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기안84를 위한 변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10:37:01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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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기안84는 웹툰작가다. 필자는 기안84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복학왕>을 즐겨 본다. 그런데 최근 이 웹툰의 내용이 논란이 됐다. 청각장애인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청각장애인의 발음이 부정확한 것을 희화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다. 논란이 된 청각장애인 캐릭터는 상당히 긴 기간 해당 작품에 등장했는데, 장애가 있다고 차별적으로 묘사한 적은 없었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동일하게 김치가공공장서 일했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청각장애를 이유로 남자친구의 부모에게 모진 대우를 받는 내용도 있었다. 현실을 바탕으로 객관적 시각서 표현됐다. 그녀의 발음이 부정확한 것도 청각장애인의 특징을 나타내려한 것이다. ‘웃기는’ 웹툰이지만 적어도 청각장애인의 발음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적은 없다.

후천적 청각장애인의 발음은 비장애인과 같다. 그러나 선천적 청각장애인은 타인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훈련을 통해 발성을 익히므로 발음이 부정확할 수 있다. 부정확한 발음이 청각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라면 그것을 웹툰서 표현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청각장애인 웹툰작가인 라일라는 “나의 장애는 개성일 뿐, 동정의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청각장애인 스스로 장애는 개성이라고 하는 것은 납득이 되고, 장애가 없는 사람이 그 개성을 표현하면 희화화가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만화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리는 것이다. 그 상상력 안에는 초현실적인 영웅도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의 장애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영화서도 장애인이 등장할 때가 있고 당연히 작품 전반서 장애인이 가진 특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장애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달팽이의 별>에는 남편이 집에서 줄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남편은 제자리 줄넘기를 하지만 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귀 때문인지 자꾸 뒤로 간다. 아내가 다가와 웃으며 손등을 두드려 ‘뒤로 가는 달리기’라고 알려준다. 남편은 “뒤로 갔어? 난 제자리서 했는데”라며 웃는다. 

제작자는 이 장면서 관객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했을까?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관객들도 같이 웃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이것은 장애를 희화화한 것인가. 장애가 슬프고 불편한 것으로만 묘사되고 장애인이 도움을 받아야 될 존재로만 표현된다면 그것이 더 차별적인 것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만화를 영화, 연극, 드라마보다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이 반영돼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에 ‘희화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문제다. 과거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서 만화는 예술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장애인단체가 기안84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차별문제서 당사자들의 견해는 중요하다. 당사자가 불쾌히 여겼다면 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물론 이 칼럼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논란이 된 웹툰 장면을 보고 차별이라 여겨서는 안 되고 불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쓴 것은 아니다. 같은 사건을 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해 웹툰작가의 입장도 헤아려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려봄으로써 자신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작품 내용으로 비난받아 상처 입었을 기안84를 대신해 변명해주고, 달래주고 싶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때로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게 현실을 풍자하는 기안84의 작품 세계가 나날이 발전하길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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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