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빛의 작가’ 박현수

벗겨낸 화면 너머의 빛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역삼동 소재의 갤러리 이마주서 2일부터 박현수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박현수는 빛의 개념을 팝과 추상의 복합적 형식을 통해 평면에 나타내는 작업을 해왔다. 박현수가 소개하는 빛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 Circle-YB1_Oil on Canvas_72.7x53.0cm_2019

긁어내기, 디깅은 박현수의 작업 과정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무수한 색의 드리핑으로 첫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위를 단색으로 덮는다. 그리고 두 번째 채색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첫 화면이 드러나도록 섬세하게 긁어내는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덧칠하고

평면적으로 쌓아가는 작업이지만 결과적으로 긁어내기를 통해 뒤의 화면이 앞으로 돌출돼 보인다. 평면과 입체의 상반된 효과가 교차되는 셈이다. 박현수는 작품에는 이중성이라는 내·외적이며 복합적인 상징적 의미가 내포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적으로는 오랜 시간 직접 체험한 동·서 문화의 충돌, 갈등과 융합의 문제를 다뤘다외적으로는 작업을 실행에 옮기는 행위에 있어 자유로운 드리핑의 반복과 극단적인 집중을 요하는 디깅, 즉 페인팅을 깎아내며 형체를 만드는 절제의 미를 한 화면에 대치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화면 또는 공간 위에 생성시킬 수 있다이러한 행위의 결과물로 얻어진 다양한 기호들은 나만의 시각적 언어고 이를 통해 소통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업은 사물에 빛을 투과해 어느 정도 거리서 관찰해보면 결국 모두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과학적 실험을 토대로 한다. 이는 이번 전시 주제인 ‘Core-Vitality’로 연결된다. 원으로 표상되는 핵심과 이미지는 그의 모든 작품에 내재돼있는 중요한 요소다.

갈등과 융합의 문제
드리핑과 디깅 과정

박현수는 원을 모든 형상의 근원으로 본다. 원은 모든 형상과 존재의 최소 단위며, 이러한 최소단위의 원소들이 모여 사물을 만들고 자연을 구성하면서 나아가 우주를 만들고 생성된다고 여긴다.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박현수가 시도하는 빛의 표상작업이 다양한 시리즈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현수가 이번 전시서 선보이는 작품을 대략 4개의 시리즈로 분류할 수 있다그가 ‘C’로 표현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리듬’ ‘서어클’ ‘바디시리즈라고 전했다.

커뮤니케이션 시리즈는 화면 전체를 박현수 특유의 작은 기호들로 채워 배열해놓은 작업이다. 다양한 컬러를 드리핑 기법으로 처리해 건조시킨 후 화면 전체를 색면으로 다시 덧칠하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기호적 형상으로 긁어내는 방법을 사용한 초기의 작업들이다.
 

▲ Circle-WB_Oil on Canvas_72.7x60.6cm_2019

고무칼로 긁어내 바탕을 다시 나타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스크래치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덧칠된 물감을 걷어내는 과정서 드러난 기호들은 칼리그래프처럼 나름의 리듬과 질서를 지닌 채 화면 전체에 배치돼있다. 이러한 방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복잡한 구조를 띤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기법은 박현수의 작업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면서 양식화되고 있다시리즈 제목서 암시하듯 이러한 행위의 배면에는 작가가 소통의 조건이 되는 두 개 이상의 개체적 단위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듬 시리즈는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빛의 공간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화려하면서도 장식성이 돋보인다. 원형 창문은 스크래치 기법으로 바탕의 무지개빛 색면을 드러나게 했다. 원의 내부 공간은 수평적 구조를 지닌 다양한 색채의 빛으로 채웠다.

서어클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원형 혹은 타원형으로 설정된 색면을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기호들을 무중력 공간에 부유하는 유물의 파편처럼 배치한 작품이다. 배경의 이미지는 그 위에 표상된 기호 이미지를 받쳐주는 바탕이나 정신의 그림자, 핵의 구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어클 시리즈의 표상방식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고무칼로 벗겨낸 기호의 표면이 발산하는 무지개빛 컬러는 마치 금관이나 향로 등의 전통적 금속공예 유물의 아름다움을 연상케 한다. 이때 나타나는 정신성은 이 시리즈의 매력으로 꼽힌다.

바디 시리즈는 몸의 실루엣을 암시하는 색면을 설명하고 그 표면에 박현수 특유의 색환을 배치한 작업이다. 이 시리즈서 작가는 추상적 패턴에 구체적인 사물을 암시적으로나마 놓으려는 의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 교수는 박현수의 작품서 표상되는 빛의 구조와 정신은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전개된다”며 그 형식은 스크래치 기법에 의한 색면의 화려함을 공통분모로 삼아 일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 형식은 드리핑과 드로잉, 배열, 반복, 패턴 등의 기표적 용어로 정리될 수 있다동전의 양면처럼 자리 잡은 기의적 개념들은 빛과 공간, 그림자, 정신, 풍경, 자연 그리고 핵의 의미들이라고 설명했다.

긁어내고

갤러리 이마주 관계자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자신만의 개념을 다양한 시리즈로 전개하는 점이 박현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앞으로도 작가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42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현수는?]

학력


건국대학교 영상학박사 졸업(2018)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대학원) Painting 전공(2004)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졸업(1998)
중앙대학교 회화과 졸업(1992)

개인전

박현수 개인전갤러리 이마주, 서울(2019)
‘Hyun-Su Park Show’ Art Lab TOKYO,
도쿄(2018)
‘Journey to Universe II’
온유갤러리, 안양(2018)
2회 전혁림미술상 수상작가전전혁림미술관, 통영(2017)
‘Journey to Universe’
호서대학교 중앙도서관 갤러리, 아산(2017)
‘The Bloom’
우종미술관, 보성(2014)
‘Expansion’
진화랑, 진아트센터, 서울(2014)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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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