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징검다리 포럼’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10:18:06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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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뛰고 대권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회통합의 징검다리일까, 대권을 위한 징검다리일까.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모임인 ‘징검다리 포럼’이 지난달 25일 그 실체를 드러냈다. 정치권은 김 전 위원장이 퇴임(지난달 27일) 후 빠르게 차기행보에 나설 것이라 예상한다.
 

▲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그야말로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 케이터틀 컨벤션홀서 열린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는 1300여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사람이 운집했다. 하원 전 백석대 총장·정상용 동국대 법학과 교수 등이 주최했으며,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철호·김규환·김성태(비례대표) 의원과 최병길·우경수·정현호 비대위원 등이 참석했다.

1300명 운집

징검다리 포럼은 어떤 뜻일까. 명칭에 들어간 징검다리는 이념·계파·세대 갈등이 극심한 한국 사회서 포럼이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포럼 측은 전했다. 성향은 중도보수다.

포럼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 포럼이 김 전 위원장의 외곽 지지모임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참석자 중 상당수가 김 전 위원장에게 2·27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했었기 때문이다. 창립식서 김 전 위원장의 대구 수성갑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창립식에 참석한 김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업적을 알렸다. 단상에 선 그는 “업적을 말하기 쑥스럽지만, (한국당의)목표 지지율인 30%를 거의 채운 것”이라며 “한국당 지지율이 30%까지 오르면 칭찬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나도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리얼미터(여론조사 전문기관) 기준 29.7%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의 요인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책, 줄어든 계파갈등을 들었다. 차기 당 대표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탈당 등 과거만 얘기하는데 과거보단 미래를 말하며 과거의 무게를 줄여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역사 흐름을 알고 시대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는 분, 논리를 만들어 당원과 국민을 잘 설득할 수 있는 분이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과 대담을 나눈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굉장히 강하지만 상대방의 논리가 맞는다면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분”이라며 “문 대통령은 사람 좋은 아저씨지만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다 들으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현 정부와 비교해 자신이 기여했던 정부를 추켜세움으로써 자신의 업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화법으로 읽힌다.

국회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한때 밤을 새워서라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토론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하면 상처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당 밖에서 제3의 인사들이 먼저 다루고, 다뤄진 내용이 당 안으로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립식서 총선 출마 요구
미국행 김 “당이 원하면…”

포럼 참석자들은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김 전 위원장이 단상서 내려와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할 때는 “우리 쪽에도 와달라”며 김 전 위원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 전 위원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들이 오간다. 대체로 당이 어려운 상황서 한국당 쇄신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전 위원장이 한국당에 등장할 때만 해도 당내 자기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비대위 성공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노무현정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스파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러한 세간의 눈길을 뚫고 보수의 가치와 노선의 재정립, 담론 제시에 주력했다.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붙이는 한편 ‘아이(I)노믹스’와 ‘평화이니셔티브’ 등 당에게 새로운 경제·안보 정책기조를 제시한 점이 대표적이다.

전원책 변호사 해촉 사건으로 대표되는 책임전가 논란은 김 전 위원장의 대표적인 과오로 기억된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진영 유력인사인 전원책 변호사를 ‘전권 위임’에 준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한 바 있다.
 

▲ 징검다리포럼에 참석 중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당협위원장 일괄 사태를 두고 내홍이 발발했다.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와 전원책 변호사를 위시로 한 조강특위는 권한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김 전 위원장은 전 변호사를 해촉하기에 이른 것.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김 전 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대 총선 출마와 대권직행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가 한국당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다음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식 간담회서 자신의 다음 행보에 대해 “총선, 대선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선 제가 정말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가다 보면 이런저런 역할을 맡는 경우는 생기겠지만 지금 어떤 역할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출정식 같아

이어 “당이 필요로 하면 제가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손해를 보거나 희생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위원장이 정치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에 포럼도 덩달아 주목받을 공산이 크다. 임기를 마친 김 전 위원장은 미국으로 출국해 책을 쓰며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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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