상장의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세부적으로는 경기장 사용허가, 매점 등 승인된 재임대 시설 관리·운영, 공공체육시설 목적에 반하지 않는 수익사업 권한 등을 갖게 된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이하 서울시 사업소)는 지난 1308기 민간위탁 체육시설 목동실내빙상장 수탁기관 재선정 추진계획’(이하 목동빙상장 재선정 계획)을 시작으로 새 운영업체 찾기에 나섰다.

논란 많은 서울시체육회 
운영권 6개월 조기 해지

이후 425일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포함한 목동실내빙상장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이하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이 게시됐다.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에 따르면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이하 수탁자위원회)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협상 절차를 통해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한다.

심사는 입찰참가 업체의 제안설명(PPT)과 평가위원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뤄진다. 제안서 평가는 정량평가 30%, 정성평가 70%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정량평가는 담당공무원이, 정성평가는 수탁자위원회에서 맡는다. 수탁자위원회가 운영업체 선정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탁자위원회 구성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사업소는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서 수탁자위원회 구성의 근거로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17(수탁자 선정기준)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10(위원회 구성·운영)를 들고 있다.


서울시 사업소는 해당 조례를 근거로 수탁자위원회는 행정1부시장·행정국장·관광체육국장·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 내부인사 4명과 시의원·공인회계사·전문체육인·생활체육전문인·마케팅전문연구원 등 외부인사 8명을 더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지난 425일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서 해당 조례의 조항이 ‘처음’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425일 이전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등에서 확인 가능한 목동빙상장 관련 문건에서는 해당 조례의 조항을 확인할 수 없다.

130일 목동빙상장 재선정 계획, 212일 제8기 목동실내빙상장 민간위탁비 산출을 위한 원가조사 용역 추진계획에는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9조를 근거로 적격자 심의위원회에서 수탁기관을 선정한다고 명시돼있다.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을 포함해 69명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외부위원 중에 호선한다. 또 심의위원회 위원 임명과 위촉은 시장이 하도록 돼있다. 다시 말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의위원회 구성의 주체가 된다.

그동안 일관되게 적용돼온 조례가 지난 425일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목동실내빙상장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서 갑자기 변경된 것이다. 한 빙상 관계자는 입찰 과정서 심의위원이 이렇게 노출된 경우는 보지 못했다“(심의위원들에 대한) 사전 접촉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뚱맞은
조례 조항

변경된 조례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10조에 따르면 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행정부시장으로 하고, 심의위원은 서울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사업소는 지난 51일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목동빙상장의 관리·운영 제안업체의 제안서 적정성 등을 심의할 시의원 추천을 의뢰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서울시는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안전감사담당관 일상감사팀(이하 서울시 일상감사팀)은 지난 314민간위탁사업 일상감사 의견 공통기준을 내놨다.

서울시 민간위탁 사업에 따라 수탁시설 내부서 발생할 수 있는 성추행·폭언·횡령 등의 비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의도다. 서울시 일상감사팀은 민간위탁 선정 시 비위행위를 저지른 수탁기관 내부 종사자에 대한 배제·통제 장치가 미흡하다고 봤다.
 

▲ 서울시청

일상감사는 수탁자를 공모하는 신규 민간위탁 사업과 재위탁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일상감사에서는 수탁자 모집공고 시 평가요소와 배점, 선정방법과 적격자 심의위원회 구성 등 민간위탁 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폭넓게 살핀다. 특히 수탁자의 성희롱·폭언·비위행위와 관련해서는 자격제한과 함께 예방대책을 평가항목으로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정량 평가서 전체 배점(2030)50% 이상을 성희롱·폭언·횡령 등 비위행위와 관련해 수탁기관 소속 대표와 임직원의 민·형사 책임 전력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정성 평가에서도 전체 배점(6070)10% 이상의 수준으로 수탁기관 내부 임·직원의 성희롱 예방·인권·청렴도에 관한 대책을 평가항목으로 마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기준은 결재일부터 시행한다고도 밝혔다.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건은 수탁자를 공개모집하는 재위탁 사업에 해당한다. 절차대로 하면 일상감사가 이뤄진 후 그 결과가 반영된 공고가 나왔어야 한다.

시 권고
무시했나?

하지만 지난 51일 게시된 목동실내빙상장 관리·위탁 운영기관 공개모집제안안내서에는 일상감사팀이 제시한 의견이 반영돼있지 않다. 서울시가 일상감사 없이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과정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가산점 부여표가 임의로 변경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서울시 협상에 의한 계약 시 가산점 세부내역이라고 해서 가산점 부여표가 명시돼있다. 가산점 부여표에 따라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716.6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제안안내서에는 가산점 부여 점수가 -64점으로 변경돼있다.

70점 만점의 정성 평가 배점 범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는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6(평가점수 산정)에 평가항목별 점수의 최저점을 배점의 60% 이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0점 배점항목의 최저점은 6점이라는 뜻이다. 즉 해당 평가항목의 배점 범위는 610점이 된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제안안내서에는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 범위가 210점으로 돼있다. ····5개 등급으로 구분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 빙상관계자는 실제 입찰서 12위 업체간 점수 차이는 채 1점도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배점의 범위가 넓어지면 심의위원의 의도가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사업소가 내놓은 신규수탁자 선정계획이나 제안안내서는 일부 빙상인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조례나 가산점 부분을 손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한 빙상관계자는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 선정 관련 공고는 누더기라고 비판하며 이것저것을 손보는 과정서 특정업체 맞춤형 공고로 변질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부 빙상인들 사이에서는 해당 특정업체가 한국동계스포츠센타를 의미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업체의 이름이 나오는 등 조짐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424일 서울시의회 제286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3차 회의서 한국동계스포츠센타가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황규복 시의원의 질의에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이 답변하는 과정서 나왔다. 주 국장은 한국동계스포츠센타는 빙상 경기연맹과 아이스하키협회가 50%씩 출자해 만든 법인이라고 부연했다.

황 의원이 한국동계스포츠센타만 입찰에 들어올 경우 협약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묻자 주 국장은 두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취재 들어가자 돌연 취소 공고 
“보완해서 재공고 하겠다”

일부 빙상인들은 주 국장의 답변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빙상관계자는 한국동계스포츠센타는 20173월 이후 어떠한 공식 활동이 없고 지난해 8월에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역사는 목동빙상장과 그 궤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서울시체육회로 운영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한국동계스포츠센타는 28년 동안 목동빙상장을 위탁 운영·관리했다. 공교로운 점은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마지막 사장이 지난해까지 목동빙상장서 소장으로 활동한 유태욱씨라는 점이다.

유 소장은 여전히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515일 기준).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된 이후 유 소장이 그 자리에 오는 과정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목동빙상장의 운영권은 2017년 서울시체육회로 넘어갔지만 한국동계스포츠센타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있던 셈이다.
 

지난해 목동빙상장은 소장 채용 비리, 폭언 의혹, 유통기한 지난 음료수 강매 의혹 등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유 소장은 지난해 8월 소장 업무서 배제 조치됐고 서울시는 특정감사에 나섰다. 그 결과 유 소장을 비롯한 임직원 4명이 징계처분을 받았고 서울시체육회의 목동빙상장 위·수탁 협약은 조기 해지됐다.

한 빙상관계자는 유 소장은 서울시체육회가 목동빙상장 운영권을 잃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 소장은 갑질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직위해제, 해고조치는 물론 수사 의뢰까지 돼있다그가 여전히 등기이사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센타를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하기 위해 서울시가 공고를 뜯어고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탁기관 대표나 임직원의 적정성 판단등의 평가 항목을 수탁자 선정과정에 반영하라는 서울시 일상감사팀의 권고를 실제 평가항목 등에 반영하지 않은 게 한국동계스포츠센타에 간접이익을 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서울시 사업소 목동사업과 목동운동장관리팀 관계자는 지난 14<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특정업체를 지원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시 사업소는 다음날인 15목동실내빙상장 관리·위탁 운영기관 공개모집 공고의 취소 공고를 게시했다. 제안 안내서 사항 등을 수정, 보완해 추후 재공고하겠다는 것이다.

특혜 주려다
결국 실패?

또 다른 목동운동장관리팀 관계자는 회의 과정서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됐다. 제안 안내서의 가산점 배점이 잘못된 부분이 있어 절차를 거쳐 취소 공고를 내게 됐다일련의 과정을 거쳐 재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5월 안에는 재공고가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련의 과정은 일상감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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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