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15 노리는 거물들

1년도 더 남았는데 총선 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019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차기 총선 하루 전까지 470일이 남았다. 꽤 긴 시간이 남았지만 정치권에선 총선 출마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새로 도전하거나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부터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사람들까지 그 양상은 무척 다양하다.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이들의 속내 역시 가지각색이다.
 

▲ (사진 왼쪽부터)오세훈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미전 특별위원장,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새해가 다가오면서 총선 국면이 가까워지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15일에 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미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기준을 확정하고, 중간평가를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인적쇄신서 살아남은 당협위원장들은 이미 총선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당 내에선 벌써부터 ‘자객 공천’이란 표현이 나왔다. 여당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 다시 말해 여당 강세 지역에 전략공천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21대 총선
16개월 남아

지난 6·13지방선거서 낙선했던 이들의 재도전도 가시적이다. 몇몇은 일찌감치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후반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도 그려질 전망이다. 청와대 내에선 참모들을 대상으로 ‘총선 수요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 겸직 장관들은 출마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총선까지 1년하고도 4개월 정도가 남았지만 이미 레이스에 불이 지펴졌다는 평가다.

정치권서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물은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과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비전 특별위원장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국당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맞춰 물러날 예정인데 한국당 전대는 내년 2월경으로 예정돼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이후 행보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대구·경북민이 묻고 김병준이 답하다’라는 제목의 콘서트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치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질 때가 있고, 비대위원장 이후의 일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지역민들이 필요로 해서 부른다면 어느 자리에 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를 멈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그는 “고향인 경북 고령이나 대구서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 위원장은 한국당에서 언급되는 자객 공천의 일환으로 총선 출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 위원장은 서울 광진구을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신청했다.

자객 공천까지 등장…총선 분위기 물씬?
6월 재보선 낙선자 일찌감치 출마 준비

광진을은 한국당의 대표적 험지 중 한 곳으로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지역구다. 5선의 추 전 대표는 광진을서만 내리 5선에 성공했다. 그는 ‘여성 정치인 최초 지역구 5선’이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오 위원장은 추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강한 이곳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오 위원장은 한국당 복당 기자회견 당시 “험지라도 출마하겠다”며 총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국당이 자객 공천을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은 광진을 외에도 몇 개 지역이 더 있다. 민주당 박영선·우상호·홍의락 의원의 지역구가 대표적이다. 4선 의원인 박 의원은 구로을서만 내리 3선에 성공했다. 3선의 우 의원은 서대문갑서만 3선을 달성했다.


재선에 성공한 홍의락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구을도 자객 공천의 대상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성지인 TK(대구·경북)인 만큼 한국당은 탈환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미끄러진 이들의 재도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차례 얼굴을 알린 만큼 다른 출마 예정자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키드’의 출마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과 한국당 강연재 법무특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유튜브와 포럼을 통해 정계에 복귀한 ‘홍키드’로 불린다.

배 위원장은 강 특보는 모두 지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배 위원장은 서울 송파구을, 강 특보는 서울 노원구병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으며 배 위원장은 현재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기 총선서 송파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정치권 곳곳
출마 예상자

강 특보는 노원병 당협위원장이었지만 ‘김병준 비대위’에 반발, 스스로 직에서 물러났다. 강 특보는 지난 9월28일 당협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노원병 지역서 활동해 온 사람도 아니고, 험지 중 험지인 곳에서 거물급도 아니였다”며 “재보선을 3주 앞두고 급히 치른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참패했고, 선거 패배 후 속앓이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며 소회를 밝혔다. 강 특보는 노원병 대신 자신의 출생지인 대구서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예측된다.

강 특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TK의 문재인정권 비토와 한국당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보수의 심장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TK는 보수의 심장이지 무능하고 의리 없는 ‘박근혜 팔이’들의 정치 밥그릇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배 위원장과 강 특보는 지난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프리덤 코리아’ 창립식에 참석했다. 프리덤 코리아는 홍 전 대표가 설립한 정치포럼이다. 이들은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TV’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은 부산 해운대을 지역서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 6월 재보선에 출마했지만 민주당 윤준호 의원에게 패배했다. 해운대을은 전통적인 ‘한국당 텃밭’으로 꼽히는 만큼 당시 충격은 상당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의원과의 리턴매치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센터서 ‘한국 경제의 현실, 동반성장이 답이다’라는 제목의 특강을 열었다. 김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KBO 총재를 초청한 이 자리서 “대한민국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위기에 처해 국민의 걱정이 크다”며 “경제학자인 정 총재를 모시고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해답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같은 재보선서 아쉽게 석패한 이들의 재기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당 엄태영 충북도당 위원장은 지난 6월 재보선서 민주당 이후삼 의원에게 2.8%포인트 차로 낙마했다. 엄 위원장은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을 분명히 했다.

엄 위원장은 지난달 1일 BBS청주 불교방송에 출연해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엄 위원장은 이날 “지난 지방선거 때는 집권여당의 힘을 모아주자는 여론이 심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 이후 정부여당서 근시안적인 정책을 시행하며 군민들과 정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며 “특히 민생문제에 있어 군민들의 안타까움과 실망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들이 앞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각·참모진
출마 수요조사

엄 위원장은 "다음 총선에 도전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 총선은 문재인정부의 집권 후반기 무렵 치러지는데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때다. 정부와 여당의 시선이 총선으로 쏠리는 까닭이다. 우선 의원 겸직 장관들의 출마가 예상된다. 꽤 많은 수의 장관들이 직접 출마 의지를 밝혔다.

김영춘(해양수산부)·김현미(국토교통부)·이개호(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은 이미 총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부겸(행정안전부)·진선미(여성가족부) 장관 및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사실상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특히 김부겸 행안부장관의 지역구는 대구 수성구갑으로 한국당의 자객 공천이 예상되는 곳이다. 김 장관은 재수 끝에 보수의 성지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경기 김포서만 내리 3선을 하던 김 장관은 19대 총선서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 장관은 20대 총선서 다시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고, 당선에 성공했다. 한국당은 보수의 성지인 이곳을 다시 탈환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총선 출마가 예상된다. 유 장관의 경우 지난해 7월4일 열린 인사청문회서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장관직을 수행할 의지가 있느냐’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질의에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소명으로 생각하고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청 수요조사…내년 초 윤곽 드러날 듯
가상대결 여론조사 민-한 격차 줄어

그러나 지난달 21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유 장관은 민주당 인사 모임서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유 장관은 현재 민주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이다.

장관 외에도 청와대 참모들 역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 총선을 위해 청와대를 먼저 떠난 이들 외에도 출마할 참모진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신년 인적개편이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참모들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참모들 중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정태호 일자리수석, 한병도 정무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 실장은 16·17대 총선서, 한 수석은 17대 총선서, 백 비서관은 17·18대 총선서 각각 당선됐다.

정 수석과 송 비서관과 조 비서관은 총선에 뛰어든 경험이 있지만 당선에 실패했다. 권 관장은 비례대표로 출마한 적 있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청와대는 후임 물색을 위해 시간차를 두고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선 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4∼25일 ‘차기 총선 정당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난 2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1위, 한국당은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후보의 총선 가상 득표율은 36.8%를, 한국당 후보는 30.6%를 기록했다. 눈길이 가는 건 민주당이 지난달 조사 결과보다 6.9%포인트 하락한 반면 한국당은 3.9%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어 바른미래당 후보가 9.1%, 정의당 후보가 7.7%, 민주평화당 후보가 1.2%를 기록했다.

가상후보대결
민 1위, 한 2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연령은 40대가 4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 40.8%, 19세 이상 20대 39.9%, 50대 31.3%, 60대 이상 28.4%였다. 한국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연령은 60대가 44.4%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9.5%를 기록했다. 이어 19세 이상 20대 28.8%, 30대 19.0%, 40대 15.2%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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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