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터지는 재벌가 마약사

가족도 포기한 ‘뽕쟁이 도련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재벌가에 ‘마약 사정’이 몰아치고 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녀 황하나씨가 마약투여 혐의로 붙잡힌 데 이어 SK·현대가의 3세들까지 마약투여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파문은 커져만 가고 있다. 재계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과거 마약에 연루됐던 재벌들에게 쏠렸다. 
 

▲ 압송 중인 황하나씨

SK와 현대그룹 3세가 마약투약 혐의로 적발된 가운데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도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에게 마약을 전달하거나 함께 투약한 공범들도 속속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며 이번 파문이 ‘유학파 출신 재벌 3세’ 전반으로 퍼질지 관심이 커진다. 

계속되는 적발
또 누가 걸릴까?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2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정현선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여덟째 아들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장남이다. 

정씨는 경찰이 마약 공급책인 이모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행 정황이 드러나게 됐다. 정씨는 지난해 3∼5월 이씨로부터 대마를 수차례 구입하고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씨와 함께 자신의 차량 등에서 대마를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구매한 대마는 일반적인 대마가 아닌 대마 성분을 농축해 액상으로 만든 카트리지로 확인됐다.

정씨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데 경찰은 정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성남시 분당구의 한 사무실서 대마 구입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SK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최영근씨를 긴급체포했다.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경찰이 최씨에 대해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최씨에 대한 마약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SK·현대·남양 줄줄이…환각 스캔들
수사 확대에 떨고 있는 재계 3·4세들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이모씨 등으로부터 18차례에 걸쳐 대마초와 고농축 액상대마를 구입해 18차례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1회당 적게는 2g서 4g의 대마 종류를 구입했으며 이모씨를 통해 최소 5번 이상 대마 종류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구입한 대마는 주로 집에서 피웠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마약투약 혐의로 체포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에 대한 수사 역시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서 황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황씨가 2015년 여름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말 황씨를 입건했다. 또 지난해 초까지도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15년 11월 종로경찰서 수사 당시 황씨를 비롯해 7명이 수사선상에 오른 점과 당시 검경의 사건 처리 적절성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내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연루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찰이 황씨를 상대로 봐주기 수사 끝에 불기소 처분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황씨와 함께 사법 처리를 피한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재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수면 위로
꾸준한 사건들

물론 과거에도 재벌들의 마약사건은 있었다.

현대 정현선씨의 마약투여 혐의로 현대가 3세들의 마약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정현선씨의 여동생 정문이씨는 지난 2012년 8월 말 서울 성북동 골목길 주택가 골목길에 세워둔 차 안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대마초를 전해 받고 함께 피운 혐의가 적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정문이씨의 나이는 20세. 

정문이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며칠 뒤 국외로 출국했지만, 보름이 지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과정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직후 머리카락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분석 감정을 의뢰한 결과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왔다.

정문이씨는 이듬해인 2013년 4월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013년에는 현대가 3세인 정광선씨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됐다. 정광선씨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순영 성우효광그룹 회장의 3남인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의 아들이다. 당시 28세이던 그는 대마초를 수차례 흡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는 경기 오산시 미군 공군기지 소속 주한미군 군인이 군사우편을 통해 특송화물로 밀반입한 대마초를 브로커로부터 건네받아 수차례 흡입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주한미군 군인 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대마초 944g을 들여온 경로를 확인하다 이 같은 혐의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류도 여럿
대마에 코카인

2009년에는 정순영 회장의 또 다른 손자인 정인선씨가 부유층 자녀들의 대마파티에 연루돼 파문이 일었다. 정인선씨는 정몽용 현대성우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정광선씨와 정인선씨는 사촌 지간이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대마파티에 참석한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대마 1g을 종이에 말아 대마초를 만들어 흡입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의 모 고교 동문 선후배 관계로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들은 한국에 왔을 때 이태원 클럽 등지서 함께 어울렸던 동년배의 제보로 범행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당시 20세이던 정인선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씨는 지난 2014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약물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김씨는 2010∼2012년 주한미군 사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 가운데 일부를 지인에게 건네받아 네 차례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그밖에도 2007년 유흥업소 종업원과 시비를 벌이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뺑소니 사고를 내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현재는 그룹 내 복귀해 경영수업 중이다.

두 명의 공급책 입 열면 ‘일파만파’
과거 연루 사건 재조명 ‘현대 3관왕’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남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인 고 신동학씨. 그는 1994년 집단폭행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신씨는 당시 지인들과 그랜저를 타고 달리던 중 소형차인 프라이드가 끼어들자 시비가 붙었다. 신씨 일행은 상대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까지 무차별 폭행을 가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신씨는 1999년에 선영묘 도굴사건 현장검증 때 용의자들을 폭행해 논란을 일으켰고, 2000년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후 단속 경찰을 매단 채 질주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 1997년 코카인을 복용하고 대마초를 흡입하다 붙잡혀 마약법 및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국내 유명 출판사인 학고재의 우찬규 대표의 아들 우모씨도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지난 2013년 적발돼 인천지검으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검찰 수사 대상에는 이들 외에도 재벌가 자녀와 유학생 등 부유층 자녀 10명 정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바짝 긴장
“끝나지 않았다”

마약 파문이 일부 3세 등을 넘어 재벌가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재계는 바짝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재벌 일가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받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일반인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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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