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산비리 대표-양주시장 ‘수상한 관계’ 추적

태블릿서 나온 시장님 이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업체 대표가 현직 지자체장과 골프를 치는 등 오래전부터 친분을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진행 중인 전직 시의원의 재판 과정서 새어나왔다. 해당 업체 대표는 현재 보석 석방 상태다.

▲ 이성호 양주시장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현직 대령과 국회의원 보좌관, 브로커, 업자 등 20명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브로커를 동원해 166억원 규모의 대북확성기 사업을 낙찰 받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조모 대표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방산비리로 
고발했는데…

대북확성기 도입 사업은 2015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을 계기로 북한의 전방부대 및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심리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가 고성능 대북확성기 40대를 도입한 사업이다.

사업은 201612월 마무리됐지만 입찰 과정서의 특혜, 계약업체의 부당이득으로 인한 국고 손실, 납품된 확성기의 성능 미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월 인터엠 등 관련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서 인터엠 재무팀 차장의 수첩, 조 전 대표의 태블릿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첩에는 인터엠 측에서 양주시 전 시의원에 돈을 지급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태블릿PC에서는 조 전 대표가 언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한 일정표가 발견됐다.

특히 이 일정표에는 이성호 골프’ ‘이성호 점심’ ‘이성호 ○○○(양주시에 위치한 음식점)’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현재 양주시장인 이성호의 이름이 약 20회 가량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장이 조 전 대표로부터 골프, 식사 접대 등을 받았다고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80년 양주군 회천면서 공직을 시작한 이 시장은 2009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 도시개발사업단장, 도시건설국장, 도시교통국장, 산업환경국장, 교육문화복지국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31234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대북확성기 사업 연루 대표
양주시장과 알고 지낸 사이?

이 시장이 조 전 대표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는 도시교통국장(2011320124), 산업환경국장(2012512), 교육문화복지국장(201212퇴임)을 지냈다.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주시장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고 2016년 양주시장 보궐선거서 당선, 시장으로 입성한 후 올해 지방선거서 재선에 성공했다.

검찰은 인터엠 재무팀 차장의 수첩을 바탕으로 양주시 전 시의원 임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320호 법정서 임 전 의원, 조 전 대표, 현모 인터엠 상무이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등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증인으로는 김모 양주시청 전 도시교통국장이 참석했다.
 

▲ 서울지방법원

시의원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조 전 대표와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임 전 의원은 재직 시절 현 이사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조 전 대표가 주고 임 전 의원이 받은 돈의 성격이다.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인터엠의 민원사항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대가성을 띤 돈이라는 주장이다.


재판서 나온 인터엠의 민원사항은 공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완충녹지의 일부 구간을 해제해달라는 것이었다.

완충녹지는 도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거나 개선하고 공해나 재해를 방지해 양호한 도시경관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계획법 제12(도시계획의 결정)의 규정에 의해 결정된 것을 말한다.

실제 인터엠 공장 부지는 나무가 심어 있는 녹지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인터엠 공장 주변의 완충녹지는 2002630일 덕정1지구 택지개발사업 준공 당시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돼왔다. 인터엠은 택지개발사업 준공 10년 뒤인 201210월 진·출입로 확보를 위한 완충녹지 해제 건의서를 양주시청에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인터엠 공장이 홍죽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토지 진·출입이 불편해 북쪽 진·출입로가 추가로 필요하다. 완충녹지로 돼 있는 일부 구간을 해제해 진·출입로를 확보하는 사항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첩서 나온
시의원·시장

양주시청에서는 201012월경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된 사항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택지개발사업 준공 후 10년이 경과한 지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주민공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엠의 건의서를 받은 양주시청은 같은 해 11월 덕정1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7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계획() 주민공람 계획보고, 주민공람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인터엠은 2013722일 주민공람 단계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완충녹지 법면으로 진·출입로 2개를 추가로 개설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시 말해 완충녹지 일부 구간에 총 3개의 진·출입로를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013925일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렸다. 회의에는 임 전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 대학교수 등 총 13명이 참석했다.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이날 회의서 인터엠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당초에 (인터엠이)홍죽단지를 계약할 때 저 부지를 판매한다는 거죠. 그 판매하는 대금으로 홍죽산업단지의 반은 매매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저게 반을 한다면 출입로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중략)그 당시 시에서 ‘10년이 지난 완충녹지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있다고 해서 그런 조건을 맞춰서 계약을 해준 거예요. 만약에 아니라면 인터엠에서는 홍죽산업단지를 해제하겠죠라고 발언했다.
 

김 전 국장도 임 전 의원과 비슷한 뉘앙스로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조금 전에 임 위원님이 말씀하셨듯이 홍죽산업단지를 매각할 때 매각이 잘 안 되니까 너네가 홍죽산업단지에 와서 공장을 짓게 되면 우리가 진·출입로를 뚫어서 다른 용도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겠다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계획을 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인터엠 공장 부지의 교통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가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201311월 덕정1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결정됐다. 인터엠 공장 부지 주변 완충녹지를 일부 해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완충녹지 해제
누가 약속했나

검찰은 인터엠서 임 전 의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준 것, 특히 20134월경 양주시서 인터엠 측이 낸 건의서를 검토하던 시기에 현 이사가 건넨 200만원, 체육대회 찬조금 명목으로 준 100만원이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봤다.

20127월부터 20146월까지 양주시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던 임 전 의원이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서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인터엠의 의견서였다. ‘인터엠 공장 부지 토지이용계획 효율화 방안 건의()’에서 제안목적이라고 기재한 부분이다.

인터엠 측은 제안 목적에 인터엠은 홍죽산업단지 계약 시 기존공장인 덕정동 226-9번지 토지활용 극대화를 위해 양주시서 완충녹지 폐지를 약속함이라고 적었다.


인터엠과 양주시가 홍죽산업단지 계약과 완충녹지 해제를 맞교환한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대목이다. 홍죽산업단지는 경기 양주시 백석읍 홍죽리에 조성된 일반산업단지로, 20063월 산업단지 공업물량을 확보해 20083월 경기도 제2청사 고지에 의해 산업단지 지정 고시가 완료됐다.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양주시가 지역 발전을 약속하면서 20103월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인터엠은 20118월 양주시와 홍죽산업단지 분양 계약을 맺었다.

민원 관련 자문해줬나?
아들은 해당 업체 근무

홍죽산업단지의 분양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양주시서 인터엠에 SOS를 쳤고, 그 대가로 완충녹지 해제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인터엠에 그런 약속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고들었다. 또 인터엠이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양주시와 논의를 하는 과정서 누군가의 자문이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은 검찰의 질문에 자신은 도시교통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업무를 전체적으로 인수인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완충녹지 해제 관련 업무는 도시개발사업단의 일이었는데,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업무가 전반적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20124월 말 양주시청 도시교통국장으로 승진한 김 전 국장은 이 시장의 후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양주시 관계자는 인터엠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이 시장이 시청 재직 시절 자문을 해줬다는 말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시장의 아들인 이모씨가 인터엠서 대리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이 시장이 2016년 지방선거서 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아버지를 위해 선거 로고송을 직접 불러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시장의 완충녹지 관련 자문의 대가로 인터엠서 이 시장의 아들 이씨를 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터엠 측에서는 이씨가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근무는 하지만
“근거 없는 소리”

이 시장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양주시청 공보팀 관계자는 시장님은 인터엠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서 잘 모른다고 하셨다. 업무는 김 국장(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김 전 국장)이 계실 때 진행을 한 것이고, 그 이전에 접수받고 할 때는 남모 도시개발사업단장이 처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와 관련해서는 “(시장님이) 2013년 말에 퇴임했고 아들은 2014년 말에 인터엠에 취업했다당시는 시장님이 선거서 낙선했을 때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주시청 공보팀장은 날짜까지 전부 확인해서 답변하는 것이라며 전임 국장(김 전 국장)과도 통화를 다 했는데 본인이 다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주시의회 전 부의장 아들도… '인터엠 입사했다'

인터엠에는 이성호 양주시장의 아들뿐만 아니라 현직 시의원 황모씨의 아들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은 이번 6·13 지방선거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양주시의회 부의장, 의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황씨의 인터엠 입사 소식은 여러 뒷말을 낳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황 의원은 그런 건 전혀 없다. 아들이 거기(인터엠)에 취직하겠다고 해서 알았다하고 말았다”며 직책은 대리인데 현재 공장서 일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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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