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대와 전통 사이’ 이헌정

직감과 감성 사이를 서핑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헌정 작가는 홍대서 도예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크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는 조각을 전공했다. 가천대에서는 건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도예, 조각, 건축과 설치에 이르는 이헌정의 폭넓은 이력은 과감하면서도 세련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헌정의 개인전 서핑(Surfing)’ 속으로 들어가 보자.
 

▲ Day bed, Glazed Ceramic, 73×149×77㎝, 2019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운영하는 일우스페이스서 이헌정 작가의 개인전 서핑을 소개한다. 이헌정은 현대와 전통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다양한 감상과 영역을 포괄해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백년 전 조선의 도공들이 도자기를 굽듯 전통적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전통+현대

이 과정서 이헌정은 예술관의 직관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작품의 부드러운 형상을 손으로 빚어낸다. 전통적 기술과 예술가의 손맛이 합쳐져 탄생한 작품은 현대적 감수성을 포용하며 발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흙과 모래, 석회질 등 자연을 담는 동시에 가마 속에서 전통의 방식과 우연의 조화, 그리고 세련된 가공을 통해 완성된다.

이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나간다. 작품의 최종 형태는 이성과 감성 그리고 직관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그는 관람객이 그 안에서 의미와 메시지를 고민하면서 벽을 쌓는 과정보다 가구로 던져놓은 뒤 그 벽을 무너뜨리고 쉽게 다가와 즐기며 마주하는 순수한 감성적 경험을 추구하길 바란다.

이번 전시서 이헌정은 자연과 가공, 직감과 감성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디자인·건축·공예·예술의 영역을 보다 광범위하게 넘나든다. 전시 제목인 서핑서 알 수 있듯 자유롭게 파도를 타며 즐기는 모습이 연상된다. 2011년 일우스페이스가 기획한 그의 개인전 ‘The Model of Architecture’서 건축으로서의 모델이 아닌 모델로서의 건축을 선보였던 때와는 또 다르다.


는 이번 전시를 통해 2018년 신작, 세라믹으로 구성된 방과 아트 퍼니처 등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적 감각과 소재 안에 내재된 전통적 정취, 변화의 바람, 나아가 이헌정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조각·건축·설치…작품에 폭넓게 녹아 있어
“시소게임서의 균형…거대 범선의 자태”

그는 세라믹이라는 전통적 소재와 콘크리트와 같은 현대재료를 혼합적으로 사용해 조각인 동시에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아트 퍼니처 영역을 개척했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 디자인 페어를 통해 가구 디자인으로도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헌정은 작업노트를 통해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설치작업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도예라는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공예적 행위를 통해 체험적 명상성을 학습한다그리고 상대적으로 표현성이 확대된 설치미술의 형식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된 상징적 상황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 LEE Hun Chung, Object on the table (each 77-72Hcm), Glazed Ceramic ,276W x 100D x 92H cm,2015, ⓒ박명래

그러면서 나는 아직도 지성과 가슴, 바깥 세상과 내 안의 연못 그리고 멀리 보이던 담 너머의 공장들과 파란 하늘 사이서 조용하게 시소게임을 즐기고 있다시소게임조차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 없이는 그 자그마한 세상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또 적당한 긴장과 리듬감 없이는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동광 미술비평가는 이헌정은 기념비적 조각성을 지닌 대형 도조작품들과 항아리, 인물상, 도판작업 등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성형, 유약, 소성의 측면서도 통상적인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열정적인 작업 태도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을 발표했다이 때문에 그의 여행은 그간의 즉흥적이고 개념적인 작업과는 다르게 대양을 거침없이 항해해 온 견고하면서도 거대한 범선의 자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파도를 타듯


일우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 가공, 직감과 감성의 균형을 유지하고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서핑하는 이헌정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전시는 31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헌정은?]

학력

가천대학교 건축학과 박사과정 수료(2008)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 졸업(1996)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199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1991)

주요 경력

지하철 9호선 사평역 도자벽화 제작(2009)
청계천 정조대왕반차도 도자벽화 제작(2005)
아트포럼 2000 심사위원장, 페름, 러시아(2000)

수상

서울특별시장 표창장(2005)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스칼라십(1995~1996)
서울현대도예공모전 특선 수상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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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