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평양검무 인간문화재 임영순

평양의 춤, 통일의 춤이 되는 날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간문화재는 한 분야서 대가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다. 명예가 따르는 만큼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예능보유자 임영순 교수도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 평양검무 인간문화재 임영순 교수

"평양검무는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춤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평양검무 전승관서 임영순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인터뷰서 평양검무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로서 평양검무를 알리고, 보급하고 전수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북한서 유래

고구려 시대부터 유래했다는 평양검무는 18세기 평양 권번(기생집)서 많이 췄던 춤이다. 무역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중국 사신을 접대하거나 평양감사의 연회 때 빠지지 않고 선보였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행사를 위해 평양 기생들이 선상돼 궁에서 추기도 했다.

평양검무는 명예보유자 이봉애 선생이 1985년 복원했고 2001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고구려의 기상이 녹아 있어 활달하고 동적인 특징이 두드러진다. 임 교수는 권번을 중심으로 발달했지만 기생의 이미지만 갖고 있는 춤은 아니다라며 여성미나 섹시함을 드러내면서도 활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중성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가 이봉애 선생을 만나 평양검무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02년이다. 임 교수는 둘째 딸의 대학 진학까지 지켜보고 난 뒤 무용계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춤을 췄지만 결혼과 동시에 내조와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 무용을 등진 시간이었다.

여성적이면서 활달한 
중성적 매력의 움직임

임 교수는 다시 춤을 추려고 무용 관련 잡지를 보다가 이봉애 선생님에 대한 글을 읽게 됐다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평양검무를 보급하려는 열정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보고 선생님 댁에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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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임 교수는 이봉애 선생을 엄마처럼 모셨다고 한다. 이봉애 선생도 임 교수를 이라고 지칭할 만큼 두 사람은 돈독한 관계를 이어갔다. 인간문화재로서 1년에 한 번 공연을 해야 하는 이봉애 선생을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것도 임 교수였다.

당시 이봉애 선생은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했다.

임 교수는 “2005년쯤 주변서 선생님을 두고 저 분은 춤을 안 춰, 공연을 안 해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됐다그때 춤을 끝까지 추지 못하시더라도 선생님을 무대에 세워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노력으로 이봉애 선생은 휠체어에 탄 채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검무 동작을 소개했다.

전수자와 이수자 단계를 거친 임 교수는 2014년 평양검무 전수조교로 추천받았다. 그리고 2년 뒤 20164월 이북5도 문화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인간문화재로 인정됐다.


인간문화재로 인정받은 임 교수는 평양검무 보급과 전수에 모든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 다른 춤에 비해 문헌 등의 자료가 적은 평양검무를 연구하면서 박사 학위도 땄다. 임 교수는 평양검무는 북한서 발달한 춤이기 때문에 문헌이나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편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근본 있고 역사가 있는 춤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연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평양검무

임 교수는 평양검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용영재부터 이수자까지 일종의 맞춤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먼저 유치원, ·중등 무용영재들을 위한 영재학교에서 평양검무를 가르친다. 영재학교서 평양검무를 배운 학생들이 성장해 예고에 진학하고 전공으로 삼게 되면 평양검무가 지금보다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전수자와 이수자들이 중심이 된 공연도 기획돼있다. 임 교수는 다음달 1316일 나흘간 서울 강남구 M극장서 평론가와 비평가들을 관객으로 공연을 선보인다.

매년 성장세 뚜렷하지만
공연비 부족·열악한 환경

임 교수는 나는 인간문화재로서 평양검무를 보급하는 것과 동시에 이수자와 전수자들을 명인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 임무가 있다언제까지 내 밑에 두고 춤을 추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수자들만을 위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잘할 거라 믿고 있다.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검무가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도록 변화도 꾀하고 있다.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 안무를 창안한 것이다. 원형은 예능보유자인 임 교수가 추고, 변형된 안무는 제자들이 추는 식이다.

임 교수는 한국민속축제여흥마당 등에서 원형과 창작 안무로 무대를 구성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원형만 고집하면 지루하다고 생각할까 봐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원형을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안무를 재창작 안무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검무 보급을 위한 임 교수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경제적인 벽은 높다. 1년에 45번 정도 진행하는 공연서 소요되는 비용은 일정 부분 임 교수가 부담하고 있을 정도다. 평양검무는 연고가 북한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는 곳이 없다.
 

▲ 평양검무 인간문화재 임영순 교수가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교수는 다른 문화재들과 똑같은 선에서 예우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열악한 경제 환경으로 미처 만들어지지 못한 전수관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했다.

임 교수는 다른 지방 문화재의 경우 전수관을 크게 만들어 연습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평양검무는 그런 게 부족해 공연 때마다 연습실을 빌리느라 고생이 많다그런 부분이 굉장히 안타깝고 힘들다고 말했다.

경제적 한계

그러면서도 최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 않나. 만약 통일이 된다면 북한서 평양검무와 관련한 자료들이 많이 발견될 것이다. 평양검무는 정말 문화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는 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을 터부시하고 멀리 한다. 하지만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에 있겠나. 전통예술은 그 나라의 역사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하다평양검무는 궁중행사 때 반드시 ‘처음과 끝’에 배치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만큼 귀중한 춤이다. 평양검무 공연 소식을 접하면 꼭 한 번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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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